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사명을 자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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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사명을 자각하다
  • 한학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0.12.17 08:3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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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은 목적지로 가는 과정을 즐긴다. 삶과 사랑에 빠져 산다. 시인 롱펠로도 “나무가 고목이 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유는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이가 들었지만 매일 성장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얘기한다. “여행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겨우 한쪽만 읽은 책과 같다” 우리가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와 가치를 담은 촌철살인의 일침이 아닐까. 꿈 가진 사람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야를 확장해 가는 것이다. 남과 비교하며 살다 보면 좌절에 빠지기 쉽다. 좌절의 시간은 슬럼프로 이어져, 결국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는 비극을 낳는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티나 산티 플래허티의 ‘워너비 재키’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어디로든 가고 싶으면 먼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 지부터 알아야 한다” 시련 앞에서 좌절을 좌절로 아는 순간, 그곳이 출발선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게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한다.

‘열하일기’는 명분과 관념에 포획돼 현실을 외면해버린 조선의 각성을 촉구한 연암 박지원의 문명비평서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원리는 예나 이제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나라의 기운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는 경제 활력, 유능한 리더십, 국민의 판단력과 기개 등이다. 동서양 제국들이 종교·문화·인종적 관용을 베풀 때 최고 치세를 펼쳤고, 관용에 인색하면서 쇠약해 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외침에 시달린 왕조시대, 압제와 수탈의 일제강점기, 해방 후 분단, 전쟁, 군사 대치로 역사 이래 한반도에는 평화로울 날이 거의 없었다. 지정학적 위치로 강대국 간의 각축이 큰 이유지만 내부의 분열도 그에 못지않다.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위기를 선진국 비상의 도약대로 삼은 것은 참 다행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상처나 실패, 질책 등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재앙 같은 것이다. 다만 항상 배움에 굶주려 있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움을 포기하는 것은 활기 있고 의미 있는 삶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증오는 번식이 무척 빠르고, 복수는 자신을 먼저 무너뜨리며, 적개심은 내 신체에 독소를 잔뜩 퍼뜨린다. 통합·동반자·공존이란 말을 곳곳에 식재해야 하는 이유다.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하다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지닌 것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하는 일이다. 일은 그 자체로도 즐거울 뿐 아니라 그것이 쌓여 점차 우리 존재를 완성하는 기쁨의 근원이 된다”고 말한다. 

‘이제 됐다’라고 판단될 때 한 번 더 의심하는 사람이 미래의 히어로다. 그는 결코 외롭지 않은 1%다. 나 자신은 절대 싸워 이겨야 할 적이 아니다. 피눈물 나는 노력과 끈기와 준비를 거친 이후에 우연처럼, 행운같이 찾아오는 결실을 함께 할 사람이다. 성공한 삶의 조건에 재미나 행복, 즐거움이 잔뜩 담겨야 하는 이유다. ‘장막을 걷어라 너의 좁은 눈으로 이 세상을 떠보자’ 대중가요 가수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의 일부다. 우리가 살고 싶은 ‘행복의 나라’는 어디인가. 그곳에는 눈과 귀로 느껴지는 새로운 ‘설렘’이 있을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은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 세계 문학사의 걸작으로 꼽힌다. 그는 “분노는 정의를 촉발시킬 수 있지만 정의 자체는 아니다. 정의를 완성시키는 건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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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hu 2020-12-18 11:53:56
좋은글 감사합니다!

2020-12-17 14:33:20
글 너무나 좋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청운 2020-12-17 12:46:29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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