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향제(茶香祭)와 축분향제(畜糞香祭)를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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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제(茶香祭)와 축분향제(畜糞香祭)를 올리자
  • 이상선(전 홍성군수)
  • 승인 2013.03.2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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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보성>          <충남 내포>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4월이면 진달래향기
밀 익은 오월이면 보리 내음 새……
어디선가 낯익은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지난해 겨울은 엄청나게 추웠다. 이제 만물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봄의 길목에서 향긋한 봄내음을 마신다. 우리나라 남단인 전라남도 보성군에서는 길게 뻗은 차(茶) 밭에서 찻잎을 따고 녹차를 만드는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이 한데 모여 그윽한 다향을 마시면서 올해로 제 39회를 맞는 다향제(茶香祭)가 초파일을 전후로 5월 14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된다고 한다. 백제시대의 전통사찰 대원사를 오고가며 흥겨운 축제와 문화행사가 한바탕 벌어지고 다향제를 올리며 국태민안(國泰民安)과 보성군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한다.

인근의 여수와 순천만의 국제정원박람회가 함께 어우러져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인파가 몰려 올 것을 대비해 한 참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 한국 차와 소리 문화 공원에서는 서편제의 소리가 들려오고,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인 보성 녹차를 마시며 향기를 마시는 행사들이 축분향(畜糞香)으로 고통스러운 우리들을 부럽게 한다.

충남도청이 내포신도시로 이전해 새 출발을 선포한지도 어언 4개월째가 된다. 오서산, 백월산, 용봉산, 덕숭산 그리고 가야산에 둘러 쌓여있는 내포신도시는 천혜의 요지인데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곳은 비교적 낮은 지역이라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지 않아 답답하다. 내포(內浦)라는 지명이라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올 줄 알았는데 전혀 상상 밖의 착각이었다.

지난달 19일 홍성군 홍북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전대미문의 회의를 충남도청이 주관했다. 회의 주제는 '신도시 주변 축산농가 악취 저감을 위한 대책회의'로써 주무과장도 불참하고 축산위생 담당자가 시종 회의를 주재했다. 담당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도청 청사가 입주한 내포신도시 주변 반경 5km이내에는 홍성군이 268호, 예산군이 180호, 합하여 448호의 축산농가 즉, 악취발생 공장이 있다고 했는데 표현이 과한 것 같으나 혐오시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가축들은 모두 농민들의 소득을 향상시키는 예쁘고 귀한 존재인데 악취인지 향기인지가 풍겨나지만 우리 축산농민들에게는 결코 악취가 아니고 구수한 콩누룽지 같은 냄새이리라. 뜻이 남다른 홍주신문과 세종매일신문은 내포신도시에 몰고 올 가축사육금지구역에 대한 우려를 보도했고 "내포신도시 발목을 잡는 축산농가 악취 대책마련 시급하다"고 했는데, 다른 언론들은 코가 막혀 후각이 마비된 것인지 아무 소리가 없다.
"내포시에 내포가 없다"고 내포시 지명에 대해 맨 처음 멋있게 정곡을 찔러 지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대전일보는 내포에 아직 안 왔는지 궁금하다. 충청남도가 발표한 악취저감 대책으로 악취가 해결될 수 있을지 염려가 되니 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듣기 싫어도 올바른 소리는 들어야지 안 그런가?

비가 내리고 기온이 올라가면 그 실상을 차츰 이해할 것이다. 도청을 따라 대전에서 혹은 도내 각처에서 살림 보따리를 싸들고 신도시로 들어온 사람들은 용봉산과 덕산온천 그리고 수덕사의 풍경을 생각하며, 적어도 대도시와 비교해 소음과 매연이 적어 쾌적하고 청정한 대기와 물은 확보되겠지 믿고 왔는데 어찌하나, 숨 쉴 때마다 야릇한 향기가 들어오니 차라리 대도시가 나을 것 같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우선 대기와 물이다. 오염된 공기와 물은 최악의 조건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내포신도시가 가장 큰 역점을 둬야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애꿎은 축산 농가들에 대한 강력한 단속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음이다.

결성면 입구에 축산폐수정화시설을 계획했을 때, 결성면민들은 군청 앞까지 몰려와서 얼마나 떠들었나? 심지어 국회까지 와서 반대했고 국회조사단이 내려왔었는데 지금 국회의원도 국회까지 반대자를 데리고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심정은 사즉생이었지, 차라리 내 머리통이 터지기라도 했으면 아주 가던지 아니면 병원에 가서 쉴 수도 있었는데 삿대질하고 대들던 친구들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면서 지금은 건강들 하신지 안부를 묻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도 축산 농가들의 시설보완 증·개축, 약제의 공급, 불가피하게 닥쳐올 대도시 주변 사육금지 구역 제한, 장소이전 등 가뜩이나 불황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축산 농가들의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생존대책을 위해 적극적인 행·재정적 지원이 요청되니 도지사의 3농정책 중 으뜸으로 다루어주기 바란다. 특별히 중언부언 강조하는 것은 홍성군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제 1의 축산군인 까닭에 축산업의 성공과 실패의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 예방을 위해서 정기적 또는 수시로 일제방역의 날을 정하여 철저한 방역활동과 소홀함이 없도록 아낌없이 적기에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당면한 내포시의 가축악취 저감을 위해서 건의 해 본다면, 내포신도시의 수장이신 도지사께서 제주(祭主)가 되어 충남도의 발전과 축산 농가들의 번영을 위해서 축분향제(畜糞香祭)를 내포신(內浦神)께 정성껏 올려드려 가축들이 악취발생도 덜하게 하고 단속에 불안한 농가들을 불안하지 않게 어려움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 차차차기의 대망을 실현하려는 지혜로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진정으로 건의를 드리는 말씀이다.

그리고 나서 산 너머 남촌에서 오는 봄을 깊이 들이 마시자. 내포신도시에 와서 어려움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내포를 홍주로 바꾸어 1000년 홍주역사의 정도를 바로잡자고 권유해 봅니다. 도지사, 도의원, 군수, 군의원 등 입방아만 잘 찧는 언론들 그리고 뜻있는 단체회원 여러분. 부디 순천자(順天者)가 되자. 이 나라와 만 백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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