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떠난 자리에 찾아오는 행복
상태바
마음 떠난 자리에 찾아오는 행복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01.01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어찌 인간으로서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을까?"하고 경악하는 일도, 평범한 사람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극미(極微)의 세계를 밝혀내거나, 우주를 다녀오는 엄청난 일들도 모두 나와 같은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일이다.

남의 일을 제쳐두고 우리 모두 지금 현재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무엇 때문에?'라는 의문을 가져보자. 물론 현재 처해져 있는 상황에 따라 각자의 대답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종합하여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잘살겠다고 하는 한마음[一心]'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임을 금방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들은 '잘살겠다고 하는 一心'이 만들어내는 온갖 형상과 현상들이고, 그 一心은 청정하지 못한 욕심(慾心)으로 이루어 졌으며, 그 중심에는 나(我)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이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통을 받는다."는 뜻에서 사바세계라고 말하며, 여기에서 벗어난 세계를 천상이나 극락이라고 표현한다.

"잘살겠다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욕심"은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일체의 유정(有情)들이 영겁(永劫)의 세월동안 생명을 이어오면서 본성처럼 타고나는 탐욕과 애착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욕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이것은 인류 역사의 모든 성인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욕심을 버리지 못한 인간이 성인들의 가르침마저도 자신의 입장에서 해설하여, 또 다른 방법으로 욕심 챙기기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집단화되어 국가 간 분쟁이나, 이념갈등․종교 등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세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일으키는 일체의 마음이 '나'라는 집착에서 시작되는 탐욕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알고, 이 세상의 모든 현상들은 탐욕이 일으키는 연기현상이며, 자신의 마음 또한 실재하지 않는 허망한 존재임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흔히 깨달았다고 표현한다.

일상으로 돌아와 보자. 내 생각에서 보니 내 자식이 제일 예쁘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밉고, 심지어 하늘에 별도 달도 내 마음에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가슴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작은 다툼이든 큰 싸움이든 '잘살아 보겠다.'라고 하는 마음이 나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그것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무슨 기도회라는 모임에 특별손님으로 초대된 적이 있다. 처음 겪는 분위기에 익숙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순서에 맞추어 의식을 따라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기도문에서부터 특별기도문까지, 기도문의 내용이 모두 자신의 생각이 절대자의 생각이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이 절대자가 이루고자 하는 일이며,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이 절대자가 행하려고 하는 그것과 일치하며, 심지어 내가 참석한 이유도 절대자의 생각이라는 대하여 나는 참으로 놀라운 충격을 받았다.

절대자조차도 내 마음대로 되어야 한다는 '나'에 대한 집착! 물론 거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나'라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남을 배척하는 마음이 크게 일어나게 되며, 나 이외의 대상에 대한 분별이 싫고 좋음을 만들어 내게 되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게 되는 심각한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집착이 떠난 자리에 사랑과 행복이 찾아들고, '잘살겠다는 욕심'이 비워진 마음속에 복과 지혜가 쌓이게 되면, 수만 가지 보석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시샘하지 않는 가운데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키면서도 하나 된 전체를 밝게 비추는 것과 같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