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추방운동가 정지열의 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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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추방운동가 정지열의 꿈과 희망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01.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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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피해에 대한 몰이해에 맞선 정 위원장
기록전시관 정도는 정부차원에서 세워줘야

정지열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의회석면광산위원회 위원장이 홍성에 왔다. 좋은 일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초·중순만해도 정 위원장이 암치료를 위해 머무는 수원과 홍성을 서너차례 왕래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잘 진행되고 있던 홍성의료원의 석면피해자 건강관리 서비스 사업이 중단된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석면피해자들을 대신해 권익과 복지를 위해 활동해 온 정 위원장이 더욱 바빠지게 됐다. 지난해 12월 안타까운 마음으로 홍성을 찾은 정 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석면피해 현황과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 유독 충남에 석면피해자들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충남이 많은 이유는 일제강점기  1937년에 충남에서 석면광산을 대거 개발 했기 때문이다. 충남에만 27개, 홍성군은 10개나 된다. 이런 이유로 충남 지역에 석면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생각된다. 광산에 직접 종사한 노동자들 외에 간접피해자들도 상당하다. 또한 발암물질인 줄도 모르고 석면을 운송하고 하역하는 과정에서 석면이 바람에 날려 일반 주민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보령과 홍성, 광천 지역 3개 시·군에서 하역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이 석면피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석면피해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은 2000년도 석면퇴치법이 제정됐다. 일본은 2006년도에 석면퇴치운동을 벌이고 관련 법을 제정했다. 한국은 그보다 늦은 시기인 2011년에야 제정됐다. 석면은 (발굴)만들어서도 사용해서도 안된다는 법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보상법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구제를 한다고 해서 피해구제법이다. 광산업주는 다 사라진 상황이라 피해자들이 하소연할 데가 없으니 정부가 나서 피해자들을 구제한다는 의미다.”

■ 현재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고 있나?
“악성중피증(97%이상이 석면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 흉막비후(소수, 예닐곱), 폐암, 석면폐(석면 함유정도에 따라 1급, 2급, 3급) 등의 증상이 있는데 구분해서 이분들을 구제 보상하고 있다. 국가에서 1년에 한번 검진해주고, 피해자 가정을 방문해 돌보는 사업, 발병하면 피해액은 환경공단에서 부담해주고, 증상에 맞는 금액이 차등 지급되고 있다.”

■ 어디서 일하다 석면피해를 당했나?
“어릴적 광산 어른들이 다니던  광산일을 따라다니면서 도와준 적도 있고, 환경성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2008년 10월 가톨릭대성모병원 의사들이 와서 이곳을 조사하는 가운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후 홍성·보령 지역쪽 사람들을 무작위로 조사했던 적이 있다. 당시 215여 명을 조사했는데 110명이 이상소견이 확인됐다. 그 때 내가 포함됐다. 그 사실을 접하면서 나도 석면피해자라는 것을 알게됐다. 홍성군 은하면 화북리가 고향이다. 객지생활을 하다. 2004년에 광산지역인 고향으로 다시 귀향했다. 2008년도에 나도 석면피해자라는 것을 깨닫고 그때부터 3년간 싸워 구제법을 만들었다. 2011년 2급 판정, 2013년도에 1급으로 악화됐고, 다시 상향조정돼 보상을 받고 있다가 폐암으로 발전한 경우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 나이가 77세다. 이왕에 내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으니 아쉬운 점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고 싶다. 무엇보다 유족들에 대한 보상을 상향조정해야 피해자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산재피해자들과 비교해 10분의 1밖에 안된다. 이를 위해 법개정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피해자들이 고통받다 돌아가시는 것, 제 일생을 살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가시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석면피해자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는 근거를 보존하기 위해서 기록전시관이나 박물관 정도는 피해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홍성지역에 정부차원에서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적어도 충남도 차원에서 이런 정도는 준비해 줄 수 있다고 보고 현재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정 위원장 본인도 석면으로 피해를 입고 폐암 투병 중임에도 다른 석면피해자들의 권리와 건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석면피해구제법은 정 위원장의 열정적인 활동이 있었기에 제정이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12월 정 위원장에게 좋은 일이 하나 생겼다. 석면피해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환기해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되는 큰 역할을 했다는 것과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조언하는 등 환경운동부문에서 정 위원장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16회 금강환경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다.

하지만 정 위원장에게는 본인을 포함한 석면피해자들이 안정적인 건강관리서비스를 받고 고통없이 여생을 마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것을 더 큰 기쁨으로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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