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 나면 옥상으로 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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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재 나면 옥상으로 대피?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07.1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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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아파트 27곳 중 무려 14곳 꼭대기 층에 옥상문 없어
군민, “옥상 출입문 위치 주민들에게 홍보·교육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군포시 한 아파트 12층에서 리모델링 공사 중 폭발에 의한 불길이 솟구쳤다. 화재가 발생하자 작업자 2명은 불길을 피하려다가 추락해 사망했고, 이웃 주민 3명은 불길을 피해 상층부로 이동하다가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지나쳐 옥상 계단에서 연기에 질식해 2명이 숨지고, 1명은 심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화재는 30여 분만에 진화됐지만 부상자까지 총 1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였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비상계단 꼭대기 층이 아닌 그 아래층에 옥상 출입문이 있었다. 계단에서 발견된 피해자들은 화재 연기 속에서 옥상 출입문 위치를 혼동해 옥상 출입문을 지나쳐 기계실까지 올라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화재 당시 옥상 출입문은 열려 있었다.

사건 발생 후 경기도가 두 달에 걸쳐 도내 아파트나 기숙사 등 5900여 곳의 옥상실태를 조사한 결과, 꼭대기 층에 옥상 출입문이 위치하지 않은 건물이 1800곳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비상구 유도등이 없는 건물도 1300곳이나 됐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3일 제352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어 ‘경기도 공동주택의 옥상 피난설비 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홍성군의 상황도 경기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냈다. 관내 아파트 27곳을 조사한 결과 14곳이 최상층에 옥상 출입구가 아닌 다른 시설이 있는 구조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한 관내 아파트 27곳에는 공동주택관리법상 규정된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26곳이 포함됐다.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는 △300세대 이상 아파트 △150세대 이상이며 일정한 규정을 충족시키는 아파트 △전체 입주자 중 3분의 2 이상이 서면으로 동의해 정한 아파트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홍성읍내 아파트에 사는 황 아무개 이장은 “당연히 옥상문이 비상계단 최상층에 있을 줄 알았다”며 “아파트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주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베이터 안에 대피로에 대한 안내문을 붙이거나 아파트 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며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언제든 대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주민들에게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읍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도 “옥상 출입문의 상황이 이런 줄 미처 몰랐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이장협의회 등에 알려 이장들을 통해 각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성군과 홍성소방서는 “이미 건설을 마친 아파트의 구조적인 수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화재 등 비상시에 소방시스템과 연동돼 잠김 상태가 자동으로 풀리는 장치인 비상문자동개폐장치와 대피로 유도등 관리 등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 허가건축과 관계자는 비상문자동개폐장치와 관련해 “지난 2016년부터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있어야만 아파트 허가 승인을 하고 있지만, 관내 아파트의 경우 모두 2016년 이전에 허가가 승인된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비상문개폐장치 설치가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공동주택관리법상 규정된 ‘의무관리대상’ 아파트 26곳 중 5곳이 비상문자동개폐장치가 설치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의무관리대상 아파트는 비교적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의무관리대상 아파트가 아닌 경우는 지난해 충청남도 보조금을 지원받아 관내 아파트에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비상문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지 못한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아파트는 올해 군에서 지원해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시설법에 규정된 내용에는 옥상문 구조에 대한 내용은 없다”며 “비상통로의 적체물 등에 대한 규제나 ‘유도등 및 유도표지의 화재 안전기준’에 따른 피난구 유도등이나 통로 유도등에 대한 규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성읍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화재 안전에는 아파트 구조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측면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방 시설이 아파트에 몇 천 개가 설치돼 있지만 오작동이 굉장히 많다”고 말하며 “오작동시 화재가 났는지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성화에 조치부터 취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불행은 시작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오작동한 화재 안전장치를 고치는데 협조하지 않는 주민이나 비상통로에 자전거 등의 적재물을 두는 것도 주민들의 그릇된 의식에서 비롯된다”며 “법적인 대책이나 관리적인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주민들의 의식 개선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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