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핫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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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핫플레이스’
  • 조현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 승인 2020.11.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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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희(喜)-기쁨
A는 중학교 시절 폭력사건으로 연루돼 상담의뢰 됐고,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A는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했고 센터의 작은 도움으로 당당히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교를 그만둘 수많은 기회(?) 때마다 센터를 찾아와 의논하고 상의하면서 마침내 졸업을 하게 됐다. A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선생님이 하드캐리 해주셨다. 그렇지 않았으면 전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라고. 스승의 날이나 명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안부전화를 주고, 센터에 오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멘토 역할을 해주는 A, 가끔씩 롤케익을 들고 찾아와 선생님들 드시라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A를 보면 마음이 언제나 뿌듯하고 기쁘다.

둘, 노(怒)-화남
B는 18세 여자아이다. 센터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오게 됐다. 작은 키에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 두 명의 동생과 새 아빠, 엄마 이렇게 5명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새 아빠의 성폭행이 있었고 이로 인해 재판중이다. 엄마는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엄마의 방임으로 인해 상처받은 B와 동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엄마가 있다는 이유에서 제대로 된 복지서비스를 지원을 받지 못한다. 부모가 자녀의 앞길을 막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 머리끝까지 화가 난다.  

셋, 애(哀)-슬픔
C는 센터에 자주 들러 뭐든 열심히 하던 고등학생 남자아이였다. 자원봉사, 위원회, 상담동아리 등 언제나 앞장서 활동을 했고 센터 선생님들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였다. 주말에 센터 직원에게 연락이 온다. 무슨 일이지?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 들리는 울먹이는 선생님의 목소리.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센터장님, C가… C가…’ 말을 잊지 못한다.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는지. 가족들과 함께한 여행지에서 사고를 당했단다. 그렇게 C는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도 C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하고 참 슬프다.   

넷, 락(樂)-즐거움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들과 함께 단양으로 문화체험을 떠난다. 전세버스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하루를 시작한다. 휴게소에서 간식도 사고 옆에 앉은 친구와 시시콜콜한 수다를 떨고 창밖의 가을 풍경을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단양이다. 하늘 높이 날아올라 온전히 나를 느낄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 빠른 속도에 소리 한번 제대로 지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내려오는 알파인 코스트(영혼 가출), 강과 산, 사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에서 사진기 셔터를 연이어 누른다. 마음이 참 즐겁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이야기를 홍주신문에 연재한 지 벌써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면을 통해 센터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았고 여러 변화에 적응해야겠지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확인했다. 그건 바로 사람은 사람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담자인 나와 센터의 존재이유인 것이다. 센터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홍주신문 관계자분들과 홍성의 청소년들의 위해 항상 애쓰는 센터 선생님들, 반짝반짝 빛나는 홍성의 청소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청소년 삶의 이야기가 알알이 맺히는 센터는 진정한 청소년들의 ‘핫플레이스’다.

<끝>

 

조현정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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