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학파의 실학과 양명학과 천주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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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학파의 실학과 양명학과 천주교〈2〉
  • 서종태 <前전주대학교 교수>
  • 승인 2021.05.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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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 실학의 철학 체계 확립과 양명학 수용·확산 
이익의 실학 체계는 주자학과 모순되고 양명학과 합치된다. 그러나 그는 양명학을 비판하고 주자학을 견지했다. 따라서 이익의 실학은 철학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실학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할 때 철학적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데 이익의 실학이 지향하는 방향은 주자학과 모순되고 양명학과 합치되기 때문에 그의 실학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할 때, 양명학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의 가르침에 따라 주자학에 구애받지 않고 경전을 자주적으로 해석한 이병휴와 그의 문도들 등이 양명학을 수용한 것은 바로 그의 실학의 철학적 체계를 확립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후학들이 그의 실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양명학이 수용되고 확산된 양상을 알아보면 아래와 같다.

이익의 조카이자 제자인 이용휴는 문학 방면에서 양명학을 수용했다. 이익의 실학을 문학 방면에서 계승 발전시킨 이용휴는 양명 좌파인 태주학파에 속하는 공안파 문인들인 원굉도와 서위의 문집을 통해 양명학적 사고를 수용하고, 하심은의 만물일체설과 만인평등설도 수용했다. 

이익의 조카이자 제자인 이병휴는 경학 방면에서 ‘외주내왕’의 모양으로 양명학을 수용했다. 그는 주자학에 불완전한 부분들이 있으니, 주자학을 맹종하는 것보다는 그것들을 변론해 바로잡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주자를 지극히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욕 추구의 여부를 이단의 판단 기준으로 삼아, 양·묵·노·불이 성인의 학문과 다르지만, 이욕을 추구하지 않으므로 이단으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병휴는 《대학》의 체제 등에 대해 논하면서, 격치장 없이 성의장을 전문 맨 앞에 배치한 고본 《대학》의 체제를 따랐고, 행에 관한 공부인 성의 이하에만 전을 설정해 해설하고 지에 관한 공부인 격물치지에 전을 생략한 것은, 격물치지의 지는 물의 선불선에 관한 것으로 배우지 않고도 내 마음의 영명함이 알 수 있어 행에 관한 공부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심의 성을 지선으로, 명덕과 신민을 효·제·자로 보았고, 성의를 효·제·자를 밝히는 주된 공부로 삼았다. 

아울러 이병휴는 사실 세계의 인식적인 이·기와 가치 세계의 규범적인 이·기를 범설의 이·기와 비범설의 이·기로 구분한 뒤, 인심도심설을 가치 세계에 국한된 비범설에 따라 전개하면서, 그 이치는 누구나 심의 영명함으로 알 수 있으므로, 지에 관한 공부는 필요 없고 성의 이하의 행에 관한 공부만 필요하지만, 사실 세계의 인식적인 이치는 경험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알 수 없으므로, 공부에 힘써 지식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병휴의 학설은 양명학과 합치된다. 그러나 양명학의 용어를 드러내지 않고 ‘외주내왕’의 모양으로 양명학을 수용했다. 내포에 사는 이철환과 홍유한도 같은 모양으로 양명학을 수용했다고 여겨진다. 

그들이 이러한 모양으로 양명학을 수용한 것은 이익 실학의 철학 체계를 확립하여, 행 중심의 성덕 공부를 강화하고 사공에 관한 학문의 탐구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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