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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된 ‘용대기’와 두레풍물 전통의 배다리희망을 일구는 색깔있는 농촌마을 사람들<25>
농촌마을 희망스토리-결성면 형산리 주교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9.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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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마을은 넓은 들판을 따라 농가가 뿔뿔이 흩어져 있다. 고대시대에 바닷물로 잠겼을 들판은 비옥하고 기름지다.

결성면 형산리 주교는 ‘배다리’라는 뜻을 가진 한자어로 고대시대에 바닷가 마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대동여지도’나 ‘해동지도’에도 서해의 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와 은하면을 지나 결성면 곳곳으로 스며든 모습을 보여준다. 그 때 이 마을까지 배가 들어와 ‘배다리’라는 이름이 생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마을의 지형을 보더라도 전통시대에 냇가 양쪽으로 형성된 마을이 주교다.

■ 귀농·귀촌 선호하는 청정지역
주교는 오래 전 옛날 바닷물에 잠긴 갯벌이었을지도 모를 평평한 지형으로 주변의 여느 동네보다 넓은 평야를 가졌다. 농가도 들판을 따라 구릉지에 띄엄띄엄 흩어진 모습으로 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1반은 윗톨미, 2반은 아랫톨미로 불리기도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 주교 대신 ‘톨미’라는 마을이름이 더 익숙하다. 주민은 48세대 80여 명으로 90% 이상 벼농사를 짓는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는 냉이도 많이 재배했다. 결성면에서는 최초로 시작한 냉이 농사로 농가소득을 많이 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고령화로 일손이 많이 필요한 냉이에 대한 인기가 시들해졌다.

심각한 이농현상으로 1990년대 말에는 29세대로 줄어들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거의 20년만에 20세대가 더 늘어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2000년대 들어 귀농·귀촌 인구가 주교마을을 찾으면서 변화된 모습이다. 주교마을 이환중 이장의 말이다. “주교마을이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외지에서 많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공기가 맑고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가 2km 이내에 있어 교통이 좋은 것도 장점입니다. 우리는 오시는 분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무척 노력하며 돕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땅이 비옥한 것도 귀농인들에게는 매력이다. 비교적 젊은 50대 귀농인만 3~4명이 되는데 모두 축산을 한다. 원주민까지 포함해 축산농이 5가구로 한우를 기른다. 최근에는 주교마을 주변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와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 곳의 면적은 8000여 평이다. 4500평, 3600평 이렇게 두 군데 임야에 완공됐다. 이 이장은 정부 시책사업이어서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수용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큰 비가 오면 토사유출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업자 측에서는 그런 문제가 없도록 예방조치를 잘 해놨다고 하더군요. 태양광발전소 때문에 온도가 상승한다는 말도 있고, 전자파가 주민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소리도 들려 염려됩니다.”

서울 꼭두박물관에서 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어 전시하고 있는 용대기를 빌려 와 마을회관에 보관하고 있다.

■ 조선시대 제작된 용대기
주교에는 약 200년 된 문화재가 있다. 바로 용대기다. 마을회관 앞에는 이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민속자료 제4호로 지정된 용대기는 가로 320cm, 세로 180cm로 1824년(순조24년)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자세한 설명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용대기는 용대기놀이에서 사용하는 깃발이다. 원래 용대기는 일명 ‘교룡기’라고도 하며 왕이 군대를 사열할 때 이 기로 각 영에 명령하던 것이다. 깃발은 누런 바탕에 용 두 마리와 구름 모양을, 그리고 가장자리에 불꽃 모양을 상징하는 붉은 헝겊을 달았다. 이 깃발은 군복을 입은 장교가 받쳐 들었으며 4명의 군사가 깃대에 잡아맨 끈을 사방에서 한 가닥씩 잡아당겼다. 용대기 놀이에 사용되는 이 깃발도 군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그 가치를 몰랐던 50여 년 전에는 주민들이 함부로 다루거나 보관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분실될 뻔 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회관이 없었기 때문에 큰 집의 사랑방이나 이장의 집에 보관을 했다. 겨울에는 주민들이 사랑방에 모여서 놀다가 밤에 용대기를 이불로 삼아 덮고 자기도 했다. 길이가 2m가 훨씬 넘어 어른 몇 사람이 덮어도 충분했다. 그러나 잠결에 추위를 느낀 사람들이 서로 당겨 덮으려다가 찢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금은 마을회관에서 이장이 책임을 지고 관리한다. 용대기를 제작한 작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용은 마을에 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주교마을에서는 1960년대까지 두레가 성행했다. 논매기 작업을 공동으로 할 때는 좌상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광서 1891년에 만든 용대기를 앞세우고 그 뒤를 농악이 따르며 논으로 향했다. 두레깃발을 세운 나무를 받치는 사람 1명, 균형을 맞추기 위해 줄을 당기는 사람 3명, 농악 6명으로 구성돼 흥을 불어넣었다. 두레깃발은 보통 10일 정도 논을 맬 때 사용했다. 각각의 마을에서 서로 자기 논으로 향할 때 다른 마을 두레패들이 있으면 두레싸움이 벌어졌는데 보통 풍장놀이로 했다. 몇 날 며칠 풍장(사물농악)을 쳤다고 한다. 원형산마을과 서로 형님 아우 하면서 두레 풍물놀이를 했다고 한다. 주교마을은 1982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여해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65세 미만 청년이 10여 명으로 모두 개인사업을 한다. 소를 100마리씩 사육하는 축산업도 일종의 기업이나 마찬가지여서 한 마을에 살면서도 서로 마주치기 어렵다. 벼농사에 종사하는 주민은 70~80대 노인들뿐이어서 공동으로 제초작업을 할 때가 어렵다. “1년에 2회 마을 제초작업을 하는데 지난해부터는 사람을 사서 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바쁘다 보니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마을행사 때는 젊은이들이 찬조를 하거나 잠깐 와서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작년 여름 중복 때는 축산을 하는 청년 3명이 점심을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이환중 이장은 바쁜 청년들이 마을의 대소사에 자주 참여하지는 못해도 관심을 갖고 각기 나름대로 도와주려고 애쓰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 이환중 이장, 면이장협의회장도 맡아

이환중 이장<사진>은 논 10마지기 규모의 수도작을 하고 있다. 경작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자꾸 하락하는 쌀값 때문에 걱정한다. “쌀값 때문에 농민들 시름이 많습니다. 정부가 수매도 잘 안 해줍니다. 우리는 배운 게 농사일인데 소득이 안 돼도 본업이니까 벼농사를 해야 됩니다.” 이 이장은 정부가 남아도는 쌀 때문에 타작물 전환을 장려하고 있지만 비교적 일이 수월한 편인 수도작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결성면이장협의회 회장도 맡은 그는 과거 결성군청 소재지였던 읍내리에 남은 문화유적을 지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결성면이장협의회가 나서서 석당산 결성읍성에서 잡목을 제거했고, 새마을지도자들과 같이 무연고묘에 풀베기 작업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 김달순 전 노인회장, 장수마을

김달순 전 노인회장(83·사진)은 주교에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원주민이다. 그 역시 논 10마지기 규모의 수도작을 한다. 밭농사로는 고들빼기, 고추, 강낭콩을 심는 등 자급자족하는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은 37명인데 그 중 90을 넘은 분이 3명으로 장수마을입니다. 노인회에서는 새봄맞이 마을 대청소도 합니다. 젊은이들은 바쁘니까 비가 오는 날이나 여가가 있으면 물고기를 잡아와 어죽을 쒀 대접을 합니다.”

그러나 요즘 노인회에는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 부녀회원이자 노인회원이기도 한 할머니가 중풍이 들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집에서만 지내게 되자 모든 여성회원들이 그 집에 찾아가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혼자 외롭게 계시는 할머니를 찾아가 말벗을 하며 놀아주는 바람에 경로당 할아버지들이 식사를 챙겨 드시기 어렵게 됐습니다.” 아직도 옛날 어르신들이어서 할아버지들끼리는 자취가 잘 안 되는 점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도 외롭게 투병하는 할머니를 위한 동료 여성회원들의 섬김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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