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을 기억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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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을 기억하는 공간
  • 장영현 <홍성군청 역사문화시설관리사업소장>
  • 승인 2023.05.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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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이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를 기억하기 위해 건립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이 화백이 나고 자란 홍성군 홍북읍 중계리 홍천마을에 위치해있다. 

이곳은 늠름한 용봉산(龍鳳山)과 부드러운 월산(月山) 사이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농촌으로, 두 산의 정기가 만나고 물이 마르지 않는 지역으로 옛말을 빌려 말하면 ‘기름지고 좋은 땅’이다.

지난 2005년 4월 홍성군은 ‘고암 이응노 화백 생가 복원 및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08년 7월 조성룡 건축가의 기념관 설계 공모작이 당선됨에 따라 이곳 홍천마을에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 건립을 본격화했다. 

건축가 조성룡의 인터뷰 <정작 중요한 이야기, 둘>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응노 화백은 고향인 홍성군에 대해 ‘용봉산과 월산을 자주 언급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인상처럼 느껴졌던 고향의 자연을 벗 삼아 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며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성룡 건축가는 홍성의 고지도(古地圖)를 찾아서 이 땅이 지닌 원래의 패턴을 살피고, 어린 이응노가 보고, 밟고, 뛰어 지나갔을 땅과 길을 상상하며 옛 형태로 돌려놓았다.

흙으로 된 월산과 돌산인 용봉산의 특징을 담아 기념관 외벽 한쪽 면은 부드러운 황토로, 다른 면은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 대칭과 반복적인 패턴을 만들었다. 이처럼 부드러움과 거침이 반복되는 것은, 한 예술가의 질곡 진 삶과 시대상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는데, 건축가 조성룡은 ‘인간을 중심으로 한 소우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홍성군이 고암을 기억하기 위해 건립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고암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의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홍천마을 풍경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고, 2013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공공건축물 부문의 사회공공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1년 11월 제1종 미술관으로 개관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은 2013년 고암예술마을인 ‘이응노 마을(홍천마을)’ 조성사업을 필두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 특화지역 조성사업, 2016년 신농촌 문화재생 중심 사업에 선정되며 기념관과 이응노의 고향 마을이 함께하는 예술지구를 형성했다.

이후 2017년 홍성군은 도로개설로 철거 예정이던 ‘한옥’과 마을 ‘축사’를 리모델링해 지역·역사성 및 재생 공간으로의 가치를 지닌 ‘창작스튜디오’ 운영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예술문화자료실’을 준공하며 학술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전시와 지역 문화사업, 창작스튜디오, 예술문화자료실 등 폭넓은 성장을 보인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에 다시금 고암을 되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고암학술연구실’이 들어선다.

‘고암학술연구실’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산책로 조성, 연지공원, 포토존, 잔디광장 등 동선을 연계한 ‘휴먼+뮤지엄’(사람·자연·문화·예술)을 지향한 다채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이응노 작품 연구로 과거를 반추하고, 동시대 예술과 창작스튜디오 등으로 현재를 담으며, 소장품 연계 교육·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체계적으로 연구·소장하고 이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구심점이 될 ‘고암학술미술관’은 고암을 기억하는 공간이자 지역민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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