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부족한 점 채워주며 감사하는 삶 사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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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부족한 점 채워주며 감사하는 삶 사는 두 사람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11.15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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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인연, 장애인 박복규 씨와 활동보조인 장희자 씨
선경C가 만난사람-28

박 씨, “다른 사람 도움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
장 씨, “장애인들에게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세상은 자꾸 각박해져만 간다. 탐욕은 커지고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 긴장과 경쟁 속에 살면서 감사하는 일에 인색해졌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작은 일에도 서로 돕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을 발견한다.

바로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으로 만나 7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박복규(60·사진왼쪽) 씨와 장희자(69) 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떠올렸다.

장 씨는 지난 1일 홍성군장애인복지관 20주년 기념식에서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날 축하를 하기 위해 꽃다발을 안고 시상식장을 찾은 박 씨의 얼굴엔 기쁨과 고마움의 미소가 가득했다.

박 씨와 장 씨의 인연은 7년이 되어 간다. 활동보조인과 대상자로 만나 7년을 함께 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장애인복지관 장미화 사무국장이 귀띔을 줬다. 그만큼 서로의 사정을 알고 배려하며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장 씨가 처음 활동보조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웃에 살고 있던 조손가정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군에 문의를 했는데, 당시 담당이었던 장현모 주무관이 직접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활동보조인이다. 햇수로만 경력이 10년째다.

장 씨는 “처음 만난 장애인에게 우유 한 잔을 마시게 하는 데 39분이 걸렸어요. 식도에 경직이 있어 한 모금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거에요.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행동했던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 힘들게 노력해야 되는 일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 사람을 돌보면서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달았어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박 씨는 여섯 살에 척추손상으로 장애를 얻게 됐고, ‘비관하지 말고, 남에게 신세 지지 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누구보다 밝고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박 씨는 “13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피해는 주지 말라고 누워만 있는 나를 학교에 보냈어요. 이름 석 자는 쓸 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바로 밑의 남동생이 매일 업고서 학교에 다녔습니다.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도 동생한테 은혜를 못 갚을 정도지요. 나 때문에 남동생은 어디를 못 떠나요”라며 고마운 속내를 털어놨다.

장 씨는 장애를 갖게 되면 누군가에게 기대게 되고 도움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법도 한데 박 씨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박 씨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자폐를 앓고 있는 11살 재열이가 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만날 때마다 ‘너 어디가니?’라고 물으면 ‘학교 가요’라고 답하게 만드는 데 딱 2년이 걸렸어요. 재열이 활동보조 선생님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우리 집 베란다 앞에 차를 세우고 재열이와 저를 만나게 해줬거든요.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엔 항상 우리 집에 놀러와 간식도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라며 박 씨는 옆집 아이 재열이에 대한 대견함을 드러냈다.

장 씨는 “아무 대가 없이 좋아서 했던 일인데 제도화가 되면서 봉사의 연장선으로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돼 더 없이 감사해요. 보조인과 장애인은 서로에게 필요한 상생의 관계입니다. 보조인이 직업의식이 부족해 중간에 힘들다고 그만두게 되면, 장애인은 서비스를 받지도 못한 채 붕 뜨게 돼요. 그럼 장애인은 다른 보조인이 온다 해도 ‘너도 어느 정도 하다가 가겠지’하는 불신만 가지게 돼요. 장애인과 보조인끼리 서로 신뢰감이 쌓여야 제도도 발전하고 서비스 질도 높아집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장 씨는 마지막으로 꼭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가족들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대상자들을 함부로 대할 때 제일 화가 나요. 그리고 제발 장애인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지 말았으면 해요. 예쁜 말을 써 주시길 부탁드려요.”

오늘 문득, 두 사람을 만나면서 ‘감사할 것들을 이렇게나 많이 갖고 있었음에도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아왔구나’ 싶어 참 부끄러웠다. 역시, 현장은 날 것 그대로, 온전히 ‘삶’ 그 자체이며 감동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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