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석면광산 찾은 아시아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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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석면광산 찾은 아시아 피해자들
  • 한기원 기자
  • 승인 2019.11.14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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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 23개국 참가자들
지난 30일 광천 석면광산 찾아 현장 답사 진행
산업재해와 환경 피해자들을 위한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 23개국 참여자들이 지난 30일 마지막 일정으로 광천석면광산을 찾아 현장답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산업재해와 환경 피해자들을 위한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 23개국 참여자들이 지난 30일 마지막 일정으로 광천석면광산을 찾아 현장답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모습.

산업재해와 환경 피해자들을 위한 ‘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대회’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렸다. 아시아직업및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 주최로 17번째 열리는 행사다.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개 국가에서 산재·환경 피해자와 전문가 16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기업살인 이제 그만(No More Victims)’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대회에선 위험의 외주화, 청소년(인턴) 노동, 이주노동, 과로사·자살, 첨단 전자산업 등 분야의 산재 피해자와 피해가족이 참여, 경험을 나누고 원인과 대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29일 폐막식에서는 반복되는 재해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한편, 직업·환경병 생존자들의 적극적 역할과 문화를 만들자는 내용의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번 피해자대회에는 한국·일본·홍콩·호주 등 중피종 진단 피해자들이 참석해 치료과정과 석면의 위험성 등을 이야기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홍성의 광천석면광산지역 일대를 현장답사 한 뒤 서울 강남역 삼성본관 앞과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앞에서 항의캠페인을 실시했다.

광천석면광산을 찾은 아시아 23개국 참가자들은 ‘기업살인 이제 그만(No More Victims)’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보이지 않는 석면의 위험성을 인식해 더는 중피종 피해자들이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광천석면광산 입구 앞에서 석면 피해자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지난달 30일에 찾은 홍성군 광천읍 지역에는 일제강점기 아시아 최대의 석면광산인 ‘광천광산’이 존재했다. 광천읍 주민들을 비롯한 홍성과 충남 사람들은 광산 노동자로 근무했고, 일본인들은 석면 광산을 관리하며 돈을 벌어들였다. 석면은 1970년대 이후 인체에 치명적인 나쁜 영향을 일으키는 물질임이 드러났으나, 그 위험성을 알지 못하던 과거에는 무분별하게 채취됐고, 사용됐다. 이로 인해 일제강점기 석면 광산에서 일했던 노동자와 관계자, 광산 주변 지역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고 광천석면광산 현장 일원과 피해자들의 실상에 대해 정지열 회장은 상세히 설명했다.

석면은 섬유상으로 마그네슘이 많은 함수규산염 광물이다. 크리소타일을 주성분으로 하는 온석면과 각섬석질 석면으로 나뉘며 건축자재, 방화재, 전기절연재 등으로 사용된다. 석면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서, 호흡을 통해 가루를 마시면 폐암이나 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졌다.

현재 한국에서는 청석면 등 5개 석면과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금지물질로 관리해 모든 용도로 제조, 수입, 판매, 보관, 저장, 운반,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백석면과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취급제한물질로 관리해 석면 시멘트제품과 석면마찰 제품 용도로 제조, 수입, 판매, 보관, 저장, 운반, 사용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날 광천석면광산을 찾은 참가자들에게 정지열 회장은 “할아버지 대부터 석면광산에서 일했으며, 가족들도 주변에 거주했으며 할아버지가 석면광산 광부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등 일가족 전원이 석면피해로 인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악성 중피종은 석면 흡입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지열 회장은 자신의 석면피해뿐 아니라 충남지역 주민들의 석면피해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으며, 아시아 곳곳을 찾아 석면의 위험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정 회장은 피해자 개인에서 사회운동가로 각성한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아시아석면추방네트워크 출범 10년을 맞아 석면폐에서 폐암으로 악화된 석면질환을 이겨내기를 기원하는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현재 정지열 회장은 석면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제도 개선을 주장하며 전 세계 석면 네트워크와 연합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앞으로 자연발생 석면 피해자가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우리 농촌에 아직까지도 철거되지 않은 슬레이트 지붕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 석면의 현황을 파악해본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는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석면피해 구제제도에 대한 개선 문제를 단순히 광산에서 피해를 입은 광부와 주민들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석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이상 내 가족, 내 이웃이 자연발생 석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정지열 회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광천석면광산에 대한 정보를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현장답사를 진행한 광천석면광산은 지난 2009년 복원공사를 실시했다. 그 이후 설치된 태양열발전기가 뒷편으로 보인다.
허가를 받고 지금은 출입이 제한된 광천석면광산 내부를 답사하고 있는 참가자들.
현장 답사를 마친 참가자들이 다시 굳게 닫힌 광천석면광산 입구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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