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感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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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感氣)”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0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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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감기로 망한다.’ 일본영화 블레임:인류멸망2011(원제:감염열도,2009년 작)’과 한국영화 감기(2013년 작)’를 보면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두 영화 모두 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내고 급기야 도시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감기는 흔히 고뿔이라고 하는데,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코에 불이 나는 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학이 발달해 바이러스의 수많은 종류까지 자세히 밝혀지는 세상이지만 아직까지도 심심치 않게 쓰이는 단어다. 고뿔에 걸리면 치료약도 무시하기 일쑤였고, 기껏 처방을 받아 약을 지어와도 약 먹으면 2, 약 안먹고 버티면 보름만에 낫는다고 누구나 쉽게 말했다. 민간치료법도 횡행해서 쐬주 반병에 얼큰한 콩나물국 먹는 것이 최고의 요법이자 비법이라고 굳게 믿었고, 희한하게도 그때는 그렇게만 해도 쉽게 나았다. ‘약간의 아스피린, 적당한 비타민C, 충분한 휴식의 서양식 처방보다 몸에 잘 받았다.

현대의학에 따르면 감기는 200여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늦봄과 초가을에는 리노 바이러스가 많고 한겨울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독감독한 감기가 아니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질환으로 감기와는 사뭇 다르며, ABC의 세가지 형태 중 A형이 변이를 자주 일으켜 세계적인 대유행을 몰고 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감기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일정한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데 코와 목을 포함한 호흡기계에서 재채기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발현된다. 건강한 사람은 1~2주 내에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되는 것이 보통이기는 하나, ‘기운(氣運)’이 떨어져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는 폐렴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하기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기운(氣運)’은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힘으로, 동양학에서는 인간과 우주 공간에 상호의존적으로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힘을 말한다. 이 기운은 음양(陰陽)과 오행(木火土金水)으로 이루어진 대기중에 떠돌며, 일정한 조화와 균형을 항상 유지하고 인간과 함께 생멸한다. 이것은 대기중의 산소를 의식하며 마시지 않듯이,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항상 존재한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 이 균형(밸런스)이 깨지게 되면 인간은 이 기운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이 대자연의 기운()을 몸으로 떨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감기(感氣)’.

, 콧물이 나고 오한이 난다는 것은 내 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대자연이 신호를 보내주는 경고인 것이다. 특히 계절이 교차하는 절기에는 천지가 크게 변화하는 시점이므로 미루어 짐작하여 이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비라는 것은 자연에 순응한다는 뜻으로, 자연과 내 몸이 서로 통하게 만드는 노력을 말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자고 끼니때마다 내 곁에 있는 땅에서 난 제철 나물과 채소를 먹는 단순한 일이 바로 그것이며, 내 몸의 면역력을 키워주는 가장 단순한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자주 듣는 표현으로 하면,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잡힌 식단, 적당한 운동이 되겠다.

설마, 인류가 감기로 망하겠는가.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 결과를 지켜보려면 충분히 오래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 바이러스는 상시적으로 나타나 인간을 위협하는 고약하고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의 몸가짐을 추스르고 건강한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조남민<홍성문화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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