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잦은 민원…마구잡이 가지치기…수종선택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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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잦은 민원…마구잡이 가지치기…수종선택 중요
  • 최선경 편집국장
  • 승인 2012.06.2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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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사이로 뻗은 가로수 ‘화재·정전 위험?’ 전선 지중화사업 ‘시급’

△ 가지치기로 잘린 법원 맞은편 가로수


△ 가지치기에서 제외된 법원쪽 가로수


‘두 팔 잘린’ 가로수 … 흉물로 전락?
주민들이 뿔났다. 홍성군의 무분별한 가로수 가지치기 작업으로 법원로(법원 검찰청 주변)의 가로수가 흉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조성한 가로수 길을 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칙도 규정도 없이 정비했다는 지적이다. 이 지역이 가로수 가지치기의 대상이 된 것은 지역 상인들의 잦은 민원 때문이다. 풍성한 가지들로 간판이 보이지 않는 등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홍성군은 발 빠른 민원 대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조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주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형국이 됐다. 원성을 듣는 이유는 현장 중심의 행정이 아닌 탁상행정이 그것이다.

법원로는 홍성군에서 특색 있는 아름다운 거리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홍성군의 압구정동’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상가마다 독특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개성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홍성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해질녘 나무 그늘 아래 펼쳐지는 파라솔에 삼삼오오 앉아 덕담을 즐기는 주민들과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 학생들과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의견이나 여론 확인 작업도 없이 덜컥 아름드리나무들을 나무젓가락처럼 절단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법원로 가로수 수종은 회화나무로 수종은 대략 20년 가량 됐으며, 처음 심었을 당시엔 한 그루에 10여만원 꼴이었으나 현재 상태로는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편 홍성군은 잦은 민원과 계절 변화로 가지치기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민원도 민원이지만, 전선 사이로 뻗은 가지로 인해 전선 피복이 벗겨져 화재의 위험에 노출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담당자는 “이번에 가지치기한 수종은 회화나무로 일 년에 1m 이상 잘 자란다. 지금 당장은 보기 싫더라도 2~3년이면 예전 같은 가로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형화된 수형을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었다”고 밝혔다.
문제의 핵심은 월산 신도시를 조성할 당시 미래를 내다보면서 전선지중화 사업을 병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지조성 단계부터 전선지중화 사업을 병행했더라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에 공감하는 이유다.



지역 상권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가로수 식재 문제
지역 특색에 맞는 조경 조성과 병충해 예방을 위해 가로수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관리가 민원에 의해 원칙이나 규정도 없이 무책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조경업자는 “넓은 도로면의 경우 목백합, 느티나무 등의 큰 나무를 식재하고, 좁은 도로면의 경우에는 배룽나무, 단풍나무, 감나무 등과 같이 키 작은 나무를 식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상권이 발달된 지역일수록 지역 상인들과 충분히 협의한 후 식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녹지 조성을 하게 되면 차후 민원 발생과 가지치기 등 유지 관리 비용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가 밀집된 도로변에는 수종에 따라 가로수 가지치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따라서 상가가 있는 도로면의 가로수는 수종 선택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민 이 씨는 “몽당빗자루처럼 잘려나간 가로수의 모양이 꼴불견이다. 가뭄 때문에 일부러 자른 줄 알았는데 상인들의 민원 때문이었다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가로수 가지치기를 지켜보던 주민은 “문득 몇 해 전 안양시가 나무 백만 그루 심기 운동을 펼치면서 평촌 중심상가에 심은 나무들을 상인들이 몰래 고사시키던 장면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법원로 상인들은 이번 가로수 가지치기로 훤하게 넓어진 도로변이 보기 좋다며 마음에 든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햇빛을 가려주던 나무가 사라져 아무리 차양막을 쳐도 직사광선이 가게 안으로 직접 들어와 냉방비가 배로 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반면 일부 도시의 중심 상권에는 오히려 가로수 조성이 잘 돼 이를 활용한 상권 활성화로 장사가 잘 되는 곳도 많다. 문제는 도시 조성단계부터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이 체계적으로 계획돼야 한다는 점이다.

충남도청 내포신도시는 친환경 녹색성장 도시를 내세우며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단지 녹화와 그린 네트워크, 물과 바람의 자연적 순환을 통해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내포신도시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인구 유출이 심각한 상태인데 이러한 무분별한 도시 가로수 가지치기로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도 못한다면 홍성군의 미래는 밝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오로지 장사가 잘 되기 위해 나무 한 그루 길거리에 조성되지 않는 삭막한 회색 도시로 변한다면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정력에 주민들이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로수 수종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참으로 중요한 대목이다.

지금 홍성군 거리 곳곳엔 가뭄으로 인해 나무가 고사하기 직전이라 물주머니를 매달아 수액과 물을 공급하면서 나무를 살리고 있다. 한편에선 잘 자라는 나무를 잘라내고, 한편에선 예산을 들여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니 참으로 역설적인 행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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