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시대, 선거와 정치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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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시대, 선거와 정치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1
  • <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기사>
  • 승인 2018.08.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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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신용인 제주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6·13 지방선거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승자독식구도로 인한 특정 정당의 의회독과점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힘을 얻은 결과다. 촛불혁명 이후 시민들의 직접정치 요구와 다양한 신진정치세력의 진입을 현행 선거제도가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분권과 풀뿌리자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도 선거제도 개혁은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 방안과 지방분권, 풀뿌리자치 강화를 고민해보는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와 신용인 제주대법학전문대학원 전문교수가 지난 19일 종로구 ㈔평화캠프 사무실에서 만나 좌담을 가졌다. 정치개혁 전문가와 풀뿌리자치 전문가가 다양한 주제로 논의를 했다.  


정치개혁 전문가, 풀뿌리자치 전문가 다양한 주제 논의
진보정당 진입기회 넓히고, 지역정당 설립 합법화 필요
하승수 “자치분권이념 지닌 정치세력 국회입성 가능해야”
신용인 “읍·면·동 단위 자치권 확대, 추첨제 주민의회 구성”



■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한다.
하(하승수): 선거 이후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결과를 살펴보니 기초의원의 경우 후보 이름도 모르고 투표한 비율이 58%가 나왔다. 공약도 모르고 찍었다는 답변 비율도 높았다. 정당공약이나 후보에 대한 평가가 투표의 중요한 요소인데 이번 선거는 사실상 대통령의 후광효과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을 다 찍어주는 이런 줄 투표 현상이 너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다른 측면을 보자면 광역·기초의회 선거는 정당지지율과 의석수가 일치하지 않는 소위 불비례성이 너무 심하게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민주당이 144석 중 135석, 즉 95%의 의석비율을 차지했는데 실제로 경기도 내에서 민주당의 정당득표율은 48% 정도에 불과했다. 이처럼 특정정당이 독과점한 상태에서 지방의회가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기초의회 또한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거대양당이 의석의 90%를 차지했다. 기초의회는 다양성이 생명인데 이러한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고양시는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선전했지만 다른 지역은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이 1~2석을 얻는 정도에 그쳤다. 결론적으로 거대양당의 독과점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신(신용인):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뽑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제주도 또한 이번 선거에서 어떤 후보들이 지역일꾼으로 적합한가를 고려하기 보단 특정정당이기 때문에 묻지마 투표를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 결과 제주도의회는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독자적으로 의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반면 녹색당과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은 20%에 가까운 정당지지율을 얻었지만 실제 의회에는 정의당 비례의원 1명이 들어간 것이 고작이었다. 정당득표와 의석수 사이의 불일치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 선거 이후 기초의회에서 다수당이 의회 주요 의결기구를 독점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책임정치의 일종이라는 옹호입장과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입장이 반목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견해는.
하: 우선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압승을 했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잘해서 뽑아줬다는 의견은 많이 나와 봐야 20% 정도였다. 나머지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혹은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정서가 반영된 결과였다. 때문에 집권여당이 이번 선거결과를 가지고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면 그건 민심을 잘못 읽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은 자리다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주민에 대한 책임감부터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의석수를 많이 가졌으니 의회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책임정치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대통령 후광효과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면 정말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서 그 일을 수행하는 게 진정한 책임정치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믿을만한 정당이 없다는 답변이 60% 가까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리다툼에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지방의회를 혁신하고 주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신: 우리사회는 이미 다원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현재 선거시스템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다수의 목소리, 강자의 목소리만 대변할 수 있는 구조다. 50% 남짓의 지지율로 의석을 독과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다양한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하기 어렵고 유권자들의 선택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의 참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그나마 기초의회에서 쏠림현상이 덜한데 이는 기초의회선거가 중대선거구제이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 방식으로는 승자독식구도가 마련될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체제도 경직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중대선거구제 확대와 더불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의 새로운 선거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 말씀처럼 이번 선거 이후 선거제도 개혁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하: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중앙선관위에서 제안했던 연동형비례대표제 방식에 대해 가장 반대해왔던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미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한 상태인 만큼 적어도 이 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가진 정당은 사라진 셈이다. 우선은 국회의원 선거에 해당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바뀌면 일종의 표준안이 마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선거도 뒤따라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당 측은 개헌과 선거제도개혁을 연계하자는 입장이어서 아직까지 쟁점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이번 선거결과로 인해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민심이 만들어 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신: 선거제도문제를 개헌과 연계해서 풀어가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선거제도개혁은 개헌과 분리해서 논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안이 아닌가.


하: 현재 정치권의 쟁점도 바로 그 부분이다. 선거제도 개혁자체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높아졌지만 막상 개헌과 함께 논의하려다보니 복잡해지는 측면이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일단 선거제도 개혁부터 합의하자는 입장이다. 개헌과 함께 논의를 시작하면 여야 간 입장차가 첨예하기 때문에 더 복잡해지는 측면이 있다. 선거제도개혁의 경우 이미 상당부분 의견이 좁혀진 만큼 먼저 합의를 하고 개헌논의는 이후 시간을 두고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단 국회에서는 개헌특위를 더 이상 지속하지 않는 대신 하반기부터 정치개혁특위만 따로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위원장으로 내정되어 있는데 소수정당이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좀 더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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