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건설에 지역주민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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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 건설에 지역주민들 ‘반발’
  • 김영정 기자
  • 승인 2025.05.01 07:32
  • 호수 888호 (2025년 05월 01일)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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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서산 121km 초고압 송전선 건설 예정
70명 규모 입지선정위 구성해 선로 경로 결정
홍성군 설명회에서 한전 관계자가 주민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홍주일보 김영정 기자] 지난달 28일과 29일 예산군과 홍성군에서 각각 개최된 ‘345kV 새만금#2-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에서는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질문과 우려가 쏟아졌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전기사업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수립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반영된 국책사업으로, 서해안 지역의 안정적 전력 공급과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확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전북 새만금#2 개폐소에서 서산시 운산면 소재의 신서산 변전소까지 AC 34만 5000V의 초고압 송전선로(2회선, 직선거리 121km)를 건설하는 것으로, 지난해 8월부터 주민주도형 입지선정 용역에 착수했으며, 오는 2031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명회에서 한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송전선로 노선은 한전이 계획하고 결정한 후 주민들에게 알렸으나, 현재는 절차를 바꿔 입지선정위원회라는 협의체를 구성해 노선을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전원개발촉진법에 근거해 선로가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13개(전북 3개, 충남 10개) 지자체별 주민대표 4명씩 총 52명과 지자체 담당자, 전문가를 포함해 7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예산군 설명회에서 질의에 나선 주민은 남부지방에서 풍력과 태양열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전기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충남지역에 송전선로를 건설해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지적하며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거리 제한 등 제도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런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갈등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남은 이미 화력발전소로 큰 피해를 입어왔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그만큼 기존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인센티브 등 ‘큰 틀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즉, 신재생에너지 도입이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 이익과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한 “전력 수요가 부족하다면, 충남지역에 재생에너지를 더 만들더라도 화력발전소 하나쯤은 폐쇄하는 시범사업이라도 추진해야 한다”며, “충남처럼 에너지 공급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화력발전소를 줄일 수 있다면 주민들도 사업에 동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첨단산업 등 대규모 전력소비 산업을 수도권이 아닌 충남 등 발전단지 인근으로 유치하는 정책적 유연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주민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며 “수요지에서 생산하는 ‘지산지소’ 원칙이 합리적이지만, 대규모 발전소는 용수 등 입지 조건상 해안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현실에서 전력망의 수도권 집중은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이어 “한전도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등 합리적 제도 도입을 정부에 건의해왔으나, 올해는 국회 합의 불발로 시행되지 못했다”며 “지속적으로 정책 개선을 건의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산군 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사업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홍성군 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이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의 필요성과 입지선정 과정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주민은 “남쪽에 대규모 발전시설을 짓고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고 가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는 과정에서 밀양 사태와 같은 막대한 사회적·생태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필요한 지역에서 분산형으로 발전시설을 갖추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충남의 전력 자급률이 이미 214%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 송전선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 추세를 고려할 때 전력 수요 예측이 과장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주민들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에 있어 지자체장이 추천하는 방식보다 주민들의 직접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한전 측은 “법령에 따라 지자체장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장단 회의 등의 지역주민 협의체와 충분히 논의해 주민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인사들이 선정될 것”이라고 답변했고 취재결과 홍성군은 군 이장단 회의에서 입지선정위원 4명을 선정해 한전 측에 통보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전력수급계획이 변경될 수 있는 만큼 사업을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추진해달라”며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선로 건설로 인한 주민 갈등은 전국적으로 발생해왔다. 대표적으로 밀양 송전탑 사건은 765kV 고압 송전선과 송전탑 위치 문제로 지역 주민과 한전 사이에 장기간 분쟁이 이어졌다. 

송전선로의 전자파 영향에 대해 한전은 “인체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없으며, 법적 기준치 이하의 전자파가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산림 훼손과 생태계 교란이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2012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초저주파 자기장을 ‘발암 가능성 있음(2B)’으로 분류했고, 일부 연구에서는 송전선로 인근 거주자의 소아백혈병 발병률 증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새만금#2-신서산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전북도 3개 시(군산, 익산, 김제)와 충남 10개 시·군이 사업구역에 포함돼 있으며, 아직 정확한 경과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한전은 13개 지자체를 순회하며 주민설명회를 진행 중이며, 오는 6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후 회의를 통해 9~10월경 노선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전선로 건설 여부를 두고 전력 수급 안정이라는 공익과 지역 주민의 건강권·재산권·환경권 보호라는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의견 수렴이 갈등 예방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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