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아닌 ‘우리’… 공연 예술로 장벽을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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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닌 ‘우리’… 공연 예술로 장벽을 허물다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2.12.0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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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 조영석 대표·임현성 공연팀장
조영석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 대표(사진 오른쪽)와 임현성 공연팀장.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 마땅… 공연에 장애 유형별 특성 반영해야”
홍성군 농아인협회와 함께 무대 올라 ‘배리어프리’ 공연 펼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 위해… 공연 예술이 쏘아올린 작은 공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취지를 가진 운동으로, 1974년 유엔 장애자 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서 탄생한 개념이다.

따라서 초기의 배리어프리는 장애인이 불편을 느끼는 물리적 장벽을 제거해 생활편의를 제공하는 의미로 건축학 분야에서 사용되다 최근 들어 제도, 법률, 문화,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2020년도 장애인실태조사’의 ‘문화 및 여가활동 중 지난 1주일 동안 참여율’ 항목 결과를 살펴보면 ‘TV 시청’이 1위(89.4%)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문화 예술 관람’은 2.0%, ‘문화 예술 참여’는 3.0%로 매우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장애인의 문화향유와 문화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곳곳에서 다양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 배역에 장애인 배우를 캐스팅해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공연이나, 뇌성마비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장애인은 연약한 존재, 선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장애까지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욕망을 품고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장애인을 그리는 연극 등이 그 예다. 

홍성에도 전환의 시대를 맞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새로운 공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본지는 지난달 29일 조영석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 대표와 임현성 공연팀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대표와 임 팀장은 본래 거주하던 도시를 떠나 홍성으로 귀촌한 이주민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 탈춤 보유자인 조 대표와 사회복지사인 임 팀장은 몇 해 전 홍성에서 열린 행사 현장에서 만나 처음 인연을 맺었다.

임 팀장은 탈춤, 풍물, 소리, 교육, 공연,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의 공연팀장이면서 장애인 커뮤니티 케어, 배리어프리 공연 기획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화041’의 대표직도 함께 맡고 있다.    
 
귀촌 후 농촌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문화향유와 직접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이어오던 조 대표와, 10여 년 간 경기도의 장애인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임 팀장의 만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고, 더 나아가 함께 만드는 공연을 기획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 5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열린 배리어프리 공연 ‘귀로 보고 눈으로 듣다’.

조 대표는 “홍성에서 지내며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를 만들자는 게 인생의 좌우명이 됐다”며 “내가 즐거워야 남에게도 잘 할 수 있고, 진심으로 남을 배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발달장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공연·문화 분야 일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너무 많다”며 “발달장애뿐만 아니라 청각장애, 시각장애 등 공연에 장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해야 장애인도 비장애인만큼 공연에 감흥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문화전문연희단체 꾼’은 ‘2022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전통연희 예술프로그램 Art Parade 나를 떳떳이 보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해 홍성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노는 소통형 종합예술을 선보였다.

또한 지난달 5일에는 홍성군 농아인협회와 배리어프리 공연 ‘귀로 보고 눈으로 듣다’를 개최해 농아인 관람객과 공연자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들은 배리어프리 공연을 수차례 기획하며 장애인에게 직접 의견을 물어보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막대한 투자나 첨단기술을 적용시킨 배리어프리 공연보다도 더 중요한 건 장애인들의 의견을 공연에 반영하는 거예요. 실제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문자 통역보다는 평소에 사용하던 수어 통역을 선호해요. 배리어프리 공연에 사용되는 첨단기술은 진동 팔찌나 파형 그래프를 활용한 소리의 시각화 등 굉장히 다양하지만 결국 장애인들이 원하는 방법대로 공연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전통연희 예술프로그램 Art parade 나를 떳떳이 보이다’ 퍼레이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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