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이여, 백발 보고 웃지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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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이여, 백발 보고 웃지 마소
  • 이석규 주민기자
  • 승인 2019.01.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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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면 한글교실 수료식
은하면 장척행복거점경로당 찾아가는 한글교실 수료식에서 자서전을 들고 웃고 있는 어르신들.

홍성군이 선정한 은하면 장척행복거점경로당(회장 이회천) 찾아가는 어르신 한글교실 수료식이 지난달 19일에 진행됐다.

대한노인회 홍성군지회 프로그램 관리부 오향아 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수료식에는 이정복 분회장, 배봉수 이장 및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화원 지회장으로부터 최고령자 박예분(94) 외 15명이 영예의 수료증을 받았다. 이와 함께 김덕임, 김정희 어르신이 영광의 모범상을 수상했다.

한글교실은 지난 2014년 12월부터 지난달 19일까지 매주 월요일에 수업을 받아왔고 신복섭 강사의 지도하에 이뤄낸 빛난 결과다. 특히 수료식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료생들의 자서전이 눈길을 끌었다. 자서전 내용도 모두 다르다. 각자의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그동안 갈고 닦은 생각도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나 진솔하고 상세하게 정리돼 있어 대대로 물려줄 수 있는 가보가 될 뿐 아니라 보물 중에 보물이다.

자서전은 대한노인회홍성군지회가 한 권의 책으로 펴내 수료생 전원에게 선물했다. 인간과 배움, 배움과 인간은 불가분의 관계임을 한층 느끼게 한다. 글을 배운다는 것도 글을 쓴다는 것도 언어가 인간을 부려서 글을 쓰게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16권의 자서전 중 김정희(90)어르신의 자서전을 살펴보면 어린 시절 일본말을 배워 일본말을 해야 하는 일제 강점기를 살아온 증인이었다. 17살 꽃다운 나이부터 배고팠던 중년의 인생살이와 4~50대 대천, 홍성, 예산장을 완행열차를 타고 오가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가난한 삶의 글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인생 마미마디가 깊은 감동을 준다. 정신없이 살아온 야속한 세월을 90이 훌쩍 넘긴 인생의 끝자락에서 노인회 한글교실을 통해 배우다보니 이제는 90의 나이란다. 이제는 편지도 제법 써서 자신의 이름을 편지 겉봉에 커다랗게 써서 애들한테 자랑삼아 보내기도 하고 시장에 가면 상회 간판도 읽어보고 터미널에서는 버스 행선지 푯말도 읽어보며 공부할 때 심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중얼대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고 한다.

어르신은 “가갸거겨 뒷자리도 모르는 시골 노인들에게 배움의 문을 열어준 노인회에 감사하다”며 “항상 웃음으로 가르쳐준 강사에게 감사드린다”는 글이 자작시와 더불어 기록돼있다. 자작시 중 ‘백발’이란 시다.

청춘들이여!/백발을 보고 웃지 마소/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라오/물밀 듯 밀려온 세월 속에/오는 현실을 어찌할 수 없었소/엊그제께는 꽃다운 청춘이/오늘의 백발이오/자연적으로 오는 세월/막을 수는 없었다오.

편지글 형태를 가진 김 어르신의 자작시에는 속절없이 지난날들에 대한 바람과 추위, 외롭고 쓸쓸했던 세월을 묶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줬고 문장을 바라보면 모두가 내 뜻 내 힘으로 나를 이끌어간 삶을 이제는 좀 더 크고 높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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