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상태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이병희 칼럼위원
  • 승인 2019.03.28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 100만 명도 되지 않는 국민행복지수의 절대강국 부탄! 최빈국이던 부탄이 행복이라는 비개념적 척도의 계량화를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점은 참으로 이채롭다. 국민 개개인의 행복 총합을 끌어 올리려는 부탄 정부의 노력은 사뭇 가상하다. 우화 속에나 나올 법 한 ‘첫눈공휴일’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국민 행복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아닐지라도, 국민 행복을 향한 최선의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비록 세계 100위권 밖의 소득 수준인 나라이지만, 신호등과 담배 연기가 없는 유일의 금연국가, 교육비와 의료비가 무료이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며, 전 국토의 60%이상을 숲으로 유지해야 하는 헌법조항이 있는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적 성과가 더딘 국가가 가질 수 있는 당연한 혜택 정도로 눙치고 만다. 경제적 척도에 대한 우월 의식으로부터 행복이 파생된다고 믿는 것이 안타깝다.

뜬금없이 20년이나 지난 강우석 감독의 사회고발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가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대 우리 세대가 겪었던 슬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슴 아린 영화다. 하필 부탄의 행복지수와 연관 짓는 이유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켜야하는 것이 성적으로 비유되는 부의 가치가 최선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장 주도의 경제 발전을 통해 행복의 기반을 마련했음에도, 실제 느끼는 행복지수는 부탄의 그것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너무도 왜소하게 만들어버린 탓이다. 

TV로 대표되는 신문명의 보급으로 더 많은 걸 갖고 싶어 하면서 부탄의 국민행복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행복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끔 한다. 인위적인 재생 공간이 만든 반 자연적인 행태로 인해 먼지와 악취가 가득한 세상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막막하다. 행복은 결코 혼자 독차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있을 때만이 누릴 수 있는 게 행복이다. 국가와 사회가, 그리고 지역이 앞장서서 그 받침을 해줘야 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지역의 행복가치 개발에 정책의 방점을 두어야 할 때 다. 주거, 환경, 교육, 문화 등 행정의 시스템을 군민 행복의 관점에서 새롭게 개선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누리는 행복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일시적인 보조와 지원만으로 사라진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다시 듣게 할 수는 없다. 여유와 낭만, 숨 쉬는 자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농업환경, 정주환경, 교육환경을 어제 그랬듯 오늘도 그러려니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넘쳐나던 지난날의 감수성으로 새로이 살펴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인위적인 소비와 경제라는 물질적 요소로 이끌어 내는 임시공휴일이 아닌, 여유와 낭만이 가득한 정신적 요소를 휴식과 힐링으로 빚어내는 ‘첫눈공휴일’ 같은 정책적 배려가 시급히 필요한 때다.

이병희<홍성군의원·칼럼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