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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한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신과 인간도 서로를 필요로 하고, 인간과 자연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 특히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필요로 할 때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자신에게 득(得)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혹 보통 사람들이 거지에게 인사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성인(聖人)이 아니고서는 인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은 곧 ‘당신의 도움이 필요 합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J는 노랑색 모자와 빨강색 셔츠, 파랑색 반바지와 주황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목에는 헤드셋을 걸치고, 어깨에는 파랑색 가방을 메고 있었다. 29세 성인 남성의 옷차림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이색적이었다. 걱정이 없을 것 같은 첫인상과 달리 J는 몇 가지 고민이 있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공장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퇴사했다. 그 후 시청에서 연결해주는 일자리에서 면접을 봤지만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으로 SNS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SNS를 통해서 얻는 만족감이 함께 공존했다.

J는 SNS를 통해서 강○○ 기상캐스터의 팬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에서 만난 회원들과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만난다. 가끔 강○○ 기상캐스터와 함께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면서 자신의 활동이 그녀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회원들과 같이 그녀의 활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업로드도 하고, 매일매일 그녀의 일상을 체크하면서 시시각각 관심을 갖고 댓글 달기 등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J는 4년 전부터 매달 2회씩 헌혈을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 어지럼증이 있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지만 헌혈을 할 때마다 환대해주는 담당 간호사의 친절과 따뜻한 미소 때문에 그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헌혈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 운동이다. 시청 광장에서 저녁때마다 진행되는 에어로빅은 강사의 동작과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다. J에게 있어서 운동은 매우 중요한 삶의 의미가 담겨 있다. J는 대학교에 입학 후 체중이 100kg을 초과했다. 당시 학과 동기들과 어울리기도 힘들었고, 우울함이 극에 달해서 우울증 약도 몇 개월 복용했다. 하지만 담당 교수의 소개로 학생생활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으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1년 만에 30kg을 감량했다. 그때의 성공 경험은 이후 자존감을 높여줬고 자신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갖게 됐다.

대상관계이론가인 페어베언(Fairbairn)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유아적 의존단계, 과도기적 단계, 성숙한 의존단계라는 세 가지 발달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는 자율적 기능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며 자신의 삶에서 주요 인물들과 관계하는 특정한 방식이 된다고 보았다. 초기 유아적 의존단계는 최초 보호자와 심리적으로 융합되어 있으며, 자기감이 전혀 발달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일차적 동일시라고 한다. 과도기적 단계는 성숙한 의존단계로 가는 분리 과정이지만 이 과정이 교량역할을 못할 때 정신병적 상태가 된다고 했다. 곧 J가 즐겨 입는 화려한 색깔의 의상, 강○○ 기상캐스터의 팬 카페 회원으로서 장시간 시간을 할애하는 것, 친절한 간호사의 태도로 헌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그녀들과의 일차적 동일시를 열망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J는 자신이 사회복지사로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열망하고 있음을 인식했다. 상담자는 J가 사회복지사로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성숙한 상호의존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최명옥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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