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아이,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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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아이,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1.05.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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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듬뿍 받고 자라 ‘인생은 축복’이라고 여겼으면…<가정의 달 특집 ②>

 

△ 앞마당 그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온유네 가족(아빠 최용진, 둘째 시온, 첫째 사랑, 막내 온유, 엄마 장미도)


가정의 달 5월이다. 빠르게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와해되고 해체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가정 형태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가족 구성을 알아보고 그들의 삶의 모습을 4주에 걸쳐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② 입양 가정

공개 입양한 최용진·장미도 부부

최용진(결성면 용호리 목양교회 목사. 44)·장미도(41) 부부가 입양을 결심하게 된 건 오래 전부터이다. 결혼 후 부부는 아이 둘을 낳고 셋째는 입양을 하기로 약속을 했고 결혼한 지 10여 년이 흘러 막연하게 갖고 있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복지관을 찾아 그 곳에서 온유를 만나게 됐다.

원래 여아를 입양할 생각이었으나 담당상담원의 권유로 남아인 온유를 만나게 됐는데, 온유는 당시 4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두 번이나 파양을 당한 상태였고 외할아버지 밑으로 호적이 되어 있어서 입양이 쉬운 경우가 아니었다.

온유의 원래 이름은 시우였다. 시우를 처음 봤을 때 최용진 씨는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너무나 자신과 닮았으며 우연히 성도, 혈액형도 모두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는 필시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축복된 인연이라 생각하며 시우, 즉 온유를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일 년여의 시간을 거쳐 지금은 완전히 호적 정리를 하고 개명까지 마친 상태다.

온유를 집으로 데려왔을 때 처음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아 매우 울적해 보여 일찍 데려오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지나니까 차츰 떼도 쓰고 장난도 치며 누나랑 형이랑 잘 어울리게 됐단다.


혈연 강조 풍토 ‘입양수출국’ 오명 여전

한 가정이 한 명을 입양하자는 뜻으로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만들어 입양을 권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입양수출국’이라는 불명예국가로 남아있다.

홍성아동상담소 장언실 상담원은 “남아보다는 여아가 입양이 잘 된다. 막연히 아들을 부담스러워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문제다. 양육상 편리함 때문에 딸을 선호하지만 다들 딸만 데려가면 아들들은 거의 해외로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다”며 여아 선호로 성비불균형을 초래하는 현실의 어려움을 하소연한다. 이어 “일반 대중보다 연예인들이나 사회 저명인사의 입양은 우리 사회에 호소하는 바가 크다. 이들의 모범적인 사례는 그 동안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깨뜨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생겼는가 하면 입양가족을 바라보는 어두운 시선도 예전과 달리 다소 누그러졌다”며 영향력 있는 분들이 먼저 입양을 하면 홍보 효과는 파급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밝힌다.

배 아파 낳은 아이만큼 가슴앓이 한 입양

부부는 사랑(8)이와 시온(7)이에게 “동생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니?” 라고 의견을 물으니 둘째 시온이는 어려서 잘 모르지만 첫째 사랑이는 적극 찬성했다고 한다. 온유를 입양하고 나서 아이들에게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겼고 사고의 폭도 넓어져, 이웃이나 국가·세계를 생각하는 등 확실히 시야가 넓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얘기한다.

최 목사는 입양을 계획하고 있는 부부에게 “성별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아는 해외로 입양을 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우리나라 교회에서 한 아이씩만 입양을 한다면 ‘입양수출국’이라는 오명은 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는 크지만 아직 복지예산을 편성하는 게 적다. 국가에서 조금만 더 책임을 졌으면 한다. 아이들이 외국으로 나가면 정체성이 사라지니까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낫다” 라고 조언한다.

부인 장미도 씨는 “만약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면 열 달 동안이나 기다리고, 조심하고, 많은 비용도 들었을 것이다.

입양 절차의 까다로움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입양이 장하고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온유를 입양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고 말한다.

최 목사는 “공개입양을 결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오히려 비밀 입양으로 우연히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아기 때부터 온유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온유야 너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이다. 비록 누나랑 형은 배 아파서 낳았지만 너는 배 아파 낳은 아이만큼 가슴앓이 한 입양이다. 사랑한다’라고 얘기한다. 비밀 입양을 했다면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늘 움츠리고 살았을텐데 공개입양을 하니까 우리도 아이에게도 좋은 것 같다”고 밝게 웃는다.

부부는 온유가 애기 때부터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려고 동영상을 많이 찍어둔다. 교인들도 이웃들도 모두 온유를 사랑해준다.

백 마디 말보다 행복한 가정 보여줄 것

사실 온유 친모는 당시 16살 고등학교 1학년이었으며 부모의 이혼으로 가출을 하게 됐고 결국 온유를 낳았지만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되자 어렵게 입양을 결심하게 된 경우다. 부모의 이혼, 가출, 미혼모 등 사회적인 악순환이 3대째 계속되는 셈이고 온유를 입양시켜야만 했던 온유 친모의 마음의 상처는 죽을 때까지 갈 것이다. 우리 모두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

최 목사 부부는 “우리 온유가 세상에 상처받지 않고 ‘인생은 축복’이라고 생각하도록 키우겠다. 물론 아이의 의지와 자유겠지만 잘 자라서 자신의 핏줄인 친가족들을 부양할 수도 있고 친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바른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소망한다.

백 마디 말보다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본보기는 없을 것이다. 온유네 가정은 입양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을 탈피해 새로운 가족의 이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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