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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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1 >
  • 한지윤
  • 승인 2013.04.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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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오늘날 학교 교육현장이 무너진다는 염려가 학교는 물론 교사나 학부모, 학생들 사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교육현장과 사회의 일반적 현실의 문제 속에서 그 과정과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청소년성장 현장 교육소설을 만난다는 건 특별하고 의미 있는 만남이 아닐 수 없다. 홍주신문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청소년 현장 교육소설<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는 오늘날 입시교육과 취업으로 압박받는 청소년들에게 삶의 지표를 안내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주신문이 청소년 성장교육소설을 연재하는 의미다. 특히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 사업으로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데 교육적 의미가 크다. 특히 NIE 교육으로 실시되는 신문읽기 등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그 몫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소년 교육소설은 사회에서 있을 법한,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는 일을 통해 사회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남모르게 차별받는 청소년들의 고민과 그 안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청소년들의 내면을 마치 꿰뚫어보듯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 대안도 제시해 줄 것이다. 무엇보다 불량청소년으로 불리는 학생과 가정환경이 어려운 청소년들의 교육현실을 통해 필자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작은 습관에서부터 나쁜 습관을 버리는 습관, 또 책 읽는 습관, 꿈을 위해 노력하는 습관, 학교교육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며 자립하는 습관까지 청소년들이 '좋은 습관'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바람을 담고 있다. 까칠한 청소년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똘똘한 희망을 품고 똘똘한 인생을 가꿔나가는 의미 있는 만남이 홍주신문의 청소년 현장 교육소설을 통해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민소영은 갑자기 구두를 벗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오른쪽 발뒤꿈치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또 버릇이 발동하는 모양이었다. 소영은 특이한 버릇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난처하거나 답답한 처지가 되면 발뒤꿈치가 가려워져 기어이 양말을 벗어 제키면서 긁어대는 버릇이었다. 이런 버릇은 대여섯 살 무렵의 자그마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옆집 살던 개구쟁이의 꼬임에 빠져 감을 딴다고 돌을 던져 장독을 깬 일이 있었다. 불러 세워서 혼을 내는 어머니 앞에서 난데없이 꾀가 발동해 발이 가렵다고 호들갑을 떨어 위기를 모면한 일이 스스로 생각해도 어찌나 대견스럽게 느껴지던지 이상하게 난처한 순간만 되면 발뒤꿈치가 가려운 꾀병이 발동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이후로 그 버릇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었다.
소영은 슬며시 오른발을 구두 속에서 꺼내 왼발에 대고 문지르기 시작했다.
"민선생은 대학성적도 우수하고 또 아버님도 오랫동안 교직에 봉직하신 분이라서 기대가 컸는데."
교장선생은 돋보기 너머로 소영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학교시책을 이렇게 어기다니 실망이 큽니다."
소영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조금 긁어대니까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려놓던 그녀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스쳐갔다. 구두가 발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발을 더듬거렸다. 저만치 앞쪽에 구두가 엎어져 있는 게 느껴졌다. 소영은 발에 구두를 꿰기 위해 이를 악물고 발을 움직였다.
"민선생, 내말이 말 같지 않소?"
갑자기 교장의 고함소리가 탁자를 치는 소리와 함께 귀를 때렸다.
"아아, 아닙니다."
소영은 붉어진 얼굴로 부동자세를 하고 말을 더듬었다. 곁에서 멍하니 서있던 강선생은 덩달아 긴장해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도대체 교직의 교자도 모르는 새파란 사람들이 뭘 안다고 학교시책에 콧방귀를 뀌는 거요? 당신들이 뭘 알아? 응?"
교장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삿대질을 해댔다.
"교장선생님, 학교시책을 거역하는 건 문제가 되겠지만 학교시책 그 자체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선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영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말 잘했어요. 올바르고 그르고를 누가 판단하는 겁니까? 내가 알기로는 분명히 직원조회에서 다수의 동의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아는데."
"그건 일방적인 안에 대해 강요하는 분위기에서 결정됐습니다."
소영이 조금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구요? 강요하는 분위기라구요? 누가 강요했다는 겁니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강요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다수에 의해 결정된 사항을 소수 몇 명이 부당 운운하는 건 억지입니다."
교장은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고는 안경까지 벗어 닦았다.
"이번 일에 대해서 엄중하게 문책해야겠지만 학교행정을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으니 이 정도로 해두겠습니다. 다음부턴 절대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주세요."
그는 절대로란 말에 또박또박 힘을 주며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나가봐요."
귀찮은 듯 툭 뱉는 말에 두 사람은 목례를 하고 자리를 떴다.
"이렇게 심하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소영은 교장실을 나서기가 무섭게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 씩씩대며 말했다.
"당연한 일이죠."
힘없이 말하는 강선생을 쳐다보는 소영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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