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항에서 여객선으로 10분 이젠 외롭지 않은 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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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항에서 여객선으로 10분 이젠 외롭지 않은 섬마을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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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16>

농촌마을 희망스토리-서부면 죽도리
죽도 선착장 부근의 마을. 방파제 끝에 있는 선착장에서 내려 섬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맞아주는 마을이다.

홍성군은 아름다운 서해 바다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섬도 있다. 서부면 남당항에서 3.7km 떨어진 바다 가운데 있는 죽도다. 바다를 가진 홍성군에서 유일한 섬이다. 예부터 대나무가 많아 죽도로 불리어졌다고 하는데 지금도 선착장 부근 동바지조망대에 올라가는 탐방로에는 대나무 숲이 무성하다. 주변에 크고 작은 섬이 모두 12개이며 본섬에만 사람이 살 뿐 나머지는 모두 무인도다. 죽도는 원래 서산군 안면면이었으나 1989년 1월 1일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홍성군 서부면으로 편입됐다.

■ 섬 둘레길 1시간 30분 코스
죽도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니다. 현재 23가구 70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외지 관광객을 위해 섬 둘레길이 1시간 30분 정도 걸을 수 있는 코스로 개발돼 있다. 가운데가 잘록한 섬으로 마을이 해안을 따라 길게 형성돼 있으며 주민 대부분은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다. 옛날에는 대부분 가정에서 갖고 있는 고기잡이 배로 남당항까지 가서 외지로 드나들 수 있었으나 지금은 하루 4회 여객선이 왕복하기 때문에 한층 교통이 편리해졌다. 배 시간에 맞춰 나가면 섬 주민들은 절반 가격의 배삯으로 육지로 나갈 수 있고, 외지 낚시객이나 관광객도 방문하기가 쉬워졌다.
 

남당항에서 가고파호에 승선하는 주민들이 육지에서 구입한 생필품을 싣고 있다.

■ 여객선 운항하면서 가까워진 섬
지난 5일 기자는 죽도 탐방길에 나섰다. 이재학 서부면장의 배려로 류기찬 산업팀장이 기자를 안내하며 함께 동행했다. 남당항에서 오후 1시 30분에 출발하는 배를 탔는데, 98인승 여객선에 10명 가량의 승객이 탔다. 지난 5월 26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가고파호’는 주중에는 객실을 다 채우지 못해 홍주해운 김순병 대표는 적자라고 했다. 그러나 주말에는 많은 외지 관광객이 승선한다고 했다. 평일에 여객선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과거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물론 여객선이 개통되기 전에도 방문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개인 배로 남당항까지 연락을 받고 나가 자기 손님을 싣고 와야만 했다. 이제 정기 여객선의 개통으로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가고파호가 남당항을 출항한지 10여 분 만에 죽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죽도 방파제 끝에 배를 대어 하선하게 했다. 류기찬 팀장은 “지금 물이 빠진 상태여서 여기 댔는데 물이 찰 때는 섬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하선을 시킨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오는 가족을 위해 섬 주민들이 운반수단으로 외발 손수레와 리어카를 갖고 나와 기다리다가 실어서 끌고 갔다. 섬에 차량이 없어 거의 모든 가정에 운반수단으로 리어카나 외발 손수레를 갖고 있다고 한다. 섬이 워낙 작아 짧은 거리에 굳이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육지로 차를 갖고 나가려고 해도 여객선에 따로 실을 곳도 없어 필요하면 바지선을 이용해 싣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죽도는 아예 차가 없는 섬이 됐다. 주민들 가운데 5~6가구는 자가용이 있으나 남당항 선착장 주차장에 세워놓고 육지에 나가 볼일을 보기 위한 용도로만 활용한다.

죽도마을회관은 선착장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이성준 이장이 모처럼 한가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난 4월말부터 추진했던 농촌마을 탐방이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 동안 물때에 맞춰 공동작업 하는 날이 많아 계속 미뤄지다가 비로소 그와 상견례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금은 바지락 채취 기간이 끝났다며 다소 여유 있는 모습으로 이 이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척 무더운 날씨에 방안에는 에어컨의 찬 공기가 빵빵했다. 전기는 4년 전 한화에서 세운 신재생에너지발전소를 통해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를 23가구가 공급받아 쓰고 있었다. 그 전에는 발전기를 돌려 생산한 전기를 나눠 썼다고 한다. 지금 죽도의 가장 큰 문제는 물이다. 바닷물을 정수한 물을 각 가정에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섬 주민들은 육지에서 생수를 사와 식수로 쓰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군에서 지난 봄 바다 밑으로 상수관로를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해 2020년 말경 완공되면 육지에서 공급하는 상수도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준 이장은 여객선이 개통된 후 많은 외지 관광객이 섬을 찾고 있지만 숙박시설을 새로 짓거나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해 불편을 호소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은 3개인데 토·일요일은 꽉 찬다고 했다.
“외지 관광객이 많이 오게 되면 편의시설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섬이 자연보호지역이어서 건물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숙박시설을 허가받기 어려워요.”
이 이장은 규제를 완화해야 점점 늘어날 관광객들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주민들도 이들을 대상으로 숙박과 음식점을 운영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매점 개업했으나 임대료 부담스러워
옛날 분교가 있던 자리에는 군에서 죽도홍보전시관과 야영장이 있다. 2층으로 건립된 홍보전시관 1층은 지난 3일 매점이 들어와 개업했다. 그 동안 섬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음료수나 과자 등의 간식을 구입할 곳이 없어 불편을 호소했으나 마을기업이 편의점 형태로 가게를 차린 것이다. 이 이장은 군에서 1년 임대료로 250만 원을 내야 하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지금 매우 한정된 관광객의 수요로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군에서는 법 규정상 그렇게 안 받으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홍보전시관도 주민을 위해 지은 것인데 250만 원의 임대료를 내면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군수님에게 100만 원~150만 원으로 인하해 달라고 건의해 보겠습니다.” 야영장은 아무 장비를 갖고 오지 않아도 텐트와 필요한 모든 것을 빌려준다.

섬을 나올 때는 3시 30분 출발하는 배를 탔다. 2시간 전 들어올 때보다 2배 더 많은 20명 가량 승선했다. 대부분 관광객으로 오전에 일찍 틀어왔다가 서둘러 나가려고 모여든 것 같았다. 하루 4편의 배는 남당항에서 오전 8시, 11시, 오후 1시 30분, 4시에 출발하며, 죽도 선착장에서 오전 8시 30분, 11시 30분, 오후 3시 30분, 5시 30분 떠난다. 성인 기준으로 편도 5000원, 왕복 1만 원이며, 섬 주민에 한해 50%의 할인가격인 2500원과 5000원을 각기 받는다. 단, 매주 화요일은 운항하지 않는다. 

가고파호에 탑승한 이홍준 어촌계장(왼쪽)과 죽도주민 이영균 씨.

■ 죽도리 이홍준 어촌계장
“어촌계 어장은 주민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곳입니다. 공동어장에서는 바지락 채취작업을 하죠.”
이홍준(61) 어촌계장은 바지락을 캐기 위한 입어료로 계원들에게서 1인당 1만 원을 받는다고 했다.
“올해는 바지락이 많이 나온 편이어서 1가구당 500만원 씩 수입을 올렸습니다.”
바지락 수확기는 3월말~5월말 경으로 늦어도 6월 초에는 끝난다. 어촌계 공동어장 일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각 가구마다 어선 어업을 해야 막고 산단다. 지금은 금어기로 9월 꽃게와 대하가 나올 때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이 계장은 여객선 운항을 반기면서 애로사항을 말했다.  
“외지 손님들이 늘어나 민박과 연계해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데 옛날 건물이라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 귀어 10년째 주민 이영균 씨
죽도 주민 이영균(60) 씨는 나이 18세에 떠났다가 50세에 섬으로 돌아왔다. 젊은 날 그는 인천에서 공장에 다니며 월급쟁이 생활을 했다. 거기서 자녀들 학교 다 보내고 32년만에 고향에 돌아왔던 그는 부모님이 하던 가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옛날 제가 살았던 동네여서 금방 적응했죠.”
이 씨는 자신의 어선으로 바지락, 꽃게, 소라 등을 채취하며, 양식도 한다. 직장생활할 때보다 수입이 낫고 자유가 있어 좋단다. 그러나 섬에 전혀 연고가 없이 귀어하는 외지 사람은 적응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죽도홍보전시관 앞에서 이종화 씨, 이성준 이장, 류기찬 서부면 산업팀장(왼쪽부터).
죽도 선착장과 연결된 방파제를 내려다보는 이성준 이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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