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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중리천 가축분뇨 정화한 방류수 흘러가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6>
농촌마을 희망스토리-서부면 중리 원중리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5.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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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준 이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해 원중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

홍성군 서부면 중리는 3개의 자연부락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심이 되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원중리(元中里)가 있다. 원중리는 백제와 고려 때는 결성군, 조선 초엽에는 결성현, 조선 말엽에는 결성군 용천면에 속했다가 1914년 홍성군 결성면, 1983년 2월 15일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서부면에 편입됐다. 지금도 청룡산 능선이 결성면과 경계를 이룬 채 중리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논밭은 비옥한 편이다.

■ 중리천 오염원 농가원 단골민원

고한석 노인회장

그러나 지난달 30일 원중리 마을회관에 만난 주민들은 ‘똥물’ 이야기만 했다. 인근 결성면 교항리에 들어선 농가원을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제대로 정화시키지 않은 가축분뇨를 비가 오는 날 마구 흘려보내 중리천 하류지역인 이 마을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농가원은 군청 축산과가 지원한 축산분뇨 처리시설로 11년 전에 결성면 교항리에 건설됐다고 한다. 원중리 고한석(75) 노인회장은 이 시설을 짓기 전만 해도 원중리는 중리천 물이 마르지 않아 농사짓기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처음 지을 때만 해도 100% 정화된 물을 내려 보낸다고 안심했는데 공장을 짓고 난 후에는 다 처리할 수 없는 축분을 비가 오면 몰래 고랑에 내 보냅니다.” 고 회장은 군청에 고발하면 환경과 직원이 득달같이 달려오지만 소용없다고 했다. 군청에 민원을 수없이 반복해서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담당공무원이 왔다 가면 그 뿐이에요. 10년 넘게 이런 행태를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고 회장은 지난해 가뭄이 심할 때 한번은 모처럼 억수비가 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가 정작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던 날 벌어졌던 ‘똥물’ 해프닝을 기자에게 전하기도 했다.
“작년에 가물었을 때 냇물이 하나도 없이 말라 있었어요. 하루는 비가 올 듯 하다가 날씨가 개이면서 막상 비가 안 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똥물만 흘러 내려오는 겁니다.” 폭우를 기다리던 농가원이 축산분뇨를 미리 흘려보냈다가 망신을 당한 것이다. “신고하면 공무원이 불나게 달려오지만 와서 보고 가면 끝입니다.”

고 회장의 말을 정리해보면 처리용량의 한계를 넘는 축분이 들어오면서 다 처리하지 못한 것은 비 올 때마다 몰래 버린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정화된 물을 보낸다고 하지만 물고기가 못 살 정도고 농업용수로서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발효를 제대로 시켜서 정화한 물은 피해가 없다고 하는데 농작물에 많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똥물을 발효시키고 정화한 물이 미지근한데 식물이 자랄 수 있을까요. 맑은 물만 내려갈 때는 물거품이 없지만 농가원에서 내보낸 정화수가 같이 섞일 때는 냇물이 부글부글 합니다. 그게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런 물에서 낚시질 하는 외지 사람도 있던데 고기가 살 수도 없지만 거기서 고기가 잡히더라도 먹을 수 없습니다. 오염된 물을 먹고 자란 고기를 우리는 잡더라도 안 먹습니다.”

고 회장은 군수도 수십 번 만났고, 과장, 계장, 기자도 수없이 만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군의원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습니다. 지금 못자리를 해야 하는데….” 기자가 중리천에 가보니 발목을 적실 정도로 흘러가는 물은 약간 탁한 듯 하면서도 맑아 보였다. 군청 환경과 담당공무원과 전화로 주민들의 입장을 전달한 후 답변을 들었다.

“작년에 그런 일(정화처리하지 않은 축분 무단방류)이 있었으나 그 후 전량 정화해서 방류합니다. 발효시켜 정화한 물은 갈색을 띠는데 모내기철이라 주민들이 민감한 것 같습니다. 정화처리한 물은 오염물질이 있을 수 없습니다. 법적 기준보다는 한참 밑으로 나오기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닙니다. 물 색깔이 완전히 맑은 색이면 좋은데 약간 진한 갈색이나 누리끼리한 색깔이지만 육안상으로 맑은 물이면 잘 처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군에서 주기적으로 방류수를 채수합니다. 기준을 잘 준수하고 있으며, 초과되면 경고를 합니다. 전화로 민원이 들어와서 현장에 가보면 특별한 사항이 없습니다.”

주민들의 불평에 대한 그의 반응은 한 마디로 전혀 걱정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덧붙여 그는 농작물이 피해를 입거나 소출이 줄면 보상하겠다는 말도 했다. 이재학 서부면장은 “농가원의 축산분뇨 처리용량을 더 늘려 그냥 하천에 흘려보내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시설을 개선해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화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목을 적실 정도로 흘러가는 중리천은 약간 탁한 빛을 띤 맑은 물이었다.

■ “지렁이도 살 수 없어요!”

이태웅 씨

농가원이 처음 생길 때 주민들은 반대하지 않았을까? 원중리 주민들은 당시 결성면에 짓는 시설이어서 서부면 주민들에게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시설이 완공되자 가축분뇨를 처리한 방류수를 내려 보내는 하천이 서부면 중리천이어서 하류에서 농사를 짓는 원중리 주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앉게 됐다고 했다. 당시 이장을 맡았던 고한석 노인회장은 농가원으로부터 마을발전기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그 돈으로 마을 공동 상수도시설을 마련했다고 했다. 또 군청에 건의해 농업용수로 쓸 관정도 몇 개 팠다.

“마을발전기금으로 상수도 공사를 했죠. 오염된 물을 못 먹으니까. 지금도 그 물 먹고 있습니다. 그 전에 중리천의 물로 농사를 지었으나 농가원이 생긴 후에는 냇물도 쓰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하수를 파달라고 했습니다.” 고 회장은 관정의 지하수로는 모든 주민들의 농사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중리천의 맑은 물을 그리워했다. 지금은 농가원에서 중리천이 지나는 3개 부락에 연 300만 원씩 준다고 했다. 마을별로 100만 원씩 받는 셈이다.

“우리 마을에 매년 100만 원씩 들어오지만 피해는 우리가 다 봅니다.” 고 회장은 다른 두 마을보다 피해가 더 많은 원중리가 기금을 똑같이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중리는 중리천 상류에 농가원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좋았다고 한다. 마을은 안쪽에 청룡산이 품고 있고 가운데 흘러내리는 중리천이 항상 마르지 않아 양쪽으로 펼쳐진 비옥한 농토가 풍족한 오곡백과를 제공했다.

“농가원이 오기 전에 여기 물이 그렇게 잘 나왔습니다. 저수지도 있었고…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 때 중리천을 친환경 하천으로 만든다고 공청회도 몇 번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농가원이 생기면서 친환경 하천은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됐죠. 지렁이도 다 죽었습니다.”

■ 귀농·귀촌인 늘면서 활력 기대

이은득 전 노인회장

원중리는 현재 40가구에 주민은 100명이 채 안 된다고 했다. 고령화는 이 마을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고 회장은 “주민들 다 노인회”라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마침 기자가 방문한 날은 노인회가 모여 월례회도 하고 식사도 같이하는 날이었다. 4월 30일, 따뜻한 봄볕을 즐기며 수덕사까지 외출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다행한 것은 원중리가 바다가 가깝고 땅도 비옥한 데다 교통도 비교적 좋은 지방도로를 끼고 있어서 귀농·귀촌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도 96호선과 가까운 마을 입구에는 귀촌인을 위해 전원주택 13채를 짓고 있었다. “외지에서 오는 분들도 다 노인네네! 젊은 사람이 와야지.” 고 회장이 웃으면서 푸념을 하자 이태웅 어르신이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제일 젊었지! 다 늙었어. 72세가 제일 막내요.”

이태웅 어르신은 공직에서 은퇴한 후 3년 전 고향에 돌아와 한산 이 씨 사당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목은 이색의 자손이기도 한 그는 원중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갔다.
“나이 70 넘으면 잘 먹어야 혀. 우린 잘도 놀러 다녀유. 금년에 벌써 동해안에 가서 하루 저녁 자고 왔슈. 한 달 전에는 개 잡아 먹었지. 우리 만큼 잘 먹는 동네 없슈.”

이은득(80) 전 노인회장은 마침 날씨조차 좋아 수덕사 나들이를 앞두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 중리 전체가 하나의 부락이었을 때 대흥동 마을회관이 3부락회관으로 사용됐으나 나중에 행정적으로 나눠지면서 각 부락마다 마을회관이 생겼다. 청년회는 중리에 속하는 원중리, 대흥동, 능동 3부락이 다 같이 모여 하나의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삼부락청년회라고도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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