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시라, 새로운 인생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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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시라, 새로운 인생이 보일 것이다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5.1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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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C가 만난사람<3>

육아휴직 마치고 복직한 홍성군청 박종근 주무관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내 기억에 아이들이 남아있다는 것”


최근 ‘아빠육아’가 중요해지면서 아이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가 늘었다. 물론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쉽지 않을 터. 이제 육아는 ‘도와주는’ 일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7살(아들)과 4살(딸), 두 아이의 아빠인 박종근(40. 홍성군청 근무) 씨는 2017년 12월부터 17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 5월 1일 복직했다. 육아휴직을 하기 전부터 직장에 이야기하며   동료들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았지만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회상하는 종근 씨는 그래도 몇 년이 지나서 되돌아봐도 결코 후회하지 않은 선택이었을 거라고 밝혔다. “공무원인 아내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고 복귀를 해야 할 시점이 되어 긴 숙고 끝에 아직 어린 둘째 딸아이를 위해 ‘육아대디’를 선택했어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17,662명으로 전년 12,042명보다 46.7% 증가했다. 2009년만해도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불과 502명이었으나, 해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은 드물다. “행여나 육아휴직이 공무원이나 대기업 등 어떤 특권층만의 기회라고 여길 것 같아 걱정이 됐어요. 물론 공무원들은 그나마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사업장보다 괜찮아요. 만약 육아휴직이 어렵다면 부부가 함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권장하고 싶어요. 육아기 부모가 아이의 등하교(원) 때문에 시달리지 않도록 일상적 근로시간 단축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거든요.”

육아휴직으로 가족의 삶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내는 돈을 버는 가장으로 남편은 집안을 책임지는 아내로 서로의 바뀐 역할을 잘 수행했다. 남편 종근 씨는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며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일 때문에 아내가 늦을 때는 예전에 아내가 했던 것처럼 잔소리를 하다가 예전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단다. “육아휴직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과의 관계보다 아내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휴직하고 온전히 주부가 되어보니 그동안 아내가 어떤 일들을 해냈는지 감히 짐작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자 이전 삶과 달라졌다. 종근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오롯이 아빠와 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손을 잡고 남산이나 용봉산 등 주로 숲에 갔다. 손수 도시락을 싸고 하루종일 숲에서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했다. 유튜브 등을 통해 놀이방법들을 배우고 직접 놀잇감들을 만들어 아빠만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놀아줬다. 그러나 육아휴직 동안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다.  “육아휴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과 우울감이에요. 아무래도 육아를 하는 주체가 아직은 엄마들이기에 아빠는 엄마들 무리에 친하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죠. 그러다보니 육아고립도 생기고 우울감도 올라오더군요.”

종근 씨는 더 많은 아빠들이 경제적, 심적 준비 등 아내와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준비가 된다면 육아휴직을 해보길 권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생을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신기한 감정을 느낄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는 아이들이 어릴 때만 누릴 수 있는 기회에요. 육아대디가 되면서 내 인생이 더 행복해졌기 때문에 다른 아빠들에게도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어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고, 그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이라는 종근 씨의 말이 잔잔하게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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