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에 잠긴 ‘노인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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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속에 잠긴 ‘노인보호구역’
  • 이잎새 기자
  • 승인 2020.09.1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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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되는 가로등 1대도 없어 밤엔 ‘깜깜’
상향등 작동이 필수되는 수준의 어두움
노인의 교통안전에 대한 방안 마련 필요

 

실제 야간 주행 중 촬영한 홍북읍 모 노인회관 인근의 도로. 사진에 보이는 가로등에 전구가 없는 상태이며 위 사진은 상향등을 켰을 때의 도로상황, 아래 사진은 일반등만 켰을 때의 도로상황인데 가로등은 물론 도로 주변 윤곽이 보이지 않는다.

홍북읍, 은하면, 결성면, 서부면 등 노인회관과 복지센터 앞 도로에 지정된 ‘노인보호구역’에 작동되는 가로등이 단 1대도 없어 9월 이후부터 짧아질 낮의 길이에 노인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실제 해당 도로 구간들을 오후 9시경 차량으로 지나보았을 때, 상향등을 작동하지 않으면 도로의 윤곽이 명확히 보이지 않아 도로를 지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수준이었다.

상향등은 강한 빛을 통해 일시적으로 사람의 시야를 제한하고 정상적인 시야로 돌아오는 동안 3.23초가 걸리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불어 노인의 동공은 청년에 비해 빛의 변화에 더 느리게 반응하게 돼 눈부심에 더 민감해지고 갑작스럽게 어두운 곳에 있다가 밝은 빛에 노출되게 되면 일시적으로 시야가 크게 흐려지게 된다. 따라서 노인이 야간에 길을 건너다 상향등을 켜고 주행 중인 운전자를 마주치는 상황은 안전사고까지 우려되는 위험한 상황에 이른다.

또한 노인들의 경우 빠르게 달려 차를 피하는 것이 어려운 신체요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인들이 무리 없이 보행을 통해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국민안전처와 도로교통공단에선 ‘노인보호구역’을 지정해 제한속도를 30km/h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실제 2016~2019년간 일어난 교통사망사고 중 40%가 동절기 야간에 발생한 노인 교통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재활용품을 수거하던 노인들이 야간에 활동하는 경우 리어카를 끌며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겨울엔 밤이 길어져 도로가 어두운 것이 그 원인으로 밝혀져 서울시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야광 조끼와 묶음줄 등 야간 안전장비를 제공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교통사고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경북개발공사를 통해 설치된 벽부등.
경북개발공사를 통해 설치된 벽부등.

한편 농촌에 가로등을 설치하게 되면 가로등의 불빛에 벼, 참깨, 들깨, 콩 등의 작물이 낮의 길이가 길어졌을 때와 같이 광주기반응을 해 출수기에 영향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그간 농촌에서의 가로등 설치가 사장돼왔다. 하지만 경북에서는 지난 2018년 경북개발공사와 경북종합자원봉사센터가 함께 낙상사고와 범죄 예방 등 노인 안전을 위해 지역 내 농촌지역 6개 마을을 대상으로 벽면에 고정된 형식의 태양광 LED 가로등 200개를 설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로 인해 농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된 사례는 집계된 바 없고 오히려 멧돼지와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이 농지를 침범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줬다는 설명이다. 경북에서 농촌지역에 설치한 ‘벽부등’ 형식의 가로등은 실제로 크기가 보편적인 노트북 모니터 화면보다 작으며 설치된 위치에서 좌우로 2~3m정도가 밝아져 농경지에는 빛이 도달하지 않게 하면서 주민들의 보행과 차량의 운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설계됐다.

한편, 관내 일부 노인보호구역엔 가로등이 3대 정도 설치돼 있는 곳도 있었으나 모두 전구나 LED와 같은 발광원이 없는 상태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가로등의 불빛이 농작물의 출수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북의 사례처럼 ‘벽부등’ 형식으로 조명을 설치하는 등 안전과 농업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을 도출해내 보다 안전한 노인보호구역을 통해 정말 노인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목이 조성돼야 하는 이유다.

홍북읍 모 노인회관 근처의 가로등. 전구가 없어 작동이 되지 않는다.
홍북읍 모 노인회관 근처의 가로등. 전구가 없어 작동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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