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형(形) 권력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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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오패스형(形) 권력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것은…
  • 김상구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21.11.05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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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공포의 도가니에 휩싸이게 했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권력자를 역사 속에서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네로, 히틀러, 연산군, 리처드 Ⅲ와 같은 인물들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들의 정신세계는 많은 사람을 굴복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매료시키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마음 상태가 온전하지 못했음이 차츰 드러났다. 특히 영국의 리처드 III는 셰익스피어가 《리처드 Ⅲ》에서 악인으로 묘사해 420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연극배우 황정민의 곱추 연기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영국 플랜태저넷 왕가의 에드워드 Ⅳ가 죽고 그의 어린 왕자가 왕위에 오르자, 작은아버지로 섭정을 맡았던 그는 조카를 런던탑에 가두고 왕좌를 찬탈했다. 그러나 그는 장미전쟁(1455~1465)에서 측근들의 배신으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며, 무덤도 남기지 못한 대표적 소시오패스(sociopath)형 인물이다.

셰익스피어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대 스티븐 그린블랫은 셰익스피어의 입을 빌려 온 나라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인물에게 어떻게 통째로 떨어지는 일이 가능한가를 그의 저서 《폭군》에서 묻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자문(自問)한다. “왜 어떤 사람들은 분명 통치할 자격이 없는 자, 혹은 위험할 정도로 충동적이거나, 사악할 정도로 음모를 꾸미거나, 진실 따위에는 아예 무관심한 자에게 마음이 끌리는가?” “왜 어떤 상황에서는 거짓, 무례, 잔인의 증거가 치명적 결함이 아니라, 열렬한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는 힘이 되는가?” 

《리처드 Ⅲ》라는 희곡 속에서 리처드 Ⅲ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병적일 정도로 자기중심적이고 지나칠 정도로 오만했다. 쉽게 화를 내고 자신의 진로에 방해가 되는 자는 누구든지 제거했다. 자신은 뭐든지 한다면 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고상함이 없어 남들과 감정을 공유하지 못했고, 여성을 위협적으로 지배하려는 욕망도 갖고 있다. 그는 성적희열 보다 여성에 대한 경멸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의 이런 성격을 현대의 정신과 의사가 진단을 내린다면 소시오패스형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리처드 Ⅲ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불완전을 채우기 위해 최고의 권력을 향해 질주했다. 그는 이것을 얻어내기 위한 특별한 자질도 지녔는데, 그것은 사기꾼 기질이다. 희곡 속에서 그는 “내 얼굴을 거짓 눈물로 적실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표정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 위협, 욕설, 처단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겁에 질린 측근들은 그의 뻔뻔한 거짓말, 무례함, 말 되받아치기 등을 그의 뛰어난 능력으로 치환하려 한다. 리처드 Ⅲ의 즉위는 그에게 잘 보이려는 주변 인물들의 협조로 가능했지만, 보즈워스 전투에서 그들의 배신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2012년 영국 레스터라는 도시의 주차장 건설공사 현장에서 인부에 의해 발견된 그의 처참한 유골은 ‘절대 권력욕’에 사로잡혔다가 무너져 내린 자아의 파편을 보는 듯하다.

리처드 Ⅲ를 바라보던 눈길을 국내로 옮겨오면 요즘 대선에 출마한 자들의 초상(肖像)을 만나게 된다. 특히 ‘대장동 게이트’라는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의혹스런(suspicious)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를 둘러싼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그가 권력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와 나라의 미래는 순탄치 않을 듯싶다. 

지금, 대선판에서 병적일 정도로 후안무치한 후보자들의 일상 행태가 지도자의 탁월한 능력으로 둔갑되고, 진영논리로 지지자들이 그들에게 묻지마 박수를 보낸다면 가까운 미래에, 그들과 그 나라에 커다란 재앙이 닥쳐오게 되지 않을까? 


김상구 <청운대학교 영미문화학과 교수·칼럼·독자위원>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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