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 많은 스물여섯 살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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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것 많은 스물여섯 살 청년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12.16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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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당신

홍성YMCA 신나라 간사
홍성YMCA에서 만난 신나라 간사.

이십대에 나는 정작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 당시 정국은 어지러웠고, 사회는 불안했다. 그게 뭐라고 내 청춘의 절반을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런 시간들로 점철했을까 싶다. ‘생계를 어떻게 이어갈까’하는 고민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생계를 위해서는 그저 아르바이트를 조금 했다. 그래도 굶어죽지 않고 용케 그 시간들을 버텼다. 버티고 견딘 시간의 더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인가 사실 지금이 하고 싶은 일이 더 많다. 사람을 만나고, 뭔가 작당을 하고, 생산해내는 일은 그저 먹고 사는 생계의 문제와는 거리가 멀지만 늘 즐겁고 보람찬 일이다.

지난 10월부터 홍성YMCA 간사로 일하기 시작한 신나라 간사는 스물여섯 살 청년이다. 별명이 ‘씬나’다. ‘신이 나다’는 말을 모티브로 했다. 얼굴이 신나 보이기는 한다. 씬나의 고향은 논산이지만 정말 그곳이 고향일까 싶다. 어릴 때부터 워낙 이사를 많이 다녀서다. 홍성에 온 지는 10년이 되간다. “내 자아정체성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홍성에 살아서인지 지금 나에게 홍성은 고향이다. 홍성은 도시도 아니고 시골도 아닌 것이 지금 나한테 딱 살기 좋은 지역이다.”

씬나는 스물한 살에 과감하게 대학을 그만뒀다. 식품영양학과를 들어간 씬나는 과연 지금의 대학 공부가 이후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와 같은 분위기의 학과 공부, 오로지 진로에만 초점이 맞춰진 지금의 대학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지도교수는 말렸지만 정작 씬나의 부모님은 씬나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오히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될 듯싶었다. 이후 씬나는 서울에서 예술 관련 사회적 기업을 창업했다. 결과는 망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현실에서 먹고 살기가 어렵다. 그런 친구들을 모아 작업물을 판매하거나 공모전 등을 열어 청년예술가들의 기본 생계유지를 해주자는 취지였다. 예술 하는 청년들의 노동인권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예술인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플랫폼을 만들까 고민했던 것인데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워낙 사람이 많은 것을 싫어했던 씬나는 도시에서 소음과 공해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회적 기업을 정리하고 고향인 홍성으로 돌아왔다. 장곡면 협업농장에서 일을 해보며 농사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풀무생협에서 1년 정도 일을 하면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홍성YMCA에서는 그전부터 씬나를 불렀지만 망설였다. 홍성YMCA 활동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재영 사무총장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간사 활동을 시작했다. 씬나가 홍성YMCA에서 맡은 책무는 청소년 교육 파트다. 청소년 교육 파트를 담당하면서 씬나는 좀 더 고민이 많아졌다. 학교교육에서 배운 것이 삶의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오로지 취업만을 목표로 한곳만을 달려가는 지금의 교육과정에 스물여섯 살 청년의 도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친구들과 홍예공원 밤 산책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씬나는 음악을 하는 남동생과 함께 자신이 틈틈이 작업한 그림을 엮어 하나의 창작과정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 빛나는 이십대 청춘 씬나의 앞길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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