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을 사랑하고 알리고 싶은 박정애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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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을 사랑하고 알리고 싶은 박정애 명장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0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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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멋과 향기를 현대인들 마음에 엮는 작업
평생 작업한 300여 작품들을 시민들과 공유하고파

무심히 지나쳤던 결혼식 장면들을 새삼 떠올린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혼인식이 끝난 후 혼인 예복을 벗고 갖춰 입은 예복들을 보면 대부분 신랑은 양복, 신부는 한복이다. 생각할수록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매듭·자수·한복 분야 국내 명장 반열에 올라 있는 박정애(64) 씨가 이 같은 웃픈(?) 현실을 꼬집지 않았다면 아무 의식 없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세계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의 특징과 향기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공항에 내리면 우리의 멋과 향기를 찾을 수 없다. 현대인들은 어느새 우리네 선조들의 멋과 향기를 어느새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즐겼는지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민속촌에 가도 골동품처럼 덩그러니 예전 물건들만 비치해놓았을 뿐 실상 그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아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는 7년 전 홍성과 예산의 경계지역인 수덕초등학교 뒤쪽에 2층짜리 건물을 마련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할 조그만 박물관 운영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차례 큰 병치레를 한 후로는 몸이 마음을 따라주질 않아 지금은 서울서 쉬러 내려오는 공간으로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300여 점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소장품 대부분이 직접 만든 것들이다. 잊혀져가는 선조들의 멋과 지혜를 어떻게 하면 이을 수 있겠는 지가 최대 고민거리고, 남은 생애동안 그가 해결하고 싶은 가장 큰 과제다.
“조상들의 멋과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테마파크에는 여러 기능을 하는 공간들이 복합적으로 구성된다. 선조들은 잔치 집에 가면 씨알을 치고 그 아래서 혼례를 거행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함께 노는 것이다. 널뛰기, 윷놀이, 팽이치기 등의 놀이마당이 있어야 한다. 또한 조상들의 멋과 향기를 품은 공예품들을 전시할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 다른 한쪽에는 옹기쟁이, 대장장 등 옛 전통공예를 재현하는 공방들도 다 갖춰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만들어진 공예품을 방문객들의 손에 쥐어질 수 있도록 판매장도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안동 하회마을의 탈박물관처럼 잠자고 숙식이 가능한 공간도 함께 어우러지면 좋을 것이다.”

이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춘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현재 홍성군과 예산군에 그의 구상이 담긴 제안서를 만들고 있다. 처음 봐둔 안면도 수목원 자리는 규제 때문에 포기하고, 홍성 남당항 어사리에 2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했는데,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가 산 땅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한 개인이 하기엔 벅찬 과제다. 지자체가 나섰으면 좋겠다. 홍성도 궁리항에 거액을 들여 뭘 한다고 하고, 매년 홍성역사인물축제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던데, 하나를 해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도 시와 여러 행사를 해봤는데, 공무원이 확고한 신념과 희생정신으로 임하지 않으면 어려운 사업이다. 홍성군에서 한다고 해도 내가 살아있을 때 시작이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가 말은 이렇게 해도 꿈마저 접은 것은 아니다. 무엇이라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명장도 명인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다만 “우리 것을 사랑하고 우리 것을 알리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귀걸이 등의 장신구들과 함께 어우러진 그의 화려하고 정교한 매듭에는 지나간 시대의 생활문화 전반을 현대인들 마음에 단단히 묶어놓는 작업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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