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순찰활동이 홍성의 편안한 밤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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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순찰활동이 홍성의 편안한 밤 만들죠”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5.0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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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번씩 4시간 동안 야간 순찰
고맙다는 인사 받을 때 가장 보람 있어요


우리는 생활 속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보고 일상속의 영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홍성군의 일상 속 영웅 중에는 이기성 역전자율방범대 이임대장이 있다.

이 대장은 지난 2000년 처음 자율방범대 활동을 시작한 이래 묵묵히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5년간 역전자율방범대장으로서 활동하고 지난 17일 이임했다. 계속하고 있는 홍성군자율방범연합대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2년 더 임기가 남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 순찰을 도는 것이지요. 걸어서 순찰을 하거나 차를 타고 순찰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때에 따라 환경정화, 사랑의 집수리, 홀몸노인 방문 같은 활동이 더해지고 정기적으로는 월례회의도 해요”

이 대장은 자율방범대 본인들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입을 땠다. 하지만 이 대장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연락했을 때 그는 평일에도 일했고 주말에도 일했다. 요새 한창 바쁘다는 이 대장은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대표인 일진산업(주)에서 기계설비 일을 하고 있고 벼농사도 짓고 있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자율방범대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 것이다. 바쁜 그를 노을이 질 무렵 일과를 마친 직후에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자율방범대는 일주일에 하루, 저녁 8시에서 12시까지 순찰을 돌고 있다. 대원들이 많았던 예전에는 매일 순찰을 돌았다. 기계 설비일이나 농사일 모두 힘쓰는 일인데 그 일들을 하고 봉사활동까지 하면 피곤하지 않았을까?

그는 “조금 피곤해도 대원들과 순찰 돌며 대화하고 같이 봉사하면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았어요”라고 답한다.

자율방범대의 활동을 설명하던 이 대장은 현재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대원들의 순찰도 여의치 않고 다른 봉사 활동도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 계속 봉사활동을 해왔다면 잠시 쉬는 것을 휴가처럼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자율방범대 활동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떠할까?
“사람이 혼자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단체에 소속되면 달라요. 자신의 생각만으로 실천할 수 없는 사람들도 단체 소속으로 다른 사람을 따라서 자신의 좋은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 그것이 단체 봉사에요. 내게는 그 단체가 자율방범대였지요”

이렇게 자율방범대 활동에 자부심을 가지는 이 대장에게는 고민이 있다. 세상이 변화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예전에는 순찰을 도는 자신들을 보며 사람들이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다른 주민들에게 ‘수고하십니다’, ‘고생하시네요’,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들으면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점점 그런 말은 줄어들고 사람들의 감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외국인들이 말하는 한국의 장점 중에는 밤늦게 여자 혼자 산책을 할 수 있는 좋은 치안이 있다. 외국인들은 그것이 한국의 뛰어난 치안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민들 중 누군가 산책을 하는 자신들을 지켜봐 준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홍성군에서는 지난 세월 부족한 경찰 인력을 훌륭하게 보조해 온 자율방범대가 그런 역할을 해왔다. 작물 생장에 좋지 않다고 가로등마저 함부로 설치 못하는 농촌 지역에서 자율방범대는 밤 12시까지 순찰을 돌며 지역의 범죄 예방 활동을 해왔다.

이기성 역전자율방범대 이임대장은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우리의 일이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이러한 시원섭섭함 속에서도 이 대장은 변함없이 순찰을 나갈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일상의 소중함을 잊는다. 코로나19 시대 이전 마스크 없는 일상을 우리는 그리워한다. 언제나 홍성의 밤거리를 지켜온 자율방범대. 우리는 감사해하고 지켜야할 또 하나의 일상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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