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와 아이들
상태바
죽도와 아이들
  • 전병준(사회복무요원>
  • 승인 2020.05.1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지낸다는 것. 지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근무를 하며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작년 9월 말쯤 센터 선생님,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죽도로 캠핑을 갔다. 죽도에 배를 타고 도착한 후 점심을 먹고 주꾸미 낚시를 하러 갔다. 주꾸미 낚시에 아이들이 기대를 많이 했는지 배에 타라는 소리와 함께 느릿느릿하던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행스럽게도 배 멀미를 하는 아이는 없었다. 낚시는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낚시를 처음 하는 아이들은 그것을 견디지 못했는지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주꾸미를 낚기 시작하니 다들 줄줄이 주꾸미를 낚기 시작했고, 주꾸미를 잡지 못한 한 명의 아이를 뺀 다른 아이들의 표정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 한 아이는 결국 낚시가 끝날 때까지 한 마리도 잡지 못했고, 그것이 굉장히 분했던지 죽도에 다시 도착하자 집으로 돌아갈 거라며 홍성으로 돌아가는 배를 잡아 달라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배가 끊겨 홍성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아이가 뾰로통해있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이들과 함께 잡은 주꾸미와 여러 가지 해산물들을 저녁으로 식당에서 요리해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주꾸미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던 아이도 자기가 잡은 거라 그런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이 쉬는 동안 나는 선생님들과 함께 섬 뒤편 바닷가에서 캠프파이어를 준비했다. 준비가 끝난 뒤 아이들을 불러 불을 지폈고 준비해 온 소떡소떡과 마시멜로, 저녁에 먹다 남은 주꾸미를 구워 먹었다. 

아이들은 돗자리에 누워 따스한 모닥불과 간식, 잔잔한 파도, 은은한 달빛을 만끽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직도 나는 달빛에 반사돼 아름답게 빛나는 파도와 아이들의 웃음소리, 은은한 모닥불과 그 불에 구운 주꾸미의 맛을 잊지 못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저마다 어두운 그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죽도에서의 모습들은 짧은 시간 속에서도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같았다. 주꾸미를 잡지 못해 집에 돌아가겠다고 때를 쓰던 그 아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웃고 즐기고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혼자 있는 것을 좋아 하던 우리 모두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캠프파이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자기 위해 잠자리를 정리했다. 아이들은 늦은 시간임에도 아쉬웠는지 바로 잠에 들지 않았고 잠들기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과자를 먹으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모두 죽도 캠핑에 아주 만족해했고 특히 주꾸미 낚시는 나중에 한 번 더 오고 싶다고 했다. 

주꾸미 낚시 이야기가 나오자 못 잡았던 아이는 표정이 약간 찡그려지긴 했지만 그 아이도 다음에는 주꾸미를 꼭 잡겠다 다짐을 했다. 다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너무 늦어진 밤 탓에 잠에 들었다.

센터 선생님, 학교 밖 청소년들과의 1박2일 짧은 죽도 캠핑이었지만 굉장히 재밌는 시간이었고, 뜻 깊은 추억이 됐다. 나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일탈과 비행을 일삼는 아이들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단지 학교를 안 다닐 뿐 다른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은 6개월 근무 기간 동안 아이들과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동의냐 부동의냐 갈림길… “절박한 심정이다”
  • 빛과 그림자
  • 사랑의 언어
  • 축산악취? 축산의 향기? 내포, 새벽운동도 못해?
  • 홍성군 청사이전, 어떻게 진행되는가?
  • 본능의 어깨에 올라탄 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