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어머님네 배추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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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어머님네 배추 심기
  • 농비어천가 출연진 중 맏형 부석만
  • 승인 2011.04.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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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비어천가 좌충우돌 네 남자의 귀농일기

 

간만에 맑고 화창한 날이다.

농촌의 하루하루가 바쁘게 돌아간다. 새로운 해의 농사 준비에 모든 이의 손길이 바쁘다. 우리 형제들도 미약하나마 저수지 어머님네 배추 심는 데 손을 보탰다. 작년에 배추농사를 망쳐서 많이 힘들어하시던 어머니의 쓴웃음이 생각난다. 동네 분들이 먼저 오셔서 준비 중이셨다.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했는데 아직도 시골 어르신들의 부지런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창석이는 배추를 심을 곳에 물을 주는 일을 하는데 경운기에 달려 있는 펌프는 한번 돌기 시작하면 끌 수가 없어 물을 주는 동안 이리저리 움직이다 결국 여러 사람을 젖게 했다. 성진이는 어머니들과 직접 배추 심는 일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포트에서 배추를 하나하나 뽑아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숑숑' 던져주는 일을 하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잽싸고 던지는 것마다 구멍에 착착 들어가던지 어머님들이 다들 한 마디씩 칭찬을 하신다. 덕분에 어머님들이 배추 심는 것이 좀 수월해 보였다. 처음 하는 것이었는데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듯한 성진이의 솜씨에 다들 전직이 의심스럽다며 한 마디씩 한다.

경수와 나는 형님과 함께 관리기로 배추를 심어 놓은 곳에 비닐을 씌우는 일을 했다. 원래 말을 잘 듣던 관리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경수가 그 일에 달려들자 운명의 장난인 듯 고장이 나버렸다. 약 한 시간가량 쩔쩔매며 관리기를 고치다가 하는 수 없이 손으로 일일이 비닐을 씌웠다. 오후엔 날씨가 약간 더워 지쳐 있는데 배추밭 주인형님 아이들이 누가 시켰는지 시원한 맥주를 사와서 잠시나마 피로를 잊게 해줬다. 작지만 정겨운 시골의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한다.

그렇게 재미있게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1만 8000포기의 배추 모종을 모두 심었다. 처음부터 1만 8000포기의 배추를 심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그 개수에 놀라 일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우리 모두 얼떨결에 일을 해치웠다.

올 가을 저수지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실 모습을 생각하니 보람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마냥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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