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지진, 정부의 본격 지진관측 활동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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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진, 정부의 본격 지진관측 활동 계기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6.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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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2>
1978년 10월 홍성지진으로 무너진 홍주성 성곽의 당시 모습.

1978년 10월 7일 홍성읍 일원 리히터 규모 5.2 강진 발생
건물 110여 채 파손 1000여 채·아스팔트도로 등 균열·붕괴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을 관측해
충청권 건축물 10곳 중 6곳 내진설계 미흡, 강진 발생 피해 


홍성에서의 대표적인 재난사례로 꼽히는 홍성지진은 1978년 10월 7일 오후 6시 21분 12초부터 3분 9초 동안 홍성읍 동쪽 3km지역에서 일어난 강진으로 리히터 규모(M) 5.2(진도 V)를 기록했다. 이 지진으로 인해 2명이 부상하고, 홍성군청을 중심으로 110여 채의 건물이 파손됐으며, 1000여 채 건물의 50%에 균열이 생기거나 붕괴됐다. 또 홍주성의 성곽이 무너졌고, 슈퍼마켓의 진열된 물건들이 쏟아졌으며, 일시 정전과 전화 불통 현상 등이 발생했다. 지면이나 아스팔트 도로에 최대 5㎝이상의 균열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는 등 5억여 원 정도로 추산되는 재산 피해를 일으켰다. 이후 홍성지역에서는 1979년 2월에도 규모 4.0, 한 달 뒤인 1979년 3월에도 규모 3.8의 지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후 2002년 3월 7일 오후 11시 30분경 리히터 규모 3.0의 약진이 2~3초간 발생하기도 했다. 홍성이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실증인 셈이다. 평소에 내진 설계를 비롯해 재난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읍 일원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2명이 다치고 가옥 2800여 채에 균열이 생기는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본격적인 지진 관측활동에 나선 것도 홍성지진이 계기가 됐다. 따라서 1978년부터 기상청에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을 관측한 결과 지난 40년간 피해를 줄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지진인 리히터 규모 5.0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중에서 큰 피해를 준 지진은 △지리산 쌍계산 지진(1936) △홍성 지진(1978) △영월 지진(1996) △오대산 지진(2007) 등 4번이 있었다. 이 중 영월 지진의 경우는 규모가 4.5였음에도 제주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진파를 느낀 반면 홍성 지진은 5.0에도 광역적인 지진파를 느끼지 않았다. 결국 지진은 어느 지역에서 발생하느냐 하는 지질학적 특성에 따라 전파가 달라 피해양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 충청권 강진 가능성‘안전지대 아니다’
최근 한반도에 지진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충청지역은 지진빈도가 잦고 대형지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지진 발생횟수는 계기지진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래 1990년대 연 평균 26회에서 2000년대에는 44회로 늘었다. 2010~2015년에는 336건의 지진이 발생, 연평균 56회나 됐다. 30여 년 사이에 지진 발생 횟수가 3.5배 증가했다.

충청지역의 경우 1978년 대전과 충남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이 연평균 1.8회씩 발생했으며 충북은 0.8회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경기(0.5회), 전북(0.8회)보다 잦은 횟수다. 2000~2016년 7월 6일 전국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는 808차례이며 이 가운데 충청권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는 111차례나 된다. 특히 충청지역은 강진 우려가 크다. 1978년 기상 관측 이후 국내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규모 4.0 이상 지진이 충청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지진 규모별 순위를 집계한 결과 5위 안에 충청지역이 3건을 차지했다.

실제 1978년 충북 보은 속리산에서 발생한 5.2 규모 지진은 역대 3위 규모로 기록돼 있다. 당시 보은에서는 일부 낡은 집이 무너지는 피해가 있었다. 2014년에는 충남 태안 서북서쪽 해안에서 규모 5.1 지진이, 1978년에는 홍성군 홍성읍 일원에서도 5.0 규모 지진이 있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1년 한반도 강진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으며 가장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옥천’을 꼽기도 했다.

■ 충청권 건축물 10곳 중 6곳 내진설계 미흡
충청권 건축물 10곳 중 6곳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아 강진이 발생한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12월 국토교통부가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2015년 6월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을 기준으로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충북지역 건축물 4만3215개 중 실제 내진설비를 갖춘 건축물은 1만7292개(40%)였다. 대전은 35%만이 내진설비를 갖췄으며 충남은 44.6%, 세종은 56.1%의 내진율을 보였다. 철도 노선상 내진성능이 확보되지 않은 터널 10곳 중 7곳이 충북지역에 있으며, 교량 146개 중 29개는 충북선에 위치하는 등 충북지역은 철도 터널·교량의 지진 위험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진 관련 전문가는 “내진설계 적용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보험요율 차등 적용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1978년부터 지진 관측을 시작했는데 1978년부터 1986년까지 연평균 16.3회 발생하던 지진이, 1987년부터 1996년까지는 연평균 20.8회로 증가했다. 이어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38회, 2006년부터 2015년(최근 10년간)까지는 연평균 53회 수준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16년 7월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2015 재해연감’에는 지진의 경우 ‘2014년 이후 안정화되면서 예년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진분석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는데 그쳤다. 학계는 물론 전문가들이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지금부터라도 해역과 내륙 활성 단층대에 대한 정밀 진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데에는 지난해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93차례의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 때문이라는 분석인데, 서해에 대규모 활성 단층이 생겨 큰 지진이 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처음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충남 보령 해역이 33차례로 가장 많았고 백령도 18차례, 흑산도 해역에서는 2차례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해마다 급증하는 서해상 지진 발생회수가 지난 2014년도에는 모두 93차례로 집계됐다.
지난 1978년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다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학계와는 반대로 이것이 대지진의 전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상청 지진관측 한 연구관은 “서해에서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해도 작은 규모의 지진이었기 때문에 대규모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지진학자인 연세대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각에 영향을 준 증거를 찾았다고도 밝힌바 있다.

보령해역에서 규모 2.0 이하 미세지진 발생지역이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보령 앞바다 지진의 경우 북동 방향과 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 지진 단층대의 형태가 확인되고 있는데 한 지점을 중심으로 북동, 남서 방향에서 차례대로 진행해가며 발생하는 지진 발생 빈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지역에 동일본 대지진으로 거대한 활성 단층대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령해역에서는 5개월간 수십 회의 지진이 관측되는 등 언제 대형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충남도와 홍성기상대 등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 2014년까지 충남에서는 모두 53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충북에서는 5회 발생했고, 대전과 세종은 없었다.

충남에서는 주로 보령·태안 해역에서 많이 발생했고, 서산과 공주, 금산, 당진, 천안 등지에서도 관측됐다. 충북은 옥천과 영동, 청원, 제천에서 감지됐다. 대부분 규모 3.5 이하의 약한 지진이었다. 하지만 세 가지 주목할 점은 충남 보령의 수십 회 지진과 지난 2014년 충남 태안의 강진, 과거 충남 홍성과 충북 보은의 강진 전력 등이 그것이다.

2013년 6월 5일부터 11월 8일까지 보령해역에서는 총 32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서해 해저에 큰 단층대가 형성되면서 잦은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큰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음에 주목할 일이다. 지난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에서는 약 3분9초간 땅과 건물이 흔들렸다. 규모 5.0의 강진이 홍성읍 번화가 한복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홍성읍 주택의 절반인 2840여동과 1000여 채의 건물, 지면 등에 균열이 생겼고, 100여 채의 건물과 문화재인 홍주성곽 등이 붕괴됐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진규모 6.0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보강 시설을 갖춘 홍성중학교 본관 전경.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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