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 되는 '예산 날치기' 무엇이 문제인가?
상태바
되풀이 되는 '예산 날치기' 무엇이 문제인가?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01.07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만수의 세상시평

인터넷에서 본 얘기다. 고등학교 시절 국회를 방문 했는데, 안내자가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십니까?"라고 물으니 학생들 대답이 "싸움하는 곳이요"하고 답하니 당황한 안내자가 "선생님이 제대로 가르쳐 주시질 않했군요" 하더란다. 그때 옆에 있던 선생님이 "아이들은 본대로 이해하기 때문에..." 그렇다 국회는 싸움하는 곳이니 연중행사로 연말 국회, 소위 예산국회는 싸움판의 극치를 보여주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불행한 현실이다. 국가의 위상이 세계10위에 이르는 선진국인데 정치의 현주소는 이 모양이다. 그러니 국민은 항상 창피한 정치수준을 한탄한다. 한 꺼풀 벗기면 사실은 우리 국민수준을 방증한다.

지난해도 여지없이 날치기로 2011년 예산이 통과됐다. 여야 합의 없이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 시켰다. 그동안 예산은 거의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관행(?)을 보아 와서 생경하지는 않다 그런데 유난히 이번 예산은 탈이 많다.

권영길 민노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회의원 노릇을 더 해야 하느냐, 이명박 정부 들어 세 번째 예산안이 날치기 되고 있다. 이것이 무슨 국회냐, 껍데기 국회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감정이 아니라 깊고 깊은 이성의 분노를 가져가겠다"고 긴 호흡으로 전면전을 예고했다.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악정을 반드시 끝내고야 말겠다"며 장외로 뛰쳐나갔고, 언론은 철을 만난 듯 온통 소란하다. 누락된 복지예산, 템풀스테이 예산 그리고 '형님예산'과 '쪽지예산'으로 부각된 후폭풍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의 무리한 강행이 근본원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상임위에서 증액했다고 모두 반영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원론을 얘기한다. 다소 커뮤니케이션의 오차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템플스테이 예산 등 약속된 예산은 다른 방법으로 배려 하겠다는 사후약방문도 빼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계종은 냉담하다. 종교편향의 시각에서 미동도 없다. 대화하지 않겠다고 묵언으로 섭섭함을 표시하고 있다. 날치기의 후폭풍이 간단치 않다.

'날치기' 왜 매년 연례행사처럼 악순환이 지속되는가?
'날치기' 왜 매년 연례행사처럼 악순환이 지속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악순환의 원인은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함정에서 일차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다수결의 원칙'과 '존중되어야 하는 소수'의 충돌이다. 즉 다수결과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의 충돌이다. 다수결의 원칙 이전에 진지하게 숙고하고 토론을 했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고 덕목으로 내세우지만, 무게중심이 여야의 입장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이렇게 말한다. '인내 할 만큼 했다' 하지만 야당은 쪽수로 몰고 가는 여당의 독주에 대해 야속할 뿐이다. 지나간 얘기 이지만 과거에는 '날치기'도 여야 간의 짜고 치는 고스톱 이었다. 당시에는 미안하게도 국민만 바보였다. 원초적 갈등의 역학 구도에서 여당은 실리를 챙기고 야당은 명분을 얻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스럽게 짜고 치는 결과를 연출하곤 했다. 그러나 언제 부터인가 그런 밀월(?)은 깨졌다. 그렇다고 그때가 좋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당연히 정상으로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근래 들어서 여야의 극한적 갈등구조는 필자의 경험으로는 여당의 지나친 과식이 한몫 하고 있다. 즉 여당이 너무 표를 의식한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 한마디로 친서민을 표방한 선심성 복지지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포퓰리즘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서민대중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해 정책에 비중을 두는 게 야당인데 여당이 그렇게 앞서 나가니 밥그릇을 여당에 빼앗긴 격이다. 밥그릇을 빼앗긴 야당은 한마디로 설 땅이 없다. 위기에 봉착한 야당은 틈만 나면 물어뜯을 수밖에... 결국은 과(過)하거나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형님예산'의 용어도 그런 연유에서 기인한다.

논지와는 다소 유격이 있으나 잠깐 짚고 가자. 여야 모두 복지, 복지하고 선거로 뽑는 지방자치단체장 또한 복지를 남발하니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예산의 속내가 엉망이다. 과중한 복지예산으로 국가부도위기에서 허우적대는 유럽의 소위 pigs(돼지들) 국가들을 보고 있지 않는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여당은 의연하게 큰 비전을 가지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균형예산을 견지해야한다. 누가 뭐래도 성장이라는 마차를 끌고 가야 한다. 분배는 야당의 몫으로 인정해야한다. 다소 표로서 손해를 보더라도 의연해야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장외로 나가는 야당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저 여당은 여당다운 맏형 같은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외로 나가는 민주당도 손해의 득실을 계산해야 한다.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야당인으로의 탈색을 위한 손학규 대표의 고충도 이해되기는 하나 본인의 칼라가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놈의 야당성 때문에 중간지대의 국민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리고 형님은 다소 억울하다. 그러나 정치역학이 그렇다. 불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부덕의 소치다. 불요불급이 아니면 미루고 줄이는 아량도 필요하다. 괜한 자극적 용어에서 오는 신뢰의 타격은 예산을 확보한 것 이상의 손해다.

국가예산, '헌법'상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통과 돼야
국가예산은 '헌법'상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통과 되도록 돼있다. 그래서 시한이 12월 2일이다. 국회 의결을 거치고 행정부가 회계년도 개시일부터 집행키 위한 제반 준비를 하기위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월 말까지 처리하면 된다는 사고가 팽배하다. 대부분의 예산이 12월 말에 억지로 통과시키는 선례를 보면 관행치고는 빨리 개선해야 할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2011년 예산은 2010년 12월 8일 통과됐으니 다른 해에 비해 아주 빠른 편으로 행정부로서는 아주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예년에 비해 빠르게 날치기 통과된 것은 애당초 정부 여당은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겠다는 속내의 방증이다. 소위 국회경시가 깔려있다. 속내는 오히려 예산을 가지고 진지하게 논의하다보면 4대강 등 쟁점에 대한 논지가 불거져 손해가 될 수 있다는 수지계산이 깔려있는 것 같다. 차라리 몰매를 감수하고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하려고 노력했다"고 항변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급하게 서둘다보니 정작 챙겨야 할 곳을 못 챙기고 흘린 격이다. 어디 불거진 것만이 다겠는가? 해외유학생들에 대한 장학금도 누락되어 국제적 신뢰가 실추된 것도 최근에 밝혀졌다. 예산이 회기 내 통과되지 못하면 예년에 준해서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돼있다. 좀 불편 할 따름이지만 일반예산의 집행에는 큰 문제가 없다. 법을 따지는 것은 당연 하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핑계이고 행정편의다. 그리고 국회가 통과시킨 예산을 가지고 대통령을 공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관행상 예산의 강행처리 여부는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가닥을 잡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야 여하튼 이런 창피한 '날치기' 싸움판 관행(?)은 빨리 벗어던져야 할 구태다. 필자가 과거 수년간 관여한 경험에서 몇 가지 개선 제안을 드린다. 소위 한나라당이 약속한 예산이 누락되었다고 분노를 산 대표적인 예가 템풀스테이 예산과 복지예산 인데 통상 상임위에서는 예산을 증액하여 예결위로 넘긴다. 소위 생색내기이다. 예결위에서 짤리더라도 할 만큼 노력하였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정치적 계산이다. 그래서 상임위에서는 대부분의 예산이 증액되어 예결위로 넘어온다. 결국 예결위에서 결정을 한다. 엄밀히 말하면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예산을 최종적으로 조율한다. '쪽지예산'의 논란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소위 '쪽지예산'이란 쪽지에 써서 계수조정 소위원회 위원에게 압력내지 로비를 한다는 애기다. 형님예산에 대한 여당의 반대논리로 야당의 박지원 대표가 더 많은 쪽지예산을 챙겼다고 반박한 실상이다.

가이드라인 있어야 무책임한 선심성 증액 자제 될 것
어느 제도도 완벽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졸속예산에 대한 비판은 오래 되었다. 근본적인 처방은 어렵더라도 분명한 개선 대목이 있다. 심사기간이 60일로는 너무 짧다. 막바지 날치기의 요인 중의 하나다. 우선 국회 심사기간을 길게 늘려야한다. 미국(240일), 영국, 독일(1 20일) 등에 비해 턱없이 빡빡하다. 재정규모가 커지고 복잡하고 디테일 한만큼 기간은 당연히 늘려서 밀도 있는 예산 심의가 필요하다. 행정부의 예산 조기 확정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이유는 다소 무리다. 그 또한 행정편의가 내재돼 있다. 소위 너무 세세한 심의는 귀찮은 시어머니 격 이라는 속내다. 그리고 예산이 국회에 넘어갔더라도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수정안을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국회 또한 직무유기성이다. 그리고 당의 입맛대로 당에서 임명하는 예결위원과 계수조정소위원의 선임을 상임위별로 배정해서 균형을 맞춰야한다. 상임위내에서 당이 임명토록하면 절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예산 국회 중 상임위에서의 예산 증액 한도를 제한해야 한다. 소위 예산증가폭의 일정 %내 라든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무책임한 선심성 증액은 자제 될 것이다.

예산심의 만큼 중요한 부분이 결산이다. 그러나 결산심의는 아주 귀찮은 요식행위로 치부된다. 결국 지난일은 의미가 없고 새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예산낭비가 많다. 결산심의 소홀에서 기인한 악순환의 지속이다. 예산절감이야말로 국민의 세금을 줄여주어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므로 그보다 더 큰 복지가 어디 있겠는가? 다수결(多數決)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숙의민주주의(熟議民主主義)도 존중되어야 한다. 어느 경우든 대화와 타협의 묘가 작동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