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주는 책, 장재현의 수필집 ‘두멍’
상태바
책읽기의 즐거움과 감동을 전해주는 책, 장재현의 수필집 ‘두멍’
  • 김정헌(동화작가·갈산초등학교장)
  • 승인 2011.11.03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사가 추천하는 ‘내 인생의 책 한 권’]두멍

 

김정헌(동화작가·갈산초등학교장)
필자가 예전에 저명한 작가의 초청강연에서,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 하고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작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좋은 글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글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좋은 글이란, 독자에게 흥미와 진한 감동을 전하면서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가진 글이라는 설명이었다.

필자는 지난해 말에 행복하고 즐거운 책읽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평소에 존경하는 선배가 정년퇴임을 하면서 수필집 한 권을 출간했는데, 그 책 제목이 ‘두멍’이다. 저자는 40여 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고 홍성고등학교에서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장재현 선생님이다. 장재현 교장은 10여년 전에 수필가로 등단하여 틈틈이 글을 발표해왔는데, 그동안 각종 문예지에 발표했던 글과 미발표작들을 모아서 정년퇴임 기념으로 수필집을 발간한 것이다.

두멍이란, 옛날에 시골에서 부엌 한쪽에 물을 담아놓던 큰 물독을 말한다. 수도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마을전체가 공동우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그러므로 집집마다 부엌의 물독에는 공동우물에서 길어온 맑고 깨끗한 물이 비축되어 있었다. 두멍 안에 담아놓은 물은 식구들의 삶을 책임진 생명수나 마찬가지였다.
장재현 교장의 수필집 ‘두멍’은, 작가의 말대로 “나눔의 두멍”을 화두로 삼고 있다. 또한 “40 여 년 동안 가슴속 깊이 묻어두었던 시골 훈장의 세상 살아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멍 < 장재현 지음>

두멍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어린시절 고향에서의 이야기와, 학교에서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었던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세상살이의 경험담이다.
수필은 글쓴이 자신의 내면세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글이다. 그러므로 독자가 수필을 읽는다는 것은, 작가의 인품과 간접적으로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필자는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꾸밈없고 솔직한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과 애정을 접하면서, 작가에 대한 깊은 존경과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는 평소 교직생활에서 주변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겸비한 교육자였다. 자신의 능력이나 지위를 뽐내지 않고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생활한 분이다. 수필 한 편 한 편마다 작가의 진솔한 생활 모습이 그대로 배어나고 있었다.

책이란 그 시대의 문화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접하면서, 50대 이상의 독자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또한 과거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들에게는, “옛날에는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는 옛시대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한 교육후배들에게는, 어떤 것이 진실한 교육자의 길인지를 암시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작가는 책에서 독자를 가르치기 위한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진솔했던 과거이야기를 그림을 그리듯이 그려 보임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느끼게 할 따름이다.

우리주변에 많은 책들이 선을 보이지만, 독자에게 흥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글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책이 교시적인 기능에 치우치다 보면 흥미를 잃기 쉽고, 흥미에 치우치다 보면 저급한 글이 되기 쉽다. 독자를 대중적 흥미나 저급한 오락에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보다 폭넓고 깊은 정신적 기쁨으로 이끄는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장재현교장의 수필집 ‘두멍’은 참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독서의 즐거움과 감동을 듬뿍 맛볼 수 있는 ‘문학의 정석’을 보여주는 수필집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