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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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우리말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3.09.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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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41〉

아주 오래전에 조양문 근처를 ‘토끼동네’라고 이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조양문 안으로 버스가 지나다니던 시절에 상가밀집지역인 그곳은 일본식 가옥이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토끼와 관련 있는 무언가가 그 근처 어딘가에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홍성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 ‘토끼’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들리는 대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수 십 년이 지난 오늘 대교리 1구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토끼동네’가 아니라 ‘토끼똥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토끼똥처럼 ‘데알스러운’ 사람의 가게에 붙인 별명이라는 거였습니다. “데알스러운 건 또 뭐예요?” 하고 여쭈어 보니 “토끼똥처럼 되다”라고 하셨습니다. 요즘말로 ‘짠돌이’를 뜻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 번은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하는 어르신이 나에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잘 지냈냐?”라고 물으시더니 “우리 언제 하냥 밥이나 먹자.”고 하셨습니다. ‘하냥’은 ‘같이’ ‘함께’라는 뜻의 우리 지역에서 썼던 말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져서 쓰이지를 않고 있는 말입니다. 어찌나 반가운지 “하냥요?” 하고 되물었습니다. 어르신은 태연 하게 “예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사라져서 잊고 있던 우리말, 지역의 말들을 듣게 되었을 때 얼마나 반갑고 기쁜지 모릅니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수가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어르신들이 알고 계신 것들을 모두 받아 적고 싶은 욕심을 갖게 됩니다. 그냥 이대로 사라질 것 같은 조바심마저 느끼게 됩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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