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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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고 2부
  • 편집국
  • 승인 2007.11.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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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수교수-헬렌 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사랑

한편,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980~1968)와 앤 맨스필드 설리반(Anne Mansfield Sullivan) 선생님의 사랑을 꼽을 수 있다. 헬렌 켈러는 어릴 때에 앓은 열병의 후유증으로 시각과 청각을 잃고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가 가정교사인 설리반 선생님과의 만남을 계기로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마침내 세계적인 사회복지 사업가로서 인간승리를 일궈낸 인물이다.

자신의 장애를 비관하여 공격적인 성품을 지닌 헬렌 켈러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한 것은 설리반 선생님의 인내와 사랑, 그리고 기도였다. 설리반 선생님은 헬렐 켈러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던 인식의 창구, 즉 촉각을 통해서 지적知的 충격을 주었고 그것이 그녀의 학구열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헬렌 켈러는 맹인, 벙어리, 귀머거리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버드대학의 래드크리프 칼리지에 입학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헬렌 켈러는 섬세한 필력으로 여러 권의 주옥같은 책을 집필하였고, 평생 동안 맹인복지사업에 헌신함으로써 ‘3가지의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한 성녀聖女’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제자인 헬렌 켈러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던 설리반 선생님도 한때는 쓸모없는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의 설리반은 매우 불행했다. 그녀가 10살 되던 해에 남동생과 함께 고아원에 버려졌고, 이들 남매는 그곳에서 온갖 학대와 시련을 경험하면서 성장했다. 그런 와중에 남동생이 죽었고, 설리반도 원인모를 눈병에 걸려 실명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시련과 절망 앞에서 용기를 주는 이야기(김동범 저)≫라는 책에 따르면, 설리반은 정신병까지 얻어 매사추세츠 근교의 한 병원에서 장기간 입원을 했다고 한다. 의사들은 설리반을 산송장처럼 취급하며 더 이상의 희망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그 병원에는 퇴직을 앞둔 늙은 간호사가 있었는데, 그녀는 설리반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극진한 사랑으로 정성껏 돌봐주었다. 나이 많은 간호사가 행한 사랑과 봉사는 무기력의 블랙홀에 빠져 있던 설리반에게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도저히 나을 것 같지 않았던 정신병이 말끔하게 치유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퇴원해도 좋다는 통보를 병원 측으로부터 받았지만, 설리반은 돌아가지 않았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을 진심으로 돌봄으로써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 만난 사람이 7살의 어린 장애아인 헬렌 켈러였다. 그리고 설리반은 늙은 간호사로부터 받은 사랑에다 자신의 사랑까지 보탠 ‘아주 큰 사랑’으로 헬렌 켈러의 영혼을 자극해서 그녀의 상상력과 기억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이렇게 헬렌 켈러의 인간승리 이면裏面에는 위대한 스승인 설리반 선생님이 있었고, 설리반 선생님의 배후에는 퇴직을 앞두고 불쌍한 설리반을 위해 숭고한 인간애를 발휘했던 늙은 간호사의 조건 없는 사랑이 있었다. 즉 사랑이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이들 세 사람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 인간관계를 지켜주는 ‘5-2=3’과 2+2=4‘의 원리

사람과 사람간의 인간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주는 수단으로 사랑을 따를만한 게 없다. 그 대상이 연인이든, 동업자든, 부모든, 직장상사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실천하는 한, 인간관계는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랑 모드의 작동을 방해하는 두 가지 요소는 ‘오해’와 불신에 기초한 ‘시험’이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5-3=2’와 ‘2+2=4’의 원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는 ‘오(5)해가 생기면 세(3)번을 숙고해보자. 그러면 이(2)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2)해를 하고 나서 또 이(2)해를 하려고 노력한다면 아무리 미워했던 사람일지라도 사(4)랑을 할 수 있다.’라는 의미다. 사랑을 지키고 가꿔나가는데 있어서 숙고熟考와 따뜻한 이해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또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서 끊임없이 시도되는 시험에 대해서는 중국의 탄줘잉이 따끔한 충고를 주고 있다. 그의 충고가 의처(부)증으로 고민하는 사람이나 연인의 사랑에 끊임없이 의구심을 갖는 젊은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생각에서 여기에다 옮겨 적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예단하지 마세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에 들게 하지 마세요.
지나치고 나서야 후회하게 됩니다.
세상은 이따금, 후회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탄줘잉 편저,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김명은 역)≫, p.95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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