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한 가지 요리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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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한 가지 요리를 먹자!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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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밥상 헬렌 니어링 저 | 디자인하우스 | 1만 4800원

먹방의 시대가 한 물 갔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개인 유투브와 블로그 등에는 맛집 탐방과 혼자 자장면 10그릇 먹기 등과 같은 영상들이 인기다.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수적 요소가 음식이다. 매일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해 자신의 건강을 보살피는 일은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 외식문화가 발달하면서 그저 하루 한 끼를 때우는 것이 아닌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만 한다면 쉽게 양질의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일각에서는 이렇게 급하게 변해가는 외식 문화에 대해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있다. 음식이란 자고로 천천히, 최대한 자연이 주는 것 그대로를 먹어야 우리의 몸 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이로운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도시에서 시골로 귀농하는 모든 이들의 로망이 텃밭에서 생산된 자연 그대로의 작물을 그대로 식탁에 올리는 일이다. 농약 한 번 주지 않고 키운 작물은 조금은 못 생기고 모양새는 볼품없어도 내 가족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수확한 작물들이다. 가장 최소한의 양념으로 날것의 풋풋함을 즐기는 일은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자연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였던 헬렌 니어링은 91살까지 장수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헬렌도 남편 스콧 니어링처럼 100세까지 살았을지도 모른다. 남편 스콧 니어링은 100세 때 서서히 음식을 끊어 목숨과 작별을 고했다. 이들은 약국도 병원도 다니지 않았다. 건강한 삶을 지켜낸 비결, 바로 ‘먹는 법이 사는 법’이라는 이 부부의 철학이 담겨있는 ‘소박한 밥상’은 니어링 부부의 삶을 건강하게 지탱해준 먹을거리와 요리에 관한 실용서다. 더불어 니어링 부부의 음식 철학을 알 수 있는 에세이이며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세밀한 철학서이기도 하다. 자급자족,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 평화주의와 채식주의, 땅에 뿌리를 박는 삶, 문명의 병폐에 물들지 않은 건강하면서도 의미가 충만한 대안적 삶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헬렌 니어링은 먹고 사는데 적어도 절반이상 자급자족 한다는 것과 돈을 모으지 않는다는 것, 동물을 키우지 않으며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 ‘조화로운 삶’을 평생 실천하며 스콧 니어링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귀농과 채식 붐을 일으켰다. 헬렌 니어링은 1904년 뉴저지 릿지우드의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예술과 자연을 사랑하고 채식을 실천하는 부모 슬하에서 그녀 역시 자연의 혜택을 흠뻑 받으며 자연스럽게 채식인으로 성장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그녀는 젊었을 적부터 유럽 여러 나라를 자유롭게 여행했고, 한때는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와 교류하기도 했다. 1928년 헬렌은 장차 남편이 될 스콧 니어링을 만난다. 스콧 니어링은 왕성한 저술과 강연으로 존경받는 교수 출신이었으나,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반전 운동을 벌인 명목으로 당시 주류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있었다. 미친 사회라고 규정한 자본주의, 제국주의 사회의 대안으로 ‘생태적 자치사회’를 몸소 실천하고자 1932년 도시를 떠나 버몬트의 한 낡은 농가로 이주한다. 바로 그 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조화로운 삶’을 시작한다.

‘나는 사람이 감자나 사과 깎는 것을 보고 살림하는 태도(일반적으로 성격까지)를 가늠한다. 사과 씨 부분을 많이 도려내거나, 껍질을 두껍게 깎는다면 낭비와 사치가 심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은 낭비하는 부류로 분류해서 부엌일을 도와준다고 해도 사양한다. 나처럼 껍질을 얇게 깎는다면 여러 면에서 신중하고 절약하는 부류다.’ 헬렌 니어링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옛날에는 여인이 사과 하나 깎는 모습을 보며 살림을 잘 할 사람인지 아닌지를 봤다고 한다. 우리 옛 어르신의 판단과 어떤 면에서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가스나 전기스토브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작불로 천천히 조리할 때 보전하는 것을 잃게 된다. 훌륭한 수프를 만들려면 재료를 찬물에 넣어 약한 불에서 은근히 끓여서 재료의 맛이 충분히 빠져나오게 해야 한다. 수프는 서두르면 망치게 된다. 이렇게 천천히 오래 조리하면 풍미가 풍부해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엌에는 석유곤로가 있었다. 석유곤로 위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밥 냄새는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고는 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집마다 전기밥솥을 사용한다. 그러나 전기밥솥에서 빠르게 익어가는 밥 냄새는 담장을 넘어 그 냄새를 전하지는 못한다. 어쩌면 빠르게 변화하는 기계의 발달이 우리의 추억과 입맛까지 바꿔놓았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에 한 가지 요리를 먹는 사람에겐 의사가 필요 없다’는 스코틀랜드 격언처럼 너무 많은 음식이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나아가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소박한 밥상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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