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모든 시름 잊고 “덩기덕,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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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두 번, 모든 시름 잊고 “덩기덕, 얼쑤~”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2.03.0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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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 풍물패 ‘길’, 홍성5일시장의 ‘얼굴’로 거듭나다


덩덩 쿵덕쿵...덩덩 쿵덕쿵...개개개갱...쿵기덕 쿵기덕...15평 남짓의 연습실에 울리는 풍물 가락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들이 박자에 맞추어 움직이는 듯 하다. 콘크리트 건물 한 켠에 마련된 공간인지라 유난히 악기소리가 크게 응집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뒤흔든다.

지난달 27일, 홍성5일장 내 문전성시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홍성시장조합 B동 2층에 30 여명의 상인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오후 6시 30분 무렵이다. ‘연습도 실전처럼, 실전도 연습처럼’이라는 구호처럼, 공연복장을 정식으로 갖춘 홍성5일장 풍물팀 ‘길’(회장 서대권·롯데하이마트)이 공연연습에 한창이었다. 총 41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풍물팀 ‘길’의 이날 연습에 참석한 회원들은 36명, 보통 80%의 연습 참석율을 보이지만 공연 무렵에는 모든 회원들이 빠짐없이 모여 장단을 맞춘다.

보통 홍성5일장 풍물패로 알고 있는 이 모임은 지난해 6월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이하 문전성시)’의 일환으로 정식 구성됐고, 현재 41명의 회원 중 4명의 회원을 제외한 37명의 회원들이 홍성5일시장 상인들이다. 그래서일까. 홍성관내 다양한 행사에서 식전공연으로 시선을 모았던 ‘길’의 공연에는 연주자와 관객들이 어느 때보다 쉽게 융화되어 어깨를 저절로 들썩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삼화페인트, 곤달걀, 홍성떡방앗간, 정든식당, 홍주수족관, 홍성대장간, 시대한복, 강화도닭집, 홍주천막사 등, 낯익은 홍성5일장의 터줏대감들이 꽹과리, 장구, 북, 징을 두드리며 한껏 신명을 돋우기 때문이다.

현재는 때깔 고운 풍물복장을 모두 갖추어 입고, 악기도 인원수에 맞게 갖추었지만 풍물팀 ‘길’은 출발은 다소 소박했다고 한다. 신입회원들의 대부분이 사물악기를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초보자가 대부분이었고, 공연이 없었기에 응당 공연복장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풍물에 대한 열정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결성농요보존회 이종환 강사의 지도아래 풍물패 ‘길’은 나날이 일취월장해 풍물패 결성 6개월째인 11월 25일, 문전성시 ‘난장 축제’의 무대에 당당히 오를 수 있었다.



첫 공연 이후 지금까지 풍물패 ‘길’은 꽤나 바쁜 공연일정을 소화했다. 대교리 미륵제, 마을 대동회, 정기시장총회, 시장일대 정월대보름 지신밟기에서 식전, 본 공연무대에 올랐고, 얼마 전에는 경상북도 봉화군을 시장 교류차 찾아 축하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꽹과리를 맡아 풍물패의 장단을 이끌고 있는 서대권 회장은 “풍물패 ‘길’은 홍성5일시장을 대표하는 대표적인 모임으로 시장의 중요한 일원이자 문전성시 사업의 일원이라는 자부심도 남다르다”며, “문전성시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사업이 끝난 이후에는 영원한 홍성5일시장 소속단체로 꾸준히 활동하며, 지속적으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아울러 서 회장은 “타 지역에 가면 홍성을 아예 모르거나 횡성이나 홍천과 헷갈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홍성5일장 풍물패의 공연을 통해 홍성을 알릴 수 있고, 어떤 홍보방법보다 효과적인 것 같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이 풍물패 ‘길’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가입을 원하는 시장상인들의 요청이 점차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성5일장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풍물패 ‘길’은 40대~60대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회원들 모두 앞으로 20년은 끄떡없다며 힘차게 사물을 연주한다. 풍물패 ‘길’에서 북을 연주하는 김기호 씨(김수자 신발)는 “전반적인 불경기에 상인들 모두 힘겨워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 연습이 있는 날에는 일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잊고 힘차게 풍물을 맞추며 스트레스를 잊는다”며, “풍물패 ‘길’ 활동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풍물패 ‘길’은 지난해 보다 자주 공연을 갖으며, 홍성5일장 상인들의 의지와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한편, 봉사하는 마음으로 관내의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서 회장은 “문전성시 사업이 마무리되는 12월까지 이종환 강사님으로부터 열심히 배워 실력을 쌓고, 문전성시 사업이 성공할 수 있게끔 풍물패 ‘길’이 적극적으로 돕고 협력하겠다”며, “특히, 홍성5일시장을 방문하는 외지 방문객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으로 홍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꽹과리, 장구, 북, 징...사물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내 몸 깊숙이 배어있는 가락을 연주하는 풍물패. 주거니 받거니, 상쇠의 리드에 따라 연주의 장단을 자유자제로 가지고 노는 우리네 풍물패의 공연은 한국판 타악 재즈다. 서로의 눈빛을 읽으며, 가락과 장단으로 하나되는 풍물패의 공연이 홍성5일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전성시’ 사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해당 시장 상인들의 협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보다 훌륭한 협력모델이 있을까? 문전성시풍물패 ‘길’의 신명나는 활약에서 홍성5일시장의 저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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