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문화산업 이끌 광천의‘한국K-POP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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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문화산업 이끌 광천의‘한국K-POP고등학교’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03.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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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에서 모두가 선망하는 학교로 이끈 박병규 교장
전 세계가 사랑하는 한류문화, 산업은 있되 인력은 태부족

광천고등학교가 지난 1일자로‘한국K-POP고등학교(교장 박병규)’로 교명을 바꾸고 올해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교명 뿐 아니라 교원, 수업, 학생 모집에 까지 건물과 운동장만 남기고 학교의 모든 것을 바꾼 옛 광천고등학교의 일대 혁신은 3년 전 부임한 박병규 교장으로부터 촉발됐다. 불과 3년 전만해도 광천고등학교는 현재의 한국 K-POP 고등학교와 판이하게 달랐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병규 교장은 그 때의 상황을 담담히 털어놨다.
 

광천읍의 한국K-POP고등학교 박병규 교장.

신입생 8명밖에 없던 학교, 한 때 모두가 자포자기 상태
4차산업시대에 예술과 체육은 마지막까지 살아 남을 것
향후 2~3년이 중요, 실력있는 교사 확보하는 것이 관건


교장으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엔 오지 않으려고 했다. 이 학교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여러 차례 권유를 받고 결국 2017년 3월 2일부로 부임했다. 솔직히 이 학교로 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학교 입학식에 갔는데, 그 해 신입생이 8명이었다. 그때부터 진단과 분석을 했고, 이대로는 도저히 안된다고 판단했다. 모든 것을 바꿔야하는 상황이었다.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그 당시 지역주민들은 광천고등학교에 대해 내 자식을 믿고 맡겨도 좋은 학교라는 희망을 저버린 상태였고 충남도교육청에서 조차 폐교를 고려하고 있었다. 심지어 교직원들도 자포자기 상태였다.  우선 이대로는 안된다는 공감대를 만들고, 학교를 정비해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학교가 갖고 있는 여건 속에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안을 놓고 고민했고, 그 중에서 K-POP 고등학교로 가자라고 제가 제안을 했다. K-POP 교과중점학교로 가자고 한 우리의 결정을 도교육청에서 승인해줬고, 2018년도에 인문계 고등학교이지만 K-POP 교과중점학교로 지정을 받고 신입생을 모집했다.

2017년에 8명이 오던 학교가 2018년도에는 40명의 학생들이 왔고, 2019년도에는 아이들이 차고 넘쳤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본 도교육청이 학교 프로그램이 좋다는 평가와 함께 발전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후 도교육청과 여러차례 협의를 거쳐 광천고등학교를 일반 인문계교등학교에서 K-POP 특성화 고등학교로 아예 전환을 하게 된 것이다.

■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시도를 한 것이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로 결정했는데,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설득했나?
지역이 사는 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가 돈 벌어 먹고 살거리가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 중 학교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광천에 제대로 된 학교가 있다면, 자녀를 학교에 다니게 하고 부모는 이곳에 집을 얻어 출퇴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8명의 신입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놓고 모두가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어느날 기관단체장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도로를 뚫는데 80억 국비를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화제였다. 그때 내가 발언권을 얻어 한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면, 도로 짓고 건물 짓는 것 좋다. 그런데 만일 광천 한복판에 있는 광천고등학교가 문을 닫아 잡초가 우거져 있고 들고양이가 들끓고 있는 모습의 광천이어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대신 광천고등학교가 잘돼 200~300명의 학생들이 웃고 재잘대며 다니는 학생들을 볼 수 있는 광천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던 기억이 있다. 광천고등학교가 죽으면 80억이 아니라 800억을 들여 도로를 만들어 봐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광천고가 죽으면 광천의 미래도 없다고 본다. 

■ 지난해 학교의 일대 변신 소식을 접한 MBC뉴스데스크, 서울방송 등 공중파 방송 여러 곳에 소개된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사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K-POP고등학교와 일반고등학교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한류’ 혹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지금 어마어마한 산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막 빗장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작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BTS’(방탄소년단) 하나만으로도 향후 56조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을 보면 한류와 관련된 산업은 있는데 산업인력을 배출하는 학교가 전국에 없다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국K-POP고등학교에서 명실상부 한류문화의 산업인력을 양성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제2의 방탄소년단을 배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게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한국K-POP고등학교가 한류문화산업인력을 배출하는 요람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희망이다. 공교육기관이나 궁극적으로는 한류 산업을 이끌 산업인력을 배출해내겠다는 것이 저희 학교의 목표고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여러 종류의 특성화고교가 있을 텐데… 굳이 K-POP 고등학교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선 한류 관련 정규고등학교가 전국에 아직 한 곳도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둘째는 산업의 주기가 4년에서 5년 주기로 바뀌고 있는데, 컴퓨터가 유행할 때는 학과가 컴퓨터 학과로 개편했다가. 이게 지나가고 나니까 e비즈니스 관련 학과가 한참 바람이 불었다. 유행을 따라 학과가 개편됐던 양상이 이어져 오고 있다. 산업인력을 배출해야하는 학교들은 산업구조에 맞춰 학과를 개편하는 것이 맞다. 교육현장에서는 이 주기를 4년에서 5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대부터 지금까지 산업이 변하더라도 예술과 체육은 변하지 않았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또 학교가 존재하는 한, 예·체능도 존재할 것이고 변하지 않고 그대로 갈 것이다. 

학과를 선택할 때 유동성, 변동성이 심한 학과보다는 우리는 계속해서 한 우물을 파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예술계 쪽을 봤고, 클래식도 있지만 우리는 대중예술 분야 쪽을 가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지금 모든 분야가 4차 산업 혁명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AI시대를 맞아 대변혁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점점 대체해 나가고 있는 시대다. 로봇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인간의 영역을 생각해 보게 된다. 로봇하고 유일하게 이길 수 있는 분야는 예술과 체육 분야가 아닐까? 체육 같은 경우,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려 얻는 쾌감은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영역이다. 인간이 음악을 통해 체험하는 심리적 감성은 로봇이 대신할 수 없다. 로봇이 아무리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도 유치원생이 더듬거리며 부르는 노래가 훨씬 더 감동을 준다. 4차 산업이 거세게 몰아친다 해도 예술과 체육 분야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바로 이 영역에서 산업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우리 학교가 지향하고 있는 궁극적인 방향이고 목적이다.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처음엔 교실 안에서 칠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전통적인 수업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학원식 수업도 고려했다. 학원식은 노래면 노래 악기면 악기 식으로 어느 하나만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한다. 이 역시 학원하고 경쟁해서는 전망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획사 방식 운영이다. 법이 정한 교육과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기획사 식으로 수업하는 방식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기획사식은 한 명의 학생을 엔터테인먼트로 양성해내는 방식이다. 오로지 노래만 잘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작곡·편곡도 할 줄 알고, 부전공으로 악기도 다룰 줄 알고, 심성과 관련해서는 어디가서 봉사활동도 할 수 있게 해주고, 무대매너 관련해서는 다양한 독서교육이라든지 학생들이 다양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키워내겠다는 것, 음악인으로 갖춰야할 기본 소양, 음악에 관한 이론적 토대도 탄탄하게 해줄 수 있는 종합교육을 시킬 수 있는 학교로 운영할 것이다.

서울의 모 학교는 운동장이 농구장만한 좁은 땅에 위치해 있는데, 경쟁률이 상당하다. 일년 학비가 4~5000만 원 정도나 드는데도 그 학교만 가면 연예인이 된다고 소문이 나 너도나도 가고싶어하는 학교다. 그런데 학교의 실상을 보면 알려진 것과 다른 면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한 일반 연예인들이 값비싼 학비를 감수하고 이름만 걸어놓은 학교였다. 또한 그 학교는 대안학교여서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롭다. 자율권이 많아 학교운영이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 문제는 3년간 몇 천만 원을 들여 공부했는데, 재능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스타가 되지 않으면 용도 폐기되는 상황이다. 광천고등학교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봤다. 제2·3·4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학교여야 한다.

올해 우리학교 신입생 경쟁률이 2.2대 1이다. 전국 11개 시도에서 학생들을 모집했다. 2개 반 8개 전공별로 학생들을 모집했다. △미디 △기타 △드럼 △댄스 △보컬 등 1개반에 21명씩 42명이다. 다른 정규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광천고 학비는 무료다. 물론 기숙사비, 식비, 전기료 등은 내야하지만 다른 일반고등학교와 동일하다. 악기는 학교에서 구비해준다. 바로 이런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앞으로 2~3년간 교육과정의 틀을 잘 짜고 실력있는 선생님들을 모셔온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에 다섯 분의 음악선생을 새롭게 모셨다. 그러나 그분들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엔터테인먼트식 교육을 하려면 좋은 강사진들을 더 확보해야한다.

■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시작했으니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제 막 출발한 광천고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무엇이 홍성의 발전이고 광천의 발전일까하고 생각해보자.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 외지에서 줄섰다먹는 식당을 만들고, 김 공장하는 사람들은 김을 잘 만들 듯이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들 역시 전국에서 줄섰다 누구나 오고싶어하는 학교를 만들면 된다. 이렇듯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 이런 노력들이 모여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본다. 학교의 진정한 주인은 이사장이 아니라 지역의 주민들이고 졸업생들이다. 이사장도 바뀌면 끝이다. 이 학교를 끝까지 품고 가는 사람들은 결국 이 지역의 주민들일 수밖에 없다. 만일 학교가 어긋나는 길을 간다면 조언도 해주고, 동참도 해주고, 때로는 장학금도 주고, 격려도 해주면서 같이 학교를 만들어 가야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이것이 광천 발전을 견인해내는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 광천고등학교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광천고등학교가 문을 닫으면 광천의 미래도 없다고 본다. 지역민들이 함께 한다면 광천고등학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본다. 나를 포함한  교직원은 잠시 머물다 갈 머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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