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밭작물 심으랄 땐 언제고”…오락가락 농정에 속 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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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밭작물 심으랄 땐 언제고”…오락가락 농정에 속 타는 ‘농심’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2.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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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부,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 대폭 축소 발표

정부에서 농민을 대상으로 논에 콩이나 옥수수 등의 대체작물을 심으면 면적당 일정금액의 보조금을 지급했던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이 대폭 축소돼 봄철 영농기를 준비하는 농업현장에 혼선을 빚어내 비난을 사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지난 16일 “올해부터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의 타작물 대상 품목을 가공용 벼, 콩, 조사료 등 3개로 제한하고, 이 중 콩과 조사료는 한 해 5000ha까지만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초부터 시행해 온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의 내용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당초 정부는 쌀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해 쌀의 재배면적을 줄인다는 취지로 ‘논 다양화 사업’을 시행했다. 논에 심을 수 있는 타작물의 품목을 제한하지 않았으며, 보금을 지원해주는 논의 면적을 4만ha로 허용했고, 최소 3년간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시행 1년만인 지난 16일, 논 대체작물 대상 품목을 3개(벼, 콩, 조사료)로 제한하고, 대상 면적은 4만ha에서 5000ha로 대폭 축소됐다. 이처럼 ‘논 다양화 사업’의 대상 면적이 대폭 축소된 이유로 △2010년·2011년산 쌀 재고가 부족해 올해는 쌀 생산여력을 확대할 필요성의 증가 △지난해 이 사업이 배추와 대파의 과잉생산을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부정책이 시행 1년여 만에 바뀌자 대체작목을 준비하던 농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성군의 경우 작년 208ha(1076필지) 면적의 농지에 360여 농가가 참여해 대체작물을 길렀지만, 올해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 대상면적은 작년에 비해 83% 감소한 36ha에 그치고 있으며, 이도 작년에 대체작물을 재배해 보조금을 받은 농민들로 제한하고 있어 신규대상농가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홍성군청 농수산과 담당자는 “당국에서 지난해 쌀 생산량의 전체적인 감소 때문에 정부보유량도 줄어들었기에 이 같은 정책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러나 대부분의 대체작물을 재배했던 논은 원래부터 논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던 면적이 많고, 모내기 등도 4월 말에 시작하므로 올해 농사에는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군은 2월 중으로 본격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며, 오는 3월 안으로 대체작물 재배에 관한 약정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논 소득기반 다양화사업’의 현장에 있는 농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지난해 밭작물로 콩을 재배했다는 갈산면의 김모 씨는 “원래부터 벼를 재배하기 어려운 여건의 논이 많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물론 논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논도 일부 포함됐겠지만, 요즘엔 왠만한 산간지역까지도 배수시설이 잘 되어 있어 벼 재배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김 씨는 “수년간 논으로 사용하던 토지에 밭작물을 기르려고 물빠짐이 좋도록 배수로도 이미 정비를 마쳤는데, 지금에 와서 다시 벼를 심으라고 한다는 것은 논·밭 농사의 생리를 무시한 채 벌이는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변경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며,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임종완 회장은 “정부가 쌀 수급에 장기적인 관점이 없으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며, “오락가락하는 정부 탓에 농민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고, 농정에 대한 크나큰 불신만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밝혔고, 한국쌀전업농회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 이달 안으로 입장을 밝힌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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