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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명품 숲을 가꾸다!서부면 판교리 임순환
청룡산에서 만난 임순환 씨.


서부면 판교리에는 정충사가 있다. 정충사는 조선시대의 사당으로 2009년 충청남도의 문화재자료 제401호로 지정됐다. 정충사에 배향된 임득의 장군은 조선 중기 무신으로 임진왜란 중 이몽학의 난이 발발하자 홍주에 살던 임득의 장군이 민병 800여 명과 가솔을 이끌고 포위망을 뚫고 홍주성으로 들어와 반란군을 폐퇴시켰다. 이후 일가족 18명이 공신 녹훈되며 호서지역의 대명문가를 이루게 된다.

임득의 장군의 14대 후손인 임순환(65)씨는 3년 전에 귀향해 조상의 역사와 문화재를 보호하고 알리며 주변 산인 청룡산을 가꾸고 있다. 임 씨는 GS건설에서 33년, 효성에서 3년, 도합 36년을 일하고 망설임 없이 귀향했다. “주변에서는 은퇴하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좀 쉬라고 하지만 산을 가꾸는 공익적 가치 활동이라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임 씨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술 마시는데 들어가는 돈을 아껴 인근 3000여 평에 나무 3000주를 심었다. 그것이 지난 2002년부터다. "할아버지 때문에 왔다. 늘 어릴 때부터 아버님이 해오시던 일이고, 할아버지에 대한 역사 등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임 씨는 공주대학교 문화유산대학원에 입학해 문화유산정책을 공부하고 ‘홍성 임득의 유적 활용방안’에 대한 논문도 썼다. 또한 국내의 임업현장 모범사례를 모두 견학 다니며 산림아카데미에서 임업분야 전문 과정과 농장 디자인 과정도 수료했다. “이 마을을 큰샘골 마을이라 불렀다. 예전에 큰 샘이 있었는데 샘은 아낙네들의 놀이터고 사시사철 일정 양의 물이 흐르며 그 물로 장이나 술을 담으면 아주 맛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샘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다. 큰 샘을 복원해 생터 놀이터를 만들고 싶은데 혼자의 힘으로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임득의 장군이 공신 역할을 하면서 하사받은 정충사 뒤편 청룡산 일대에는 임 씨의 그간의 노력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다. 임 씨는 이곳에 음나무, 고사리, 명이나물, 산양삼, 더덕, 그리고 화살나무 500주를 심었다. 또한 농업회사법인 숲담은(주)를 설립하고 320m의 모노레일을 설치해 체험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청정숲푸드 인증서를 매년 받으며 특별관리 임산물로 지정되고 있다.

“지금 여기가 3년 전만 해도 잡초밭이었다. 내가 오면서 이 공간을 마련했고 앞으로는 사람들이 6개월이든 1년이든 체류하면서 산림을 제대로 가꾸고자 하는 사람에게 인큐베이팅을 할 주거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청정한 산채 먹거리를 즐기도록 산나물 축제를 하기 위해 지금 주차장을 만들고 있는데 인력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임업과 관련해서는 지원정책이 없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임 씨는 일체의 체험비도 받지 않고 이 시설들을 운영한다. “돈을 벌려면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내 남은여생 동안 이런데서 가치를 찾으며 보람을 느끼니 피곤함도 잘 모르겠고 재미있고 신난다.”

청룡산 일대는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부서질 듯 반짝거리는 햇살 한 조각과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잡초, 청정한 산채들이 원시 상태로 보존돼있다. 작은 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생활하는 우리에게 임순환 씨가 정열을 다해 알려주고 있다. 한겨울 소복하게 쌓인 눈밭을 홀로 걸으며 문득 뒤를 돌아본다. 어떤 날은 똑바로 그 길을 걸어왔고, 어떤 때는 삐뚤삐뚤 술 취한 사람마냥 복잡한 마음이 발자국에 나타난다. 우리 인생의 모습과 다를 바 없지만 세상의 길은 직진만 있지 않다. 굽이진 길을 돌아 만나는 삶의 설레임이 청룡산 곳곳에 수놓아져 있다.

김옥선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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