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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를 꿈꿨던 T군의 탈모

T군은 7세 아동이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한 손은 손톱 옆의 살을 물어 뜯고, 다른 손은 어머니에게 이끌려 상담실에 들어왔다. 가냘픈 신체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는 창백한 모습이었다.

내방하기 1년 전, 1주일 만에 갑자기 눈썹과 머리에 탈모증이 나타났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것을 거부했다. 종합병원에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해서 복용하는 효소와 바르는 약으로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T군은 생후 19개월 때 남동생이 출생하면서 조모 집에 맡겨졌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3개월 동안 어머니는 ‘T군이 자신을 보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왕래하지 않았고, 아버지만 T군을 만나기 위해 조모 집에 방문했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아버지에게 매달리며 집에 가겠다고 울부짖었다.

보고 싶은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채 3개월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생후 24개월부터 어머니는 T군에게 학습지 및 다양한 교과목들을 강압적으로 가르쳤다. 간혹 어머니 말을 거역하거나 학습지 문제를 하나라도 틀리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혹하게 당했다. 특히 조모 댁에서 놀잇감이던 TV를 시청할 때면 어머니의 강한 통제를 받았고, PC게임도 어머니가 요구한 과제를 모두 마치거나 어머니 기분이 좋았을 때만 허용되었다.

사람의 피부는 어떤 신체 기관보다 스트레스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부위다. 특히 스트레스는 모낭 손상과 세포 사멸, 모낭 주변의 염증을 유발해 모발 성장을 억제시키며, 모발 성장에 악영향을 미쳐서 모낭을 조기 퇴화시키고 탈모를 초래한다(유박린 외 2007). 소아 탈모는 사춘기 이전 어린이들에게 발병하는 것으로 주 원인은 스트레스다. 특히 감정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는 탈모의 원인이며(강경화, 2016), 허약해진 T군의 신체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면역체계에 혼란을 주어 모발이 저절로 빠져버린 것이다.

위니컷(Winnicott)은 유아의 자아와 자기 발달은 어머니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특히 정서적 발달은 자기 발달에 기초한다고 보았으며, 자기 개념을 참자기(true self)와 거짓자기(false self)로 설명했다. 참자기는 타고난 잠재력으로 어머니의 돌봄과 융합을 통해 충족되며, 거짓자기는 중심적 자기를 숨기기 위해 거짓자기를 조직화한다고 보았다. 곧 자발적 몸짓이 부족한 T군은 순응하는 거짓자기를 통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만물박사’가 되기를 꿈꿨고, ‘척척박사가 돼야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는다’는 어머니에게 절대적으로 순응함으로써 위협에 처한 참자기를 보호한 행동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상담자는 T군에게 미술과 독서 매체를 이용한 치료적 접근을 시도했다. 매체를 활용해 T군의 억압된 공격성을 표현하며 상상놀이를 통해 거짓된 자아가 승화될 수 있도록 촉진시켰다. 또한 부모교육과 가족상담을 병행하면서 부모의 일관된 양육태도와 즐겁게 아이와 놀이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관련 정보들을 제공했다.

위니컷은 거짓자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그중 건강한 거짓자기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공손하고 예의바른 태도를 나타냄으로써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봤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참자기가 자발성과 진정성을 잃지 않고 거짓자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봤다.

아이들을 놀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해문은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라는 책을 통해 “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 방법을 정해서 하는 것”<맹목>이라고 주장한다. 곧 상담자나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과잉 간섭과 지시적인 언행보다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잠재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좋은 환경,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최명옥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최명옥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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