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의 문화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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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예산의 문화권역
  • 이재인 칼럼위원
  • 승인 2018.05.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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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로 생가는 홍성의 명소다. 예산 수덕사 경내에는 이응로가 잠시 살았던 옛 수덕여관이 있다. 두 곳이 이제 어엿한 명소가 됐다.

훌륭한 사람들이 머물렀거나 그들이 태어난 곳, 그들과 사연이 깊은 곳을 우리는 문화권역이라 일컫는다. 이 권역이 지금은 관광코스로 답사자들의 인기 관광 상품이 되어 제법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보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나는 최근에 31명의 지원을 얻어 필자가 운영하는 충남문학관 뜰에 3m 높이의 ‘한국여성문학 100주년 기념비’를 건립했다. 설립 취지는 한국 여성문학의 최초이자 효시인 김명순 작가가 1917년 ‘청춘’에 ‘의심의 소녀’가 당선된 지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탑이다.

우리나라 여성작가와 여성시인은 많아도 김명순 작가에서 시작돼 오늘에 이르렀음을 기념하는 일이다. 김명순 작가는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여성 트리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나혜석, 김일엽을 기점으로 오늘의 한국 여성문학이 계승 발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명순 작가를 가리켜 그녀를 최초의 여성작가로 부른다. 그러나 그녀는 작가이기 전에 여성 최초의 번역가였다. 우리나라에 샤를로 보들레르, 에드가 알렌포우의 작품을 최초로 번역한 번역가이며, 진명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 동경여자전문학교를 나온 신여성이고 한국의 페미스트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최남선, 이광수로부터 인정받는 작가로 활동했다.

김명순 작가는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는 방법’임을 강조했다. 예술이란 그리고 문학이란 실상 김명순 작가의 주제처럼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는 것이다. 충청권 특히 홍성·예산에는 볼 것이 별로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김명순 작가를 기점으로 한국여성 100년사를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가 운영하는 문학관은 홍성에서 15분 거리다. 문화경제가 홍성 권역이다. 우리 권역에 또 다른 이정표를 하나 심었다는 자부심으로 군민들에게 속삭이고 싶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가 부가가치를 올리는 기관이 바로 뮤지엄 문화다. 최근에는 오픈뮤지엄이 유행해 하우스 없이 노천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우리 산이나 바다도 좋지만 아이들 손잡고 문화유적의 발상지를 돌아보고 그들이 활동했던 인간탐구가 곧 사회탐구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느끼고 호흡하는 여행이 될 것이다. 그것은 곧 성서에서 말하는 ‘가나안 복지’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따금 경북 안동을 지나면서 그들의 슬로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말에 경의를 표하고는 한다. 문화의 층위가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역사고 팩트다. 이를 교훈으로 삼는 나라는 발전하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한국여성문학 100주년 기념비가 이제 홍성·예산의 아름다운 유적지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인<충남문학관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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