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도와달라는 교사의 다급한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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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도와달라는 교사의 다급한 전화
  • 이철이 청로회 대표
  • 승인 2018.07.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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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71>

중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반에 2주일 전부터 결석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부모도 없이 혼자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학생의 집을 방문했다.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다.
“집에 아무도 안 계시니? 엄마 아빠는 어디에 계시는데? 이름이 뭐야?”
아이는 고개를 좌우로 내젓는다.
“범식(가명)이요.”

범식이는 목소리가 남자 같기도 했고 여자 같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중성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집 주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범식이에 관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그 내용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나 전체적인 가정사는 대충 짐작이 갔다.

범식이 부모는 나이 차가 많이 난다고 했다. 아빠는 건설 쪽에서 일을 했고 엄마는 다방에서 일을 하다가 만난 사이라고 했다. 둘이 결혼해 범식이를 낳았고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혼을 했다고 한다. 범식이는 엄마가 키우기로 하고 이곳에서 살았고 아빠는 서울에 갔다는데 어디에 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범식이를 맡아 키우던 엄마는 수입이 변변치 않았던 모양이다. 집세도 몇 달 째 안 내고 2주일 전에 슬그머니 가출했다고 한다.

나는 범식이를 그대로 혼자 놓아둘 수 없었다. 일단 쉼터로 데려가기로 했다. 범식이는 주저주저하며 따라나설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성격도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었으며 낯모르는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했다. 범식이를 간신히 설득해 간단한 옷가지와 책만 챙겨 쉼터로 데려왔다.

범식이는 처음에는 쉼터 식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웃음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얼굴에 생기가 감돌았다. 내가 깜짝 놀란 것은 범식이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홍성문화원 공연장에서 학생동아리 발표회를 하던 날이었다. 범식이가 아이들 틈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것이었다. 공연장 큰 무대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1년 전 범식이 모습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범식이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아무리 목석같은 아이라도 사랑과 관심을 쏟으면 참인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이후 범식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빠가 나타났다. 범식이가 쉼터에서 생활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 범식이는 아빠의 요청에 따라 쉼터에서 퇴소했다. 범식이가 항상 하느님의 축복 속에서 잘 자라주기를 오늘도 두 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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