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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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키워드
  • 이재인 칼럼위원
  • 승인 2018.04.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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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이 김소월 시인에 대해 열광하고 그의 시를 애송하는 데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의 시의 율조는 3·4조 민요조다. 그것만으로 애송시가 되지 않는다. 숨겨진 비밀은 광맥처럼 땅속에 숨겨 있는 게 아니다. 아주 보편적인 데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관심해서 놓친다. 그의 시에는 수미상관이거나 반복법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법이다. 모든 일에는 말과 글이 따르게 돼 있다. 인문학의 기본이 말과 글이다. 그러니 말은 반복함에 설득력이 있다.

독일의 히틀러는 “내가 한 번 말한 사람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두 번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돌아본다. 세 번 말하면 사람들이 내 말을 비웃는다. 네 번째 말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 거듭 말하면 사람들이 내 말에 열광한다”고 말했다.

반복이란 이렇게 놀라운 효능이 있으며 ‘한국문학전사’를 쓴 조윤제 박사의 말로 표현하면 ‘은근과 끈기’다.

필자의 꿈은 중학교 국어선생이었다. 물론 시를 쓰면서 고향을 지키는 그런 뜻을 항시 지니고 살았다. 이런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나는 대학에 가야만 했다. 젊은 혈기로 문예창작과 김동리 학과장을 찾아갔다.

“저는 훌륭한 소설가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대학교 문예 장학생으로 좀 뽑아주셨으면….”

김동리 교수는 호기롭게 대드는 나의 말에 “자네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 추천을 받았는가?”라고 물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을 찾아뵈올 일이 없지요. 한 번 장학생으로….”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두 손을 비비며 선생의 눈치를 살폈지만 퇴짜를 맞고 다시 오영수 선생에게 찾아갔다.

“선생님, 김동리 선생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는데 저는 대학에 못 가면 애머슴을 가야 합니다. 다른 대학에 추천을 해주시지요?”

그렇게 오 선생을 세 번씩이나 찾아가 애원했다. 이후 서울의 4년제 K대학에서 조건부 장학생으로 입학이 됐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중학교 교사의 자격증을 얻고 고등학교 교사 경력도 가지게 됐다. 교육청 그리고 문교부까지 갔고 결국은 대학교수의 길에 들어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좌절은 없었다. 기회만 있으면 저돌적으로 대시했고 또 전진했다. 결국은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의 반복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지금 청소년들이 미취업으로 여기저기 비정규직이거나 임시직으로 전전한다 해서 인생이 그렇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한두 번의 실패는 강하게 만드는 근력의 저력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리랑 곡조나 푸른 하늘 은하수도 따지고 보면 3·4조나 7·5조의 민요이기 때문에 호소력도 있고 가슴에 스며드는 애틋함도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입후보자의 이름을 잘 모른다. 다섯 번, 여섯 번 밭을 갈 듯 표밭을 갈면서 내 인생과 우리들 인생의 키워드를 강조하는 반복법부터 익히는 것이 승리하는 길이다.

이재인<충남문학관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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