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하며 주정하는 여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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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며 주정하는 여고생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8.05.0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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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67>

수아(가명)는 고등학교 2학년 18세 소녀다. 수아는 술을 마시면 술주정이 심했다.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몸에 상처를 내며 자해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런 때는 쉽게 접근할 수도 없었다. 어느 날 수아 친구들의 연락을 받고 롯데마트 근처 공원에 갔다. 수아는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리 아빠도 날 버리고, 남자 친구도 날 버리고, 철이 삼촌도 날 버렸다고요.” 수아는 혼자 떠들다가 엉엉 소리 내어 울다가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나는 술을 마실 줄 몰라서 술 취한 사람들의 기분을 잘 모른다. 하지만 술에 취했을 때 하는 말은 그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지금 수아도 술기운을 빌려서 마음 속 하는 얘기를 하소연하는 것이 아닐까.

수아는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아빠와 함께 생활해왔다. 수아 아빠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면서 엄마 대신 딸이 집안일을 돌봐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딸이 집밖으로 나돌아 다니면서 부녀간에 갈등은 더 깊어졌다. 청소년기 예민한 수아는 부모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쉼터에서도 나는 수아에게 그다지 달갑게 대하지 않았다. 수아가 쉼터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수아에게 듣기 싫은 소리도 여러 번 했다. 수아는 당연히 나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수아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하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수아가 받은 상처를 어떻게 씻어줘야 할지, 그리고 수아의 심한 술버릇을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나로서도 자신이 서지 않았다. 결국 주변의 관계된 분들과 상의해 대전에 있는 대안학교에 위탁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이 대안학교는 법무부 가정법원의 위탁을 받고 운영하는 학교다.

수아가 대안학교에 입소한 후에 경찰과 함께 첫 번째 면회를 갔다. 우리는 수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놓고 수아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여자아이들이 단체복을 입고 나왔다. 수아는 빠른 걸음으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이고, 우리 딸, 고생 많이 했지?”
내가 수아의 손을 잡아주자 수아는 내 품에 와락 안겼다. 나는 말없이 수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수아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이었다. 면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수아가 물었다.
“아빠, 저는 언제 이곳에서 출소시켜줘요?”
“이곳에서 생활을 모범적으로 잘 하고 선생님들이 인정해주면 나갈 수 있어. 잘하면 다음번에 재판을 받고 나갈 수 있을 거야.”

수아가 대안학교에 입소한 지 한 달이 됐다. 다음에 면회 갈 때는 수아의 교복을 갖다 줬다. 수아는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재판장에 들어갔다.
“그동안 아빠가 주신 용돈으로 술 마신 것을 후회합니다. 앞으로는 술을 안 마시고 착하게 생활하겠습니다.”

판사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안학교에서 출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수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수아는 쉼터로 다시 돌아왔다. 쉼터 선생님들과 수아의 생활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요즈음 수아는 학교에 출석을 잘하고 있다. 오후에는 제빵학원에도 다니며 미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오늘도 쉼터로 나가서 수아 소식을 제일 먼저 물었다. 수아는 벌써 학교에 가고 없었다. 수아를 더 다독거리며 진실한 사랑을 쏟다보면 올바르게 잘 클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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