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칼국수'를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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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칼국수'를 먹어보자
  • 이은성 기자
  • 승인 2011.02.2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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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한파가 지속되고 끊임없이 내리는 눈으로 무척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요즘, 뜨끈한 국물 생각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런 날씨일수록 서민들은 저렴하지만 풍부한 내용과 배가 따뜻해지는 '칼국수'를 찾게 된다.

칼국수는 밀가루 반죽을 칼로 채 썰어 특유의 재료로 육수를 낸 국물에 넣고 끓여 지방색이 물씬 풍기는 음식이다. 농촌 지역에서는 닭 육수에 애호박과 감자 등을 넣어 끓이고, 산간 지방에서는 멸치장국, 해안 지방에서는 바지락 장국으로 끓인다. 내륙식 칼국수는 사골 육수에 채 썰어 볶아낸 호박 나물과 쇠고기 고명을 얹는다.

깔끔한 국물 맛이 특징인 남도식 칼국수는 멸치 국물에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한 맛을 낸다. 지금은 가장 서민적인 음식중의 하나인 '칼국수' 지만 예전에는 잔칫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돌상에는 아이의 오복을 비는 의미로 올려졌으며, 혼례상에는 국숫발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듯 부부금슬도 잘 어울리고 늘어나라고, 또 회갑상에는 장수하라는 뜻을 담아 먹어 오던 것이라고 전해진다.

칼국수의 다양한 종류
닭을 고아서 그 국물에 면을 삶은 '닭 칼국수', 멸치국물로 육수를 내 국물 맛이 담백한 것이 특징인 '맛 칼국수', 바지락조개 삶은 국물에다 새우ㆍ홍합ㆍ오징어 등을 넣고 끓인 '해물칼국수', 멸치국물에 들깨를 갈아 넣고 끓여 구수한 맛의 몸보신용인 '들깨 칼국수', 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밀어 칼로 썬 국수를 국수장국에 넣어 그대로 삶은 '제물 칼국수'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한때 김영삼 전대통령이 청와대 오찬 때 칼국수를 손님에게 접대해서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 칼국수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반죽해 면발이 아주 고소한 안동식 칼국수였다.

'칼국수'의 유래
칼국수 어원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특별한 재료나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면발(반죽)을 즉 국수를 보기 좋고, 먹기 좋게 하기위해서 반죽을 칼로 짤렀 다고 하여 '칼국수'란 의미의 이름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은 흔히 쉽게 먹을 수 있는 칼국수 이지만 고려․조선시대에는 특별한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 시대에는 밀가루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밀이 주재료 였다. 그러나 밀로 만든 칼국수를 먹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났을 때인 6월 유두(음력 6월 15일)다. 갓 나온 햇밀로 칼국수와 밀가루 부침을 부쳐 이웃과 나눠먹던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 면의 기원은 고려시대 송나라 사신의 여행기인 '고려도경(高麗圖經 1123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에 "고려인들은 제례 때 면을 사용하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당시 면 요리는 고려인들의 식생활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면'을 '국수'라고 일컫는데 옹희잡지에 '건(乾)한 것은 병이라 하여 시루에 쪘고, 습한 것을 면이라 하여 끓는 물에 삶거나 물에 넣은 것' 이라고 기록되어 당시의 면은 습면(濕麵) 이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면' 에 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 것은'세종신록'이다. 수륙제 때 공양 음식으로 '면'을 올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면의 재료가 '메밀'이었다.

특히 17세기 중엽의 음식문화, 음식 조리 방법을 알 수 있는 한글로 쓰여진 최고(最古)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 조리서는 경상북도 영양 지방에 살았던 사대부가의 정부인 안동 장 씨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거나 스스로 개발한 조리법을 기록한 생활사 자료로 면병류 등 모두 146개 항에 달하는 음식 조리법을 한글로 서술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이다. '음식디미방'에는 다양한 종류의 면 요리가 소개되어 있지만 밀가루 국수가 아닌 메밀국수 또는 녹말국수 등이 성행하였다는 것들을 통해 당시 밀이 대단히 귀한 식재료였음을 알 수 있다.

한반도는 쌀농사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부터 밀은 귀한 식재료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삼국 시대 때부터 밀을 중국에서 수입했으며 그 때문에 궁중이나 귀족층의 잔치 때 밀로 반죽해서 만든 국수가 사용됐다. 이러한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와 잔칫날이나 결혼식을 올린다는 의미의 '국수 먹는다'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특히, 조선 영조 6년(1730년) 윤유(尹游)가 평양풍토의 기록인 '평양지(平壤志)'를 보완해 펴낸 '평양속지(平壤續志)'에 놀랍게도 흙으로 빚는 '흙 국수'가 등장할 정도로 '국수'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사정이 그러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수는 메밀과 녹말로 만들었고 조선 왕조 초기 세종대왕은 메밀면을 즐겨 먹었는데 '세종신록'에 따르면 궁중으로 진공하는 메밀이 부족해 경기도ㆍ강원도ㆍ충청도에 205섬을 더 할당시켰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의 소바는 바로 우리의 메밀칼국수가 원조?
일본의 '본산적주(本山荻舟)'에 의하면 '조선의 승려 원진이 일본에 건너와 밀가루를 메밀가루에 섞는 것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나온다. 여기서 승려 원진이 가르친 내용이 바로 칼국수를 만드는 법이 아닌가 추측되는 것은 일본에서는 원래 메밀국수를 '소바' 라고 하지 않고 자른다는 뜻의 마디절(切)자를 넣어 메밀국수를 소바기리(소바切)라고 불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추운날엔 더위가 그립다. 요즘같이 코 끝에 감각이 없어질 만큼 칼바람이 몰아치는 계절에 는 더욱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리고 추위를 잊어버리고 싶다. 뜨거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뻘뻘 흘리고 밖에 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매서운 추위도 그저 시원할 뿐이다. 가뜩이나 우중충한 회색 하늘이 드리워진 날, 아침부터 추위에 떨며 입에서 나오는 입김을 볼 때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끈한 국물이 간절해진다.
어제 술을 과하게 마신 애주가라면, 또는 답답한 마음을 뻥 뚫고 싶은 분이라면 '뜨겁지만 속 시원한 칼국수'를 맛보러 가까운 칼국수집을 살펴보자.




△금바위 손 칼국수 = 서부면 남당리에 위치한 해물 손 칼국수 집이다. 주 재료인 바지락과 미더덕으로 푸짐하고 양많은 해물칼국수는 풍부하고 시원한 바다 내음을 전해준다. 특히 칼국수 면을 주인부부가 직접 반죽하고 만들어 진정한 '수타면'을 고집한다. 또한 직접 재배한 배추를 바닷물에 절여 담근 절임김치와 함께 듬직듬직한 해물파전과 결성막걸리는 금상첨화를 이뤄 해물 손 칼국수 못지 않은 맛과 인기를 자랑한다. 해물손칼국수 5000원, 해물파전 8000원. 서부면 남당리. 634-9147.



△결성칼국수 = 3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예전 결성 장날에서 장사를 시작한 계기로 올해 75세를 맞는 한덕순 할머니가 직접 국수를 말아준다. 엄선한 멸치와 오랫동안 거래해온 천일염 소금으로 육수를 내는 결성칼국수는 이미 소문난 맛 집으로 외지에서도 식객들이 찾아온다. 특히 특허 1호점이라고 자랑하는 󰡐굴물회󰡑와 칼국수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굴물회 2만원(3~4인분), 칼국수 5000원. 결성면사무소 앞. 642-8073.



△현미집 = 욕쟁이 할머니가 따뜻하게(?) 맞아준다.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도 마무리 되는 '손맛'이 으뜸인 칼국수 집이다. 겨울에 가장 맛좋고 싱싱한 '굴'을 오직 겨울에만 사용하며 굴 칼국수를 선보인다. 여름에는 굴을 사용하지 않고 콩국수와 비빔국수가 굴 칼국수의 부족함을 채워준다. 아침에 공수해온 싱싱한 해물만을 이용하며 국물 맛이 깔끔한 것이 일품이다. 특히 갓 삶아 나온 돼지머리고기의 쫀득함과 광천토굴의 오젓과의 만남은 소주 한잔을 불러낸다. 칼국수 5000원, 머리고기 9000원. 광천역전 앞 골목. 641-1792.



△구ㆍ광장분식 = 얼큰한 국물이 해장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숙취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서해안의 자연산 바지락과 생굴을 사용해 매콤하고 시원한 맛으로 정평 난 칼국수 집이다. 큰 시장에 위치해 있으며 오로지 칼국수만을 판매한다. 얼큰한 국물 뒤에 마시는 보리차 맛 또한 일품이다. 칼국수 5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 20분까지 영업. 대교리 영일파트 골목. 634-9494



△동네방네 = 가게문을 연지 1년 안된 가게지만 맛으로 '입소문'이나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에 양념장이 별도로 첨가된 칼국수는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자랑한다. 또 다른 주 메뉴인 압력솥에 삶아 나오는 '곱창찜'의 맛은 쌍벽을 이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곱창찜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은 색다른 맛을 느끼며 유기농쌀로 만든 내포막걸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칼국수 5000원. 곱창찜 中 1만원(2인분), 大 2만원(3~4인분). 홍주병원 맞은편. 63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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