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고추를 심기 위해 밭을 갈고 비닐과 고추 막대도 얻어 놨다. 고추 농사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를 해왔었다. 1월에 고추씨를 뿌리고 싹이 올라 왔을 때 포트에 가식해서 매일 물도 주고 돌보다 보니 고추를 밭에 정식하는 날이 왔다.
그간 고추 모를 키우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린 따로 비닐하우스 시설이 없어서 마을 지도자님 하우스에서 고추모종을 키웠는데 하우스에 개가 들어와서 모종을 밟아 버렸다. 멀쩡한 고추모를 골라서 아랫집 할머니네로 옮겨왔는데, 이번엔 하우스 환기가 안되서 고추 잎이 노랗게 변하고 시들었다. 결국 포트 통째로 농업기술센타에 가져가서 계장님의 도움을 받아 모종을 살릴 수 있었다. 이제와 고생한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고추 모종을 키우면서 식물도 환경이 변하면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고, 사람처럼 면역력이 있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고추를 심는 날 마을 어르신들께서 많이 오셨다. 아무 것도 모르는 녀석들이 고추를 어떻게 심는지 궁금하신가보다. 고추 농사는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이라 찾아 오신 어르신들께서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손수 도와주셨다. 마을 형님과 우리 형제들은 고추 모를 옮겨심기 전에 비닐을 덮는 일을 했다. 비닐을 덮고 흙으로 단단하게 고정하는 일인데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막상 해보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할머니 한 분은 고추 심을 곳에 물을 주시고 다른 아주머니들께서는 고추를 심어주셨다. 마지막으로 막대를 꼽고 모종을 고정시켜주는 일을 끝으로 밭에 고추 옮겨심기 작업을 마무리했다. 벌써부터 주렁주렁 열린 고추를 상상해 본다.
고추 농사를 도와주신 마을 어르신들께 감사한다. 하루종일 일하느라 고생한 동생들도 고맙다. 발바닥이 아픈데도 웃으면서 일해준 막내,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힘을 주는 성진이, 요즘 마음 고생이 많을 텐데도 별 내색 없이 동생들 도와주며 자기 할 일 다하는 창석이 모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