[특별기고] “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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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
  • 김도윤 <충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
  • 승인 2018.03.04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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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오랫동안 고민하다 아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시 우울증 약 먹으면 평생 먹거나 치매 걸리는 것 아니냐?” 몇 년 전 정신보건전문요원으로 정신건강센터에 근무하는 필자의 어머니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경기 이후 우울증이 찾아왔던 어머니는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들고 하루 종일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견디다 못해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왔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거나 약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지난 2015년 통계에 의하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 지수는 5.8점(OECD 평균 6.6점)으로 34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약한 사회적 지지망 등으로 정신건강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4명 중 1명(25%)은 전 생애에 걸쳐 한 번 이상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의 문제를 경험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낮다. 정신건강문제 발생 시 약 15%만이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며 최초 치료가 이루어지기까지 1.61년(84주)이 소요되고 있다. 지역사회에는 보건소 산하에 국민들의 정신건강상담과 치료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인지율이 매우 낮고 정신질환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으로 서비스 이용에 매우 소극적이다. 정신건강문제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2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연간 8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는 많은 연예인들의 개인경험 공개로 인해 일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완화되었다 하더라도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진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또한 정신질환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사회적 편견이다. 사회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정신질환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이 때문에 제때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만약 초기에 치료를 받았다면 겪지 않았을 고통도 시기를 놓치면서 병이 만성화 되고 고통도 가중되게 된다.

정신질환에 대한 가장 큰 사회적 편견은 정신질환에 대한 두려움이다. 정신질환은 예측불가능하고 폭력적이라는 편견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비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확률의 15분의 1에 불과했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제외하면 공격성이나 잠재적 범죄가 일반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없다. 일부 정신질환이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충동성으로 자·타해 위험이 있긴 하지만 매우 드문 데다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이다. 또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는 대부분 치료를 받기 전에 발생하며,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4%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현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과잉으로 인한 뇌 질환으로 환각·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도파민을 차단하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결국 정신질환은 초기일수록 자발 치료가 가능하고 치료효과가 큰 것이다.

호주에서는 10년 전 주정부 주지사의 공개적인 우울증 고백과 공직사퇴 선언, 치료받을 권리를 주장한 이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매우 낮아지고 정신건강에 대한 공론화가 정책으로 이어져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TV 엘렌 쇼에 나온 방탄소년단 인터뷰에서 정신건강을 소재로 노래가사 쓰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되고, 정신건강은 자신의 삶에 중요한 이야기라는 대화가 오고가는 것을 보면서 정신건강은 늘 우리 삶의 중요한 주제임에도 한국 사회는 아직도 정신건강을 정신건강이라 말하지 못하는 편견의 세계에 갇혀있는 현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정신건강은 슬픔, 우울함, 불안,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기본이다.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정신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고, 참고 억압하기보다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타인과 교감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을 낮추고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며 누구나 자신의 정신건강을 표현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으면 당연하고 떳떳하게 정신건강상담과 치료를 받게 되기를 희망한다. 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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