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과 신의, 창의의 시대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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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과 신의, 창의의 시대가 왔습니다"
  • 전만수(본지자문위원장)
  • 승인 2010.12.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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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성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상임대표

박종성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 상임대표와의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옛 한나라당사 5층에 자리하고 있는 (사)한국정신보건가족협회중앙회 사무실에서 이루어 졌다. 소박하게 꾸려진 그의 사무실은 평안함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박종성 회장은 대한정신가족협회 대전지부장을 거쳐 현재 중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11월에 장애인단체의 사령탑인 장총 제6대 상임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오리지널 우리나라의 4자 성어 입니다." 정도전이 이방원의 회유를 거부하고 방원 손에 죽으면서 일갈한 말이란다. "진흙투성이 속에서 개처럼 싸운다"는 뜻을 '왕자의 난'에 빗댄 말로 정도전의 죽음이 태조 이성계로 하여금 '함흥차사(咸興差使)'의 고사를 만들어 내게 된 주요 요인이 되었다는 설명도 덧 붙였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자리에 앉으면서 던진 박 회장의 화두가 범상치 않았다. 당초 정형화 된 질문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생각했기에 내친김에 하고 싶은 얘기를 충분히 듣기로 작정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취임 인사말 중에, 기본이 중요함을 강조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문으로는 기본서가 주자 선생이 쓴 '소학'인데, 구사구용(九思九容)으로 요약됩니다. 구사는 예기(禮記)편을 인용한 것으로 주로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을 말한다"며, 박 회장이 상임대표로서 장총을 이끌어 가고자 하는 중심철학으로 이해될 수 있는 소신을 술술 풀어놓았다.

박 회장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화합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화(和)는 배화(禾)에 입구(口)로서 농경사회의 주식인 화분과의 농산물을 입에 넣어 씹을 때가 '화(和)'로서 화합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장애인 단체 간에 현재하는 갈등을 화합으로 승화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이루겠다는 의지임을 강조했다.

둘째는 "신의(信義)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정도전이 서울을 설계할 때 '인의예지'를 동서남북의 문에 현판으로 달았습니다. 흥인지문(동), 숭례문(남), 돈의문(서), 홍지문(북) 그리고 그 중앙에 보신각을 세웠습니다. 보신각이 신(信)입니다. 5행중에 토(土) 즉, 중심이 신(信)입니다. 저는 이시대의 중추세력을 장애인으로 봅니다." 장애인에 대한 그의 열정과 애정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셋째, "창의(創意)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사람은 어디에 가치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달려있다고 생각 합니다. 화합(和合)과 신의(信義)와 창의(創意)가 나의 가치관입니다. 즉 중화사상이 나의 가치관입니다. 중화사상(中和思想)은 중용(中庸)을 강조하는 나 나름대로의 정리인데, 앞서 얘기한 신(信)을 의미합니다. 결국 5행의 신(信)으로 모든 게 귀착된다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70세까지 장애인을 위해 봉사하고 낙향하여 유유자적하며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다소 이해되기에는 어려운 축약이 있었으나 대화의 물꼬를 이어가기 위해 질문을 삼갔다. 한문으로 무장된 박 회장의 해박한 깊이를 느끼기에 충분한 행간이었다.

순간 분위기에 편승하여 재빨리 던진 나의 "믿고 있는 종교는 무엇입니까?"에 대한 화답은 아주 단호했다. "저는 유불선(儒彿仙)을 함께 합니다. '만수일리(萬殊一理)'요, '성리천명(性理天命)'입니다. 여기서 수는 다를 수(殊)로서 만 가지 다름이 하나로 귀일함을 뜻하고, 성은 생(生)과 마음심(心)으로 칸트의 사상으로 보면 의(義) 즉 '옳음'을 얘기하고 '정(正)'으로 통합니다. 60여생을 살다보니 이제서 뭔가 좀 알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갈수록 태산이다. 도통한 사람처럼 선문답이다. 결국은 종교를 정(正)과 의(義)로 정리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박종성 회장의 멘토는?
"백야 김죄진 장군을 존경합니다. 그분의 순수한 마음을 높이 삽니다. 노비해방을 실시했고, 호명학교를 세워 개화사상을 전파 했습니다. 28세의 나이에 당시 임시정부 김구 주석으로부터 국방부장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여기(북쪽)서 막아야지..."하면서 상해로 가기를 거부한 것 등은 대단히 훌륭한 결단이었습니다. 제가 중국에 있을 때 한 교포노인이 "요즘 한국이 잘사는 게 누구 덕인 줄을 아느냐?"며 김좌진 장군의 당시 활약상을 얘기 했을 때 찡함을 느꼈습니다. 내 고향이 홍성임을 큰 긍지와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에 있으면서 비로소 민족적 자긍심의 원천이 고향 홍성임을 알았다는 부연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기회가 주어지면 백야 김죄진 장군 기념사업에 대한 역할도 하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그동안 인생을 살면서 소중한 만남이 있다면...
"나는 간혹 한명회에 비교합니다. 나이 40에 정식 직원이 되었습니다. 34세에 가정을 꾸리고...아픈 기억이 많습니다. 초․중학교까지는 특징이 없었으나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좀 했습니다. 그리고 환경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를 만나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분이 배재대학교 정순훈 총장님입니다. 중국에 2005~2006년까지 3년 간 있을 때 그분의 강력한 추천으로 절강성 항주의 월수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할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학자들과의 폭넓은 교류는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인생철학이 성숙되었고 깨달음을 얻은 과정 였습니다. 20여년 가까이 근무한 한남대학교도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의 대상입니다. 촉탁직원으로 시작하여 법인과장, 연구실장에 이르기까지 늦깎이 출발과 굴절이 세상의 매서운 풍파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인내의 수련장이었던 셈입니다."

장총의 상임대표로 고향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구상은...
"저는 편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향은 마음으로 사모하는 것이지... 장애인 사업은 중용의 입장에서 골고루 지역 안배를 해야 합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함이 없어야 한다는 중용의 리더십 철학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전투구 말씀을 하였으니, 요즘 정치권에 대한 생각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년간 강원도에서 깨달음을 얻은 줄 알았는데 제대로 수련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형님이란 분도 자기 동생을 생각하면 양보하고 전국으로 분배 해야지 '성리천명(性理天命)', 소학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소위 '형님예산' 논란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날선 내공이 든 그만의 평이다.

비장애인들에게 바라는 장애인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과 태도는?
󰡒내 가까운 친인척부터도 못마땅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명예(名譽)와 덕(德)만 남는 게 인생입니다. 약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중용(中庸)과 신(信)과도 통하는 말입니다. 항상 나보다 뭔가 부족한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 장애인 중에 정신지체장애인이 가장 많습니다. 220만 명에 달하는데 학교가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서울 국립정신병원 부설로 대안학교 '참다운 학교'를 열었습니다. 초․중학교 과정인데, 내년에 고등학교 과정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여러 가지 제약요인이 있지만 지역적으로 학교 설립이 절실합니다. 시작을 했으니, 지역적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질문에 얹어서 그간의 보람과 계획을 토설했는데, 정신지체 장애인들에 대한 교육적 제도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박종성 회장은 1952년 결성면 읍내리 교촌에서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결성초, 결성중(1회), 한남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가족으로는 대전 갈마중 보육교사인 부인 최예식(54)여사와 부산해성중학교(특수학교)에서 특수미술교사인 딸 선영(26)과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 주영(20)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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